노면 읽고 주행 동력 조절… 더 똑똑해진 4륜구동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4륜구동(4WD) 기술이 전후는 물론, 좌우 바퀴의 구동력까지 조절해 주행 안전성을 높이는 등 나날이 진화하고 있다. 사진은 해당 기능을 옵션으로 제공하는 현대자동차의 고성능 모델 ‘i30N’의 트랙 주행 모습. 현대차 제공

팰리세이드 ‘터레인 모드’ 적용
모랫길·눈길 등 지형상태 파악
앞뒤바퀴 구동력·엔진토크 변화
가장 달리기 좋은 상태 만들어

i30N ‘전자식 차동 제한장치’
좌우 바퀴 구동력 배분 달리해
늪 빠져도 쉽게 탈출할수 있어

그동안 4륜구동(4WD)은 소수 SUV의 전유물이었다. 험지를 내달려야 하는 SUV 차량에서나 간혹 볼 수 있는 고가의 옵션에 불과했다. 그러나 최근 4WD의 위상은 이전과 완전히 달라졌다. 4WD 부품이 진화를 거듭하며 ‘안전 운전’을 돕는 주요 부품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지형에 따라 가장 적절한 구동력을 앞바퀴와 뒷바퀴에 전달하고, 좌우 바퀴의 토크(회전력) 또한 제어한다. 이러한 진화에 따라 4WD 옵션을 장착한 차량은 SUV를 넘어 세단과 고성능차량으로 확대되고 있다.

◇지형까지 파악하는 똑똑한 4WD = 21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완성차 업체들은 최근 4WD의 안전성을 더욱 높이기 위해 ‘터레인 모드(Terrain mode)’ 등을 적용하고 있다. 터레인 모드는 달리는 지형 상태에 맞게 앞바퀴와 뒷바퀴의 구동력과 엔진 토크, 제동 등을 조절하는 기능이다. 현대자동차의 ‘팰리세이드’, 기아의 ‘쏘렌토’, 지프의 ‘그랜드 체로키’ 등이 이를 적용한 대표적인 차량이다.

터레인 모드는 제조사에 따라 조금씩 차이를 보이지만 △미끄러운 눈길 주행을 돕는 ‘스노 모드’ △모랫길 주행에 가장 적합한 토크를 공급하는 ‘샌드 모드’ △진흙 길에서도 안정적인 접지력을 발휘하는 ‘머드 모드’ 등으로 나뉜다. 스노·샌드·머드로 이뤄진 길을 주행할 때 바퀴의 미끄러지는 정도를 파악한다. 이후 0.15초 내에 상황에 맞는 구동력과 토크를 각 바퀴에 전달해 안정적으로 달릴 수 있도록 한다.

올해는 여기서 더 발전한 ‘e-터레인’ 모드도 등장한다. 제네시스에서 곧 출시할 전기차 ‘GV70’에 탑재가 예정된 기능이다. 제네시스는 엔진과 변속기 대신 모터와 감속기가 장착된 전기차 특성에 맞게 터레인 모드를 한층 업그레이드했다. 구동 관련 구조가 단순해지면서 반응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좌우 바퀴 토크까지 제어 = 현대차를 대표하는 고성능 모델인 ‘i30N’ ‘벨로스터N’과 제네시스 GV70·GV80 등에는 기존 4WD 부품에 ‘전자식 차동 제한장치(e-LSD·electronic-Limited Slip Differential)’가 옵션으로 제공된다.

e-LSD는 앞바퀴와 뒷바퀴의 구동력을 조절하던 기존 4WD가 더욱 발전한 부품이다. 왼쪽과 오른쪽 바퀴에 전달하는 구동력을 상황에 따라 능동적으로 조절해 주행 안전성을 더욱 높이는 것이다. 일반적인 주행 상황에서는 동력을 좌우 바퀴에 50대 50으로 나누지만, 한쪽 바퀴가 늪에 빠져 주행이 어려울 때 반대쪽 바퀴에 구동력을 집중해 탈출을 돕는 식이다. 특히 고속으로 코너를 돌 때 운전자의 의도대로 회전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좌우측 바퀴에 동력을 적절히 배분해 안정적으로 주행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 e-LSD를 통한 구동력 변화는 매우 빠르게 이뤄진다. 어떤 주행 상황이 펼쳐지더라도 순식간에 대응해 부드럽게 주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국내 e-LSD 양산 업체인 현대위아 관계자는 “노면 상태와 주행 상황에 따라 차량에 발생하는 미세한 압력 변화를 인지하고 0.25초 이내에 최적의 주행 동력을 배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4WD 옵션이 안정적인 주행을 펼칠 수 있을 뿐 아니라 운전의 재미도 더욱 높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노면의 상태에 따라 가장 ‘달리기’ 좋은 상태를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전륜 차량도 적용 사례 잇따라 = 4WD 옵션은 대개 고급 승용차에서 채택하고 있는 후륜 구동 차량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적용돼 왔다. 후륜 구동의 경우, 눈길이나 빗길 등과 같은 험로에서 미끄러짐이 심해 운전 자체가 불가능하거나 위험할 때가 있다. 이럴 때를 대비해서 옵션으로 4WD를 지원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돕는다.

하지만 이제는 전륜 승용차에도 적용되고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기아가 지난해 선보인 K8 신모델이다. 경쟁 차종으로 지목되는 그랜저만 해도 같은 전륜 구동 기반으로 4WD를 지원하지 않았으나 K8은 차별화를 기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전격 적용하고 있다. 4WD 기능이 단순히 험로 탈출용을 넘어서 본연의 주행 능력 자체를 강화하는 추세를 반영한 것이다.

이관범 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