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들으면서 한국음식 먹고 SNS 공유… 日 ‘도한 놀이’ 열풍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일본 유명 뮤지컬배우 가토 가즈키가 본인의 한국 문화 칼럼에서 ‘도한 놀이’를 체험하고 있는 모습. 메트로폴리타나 도쿄 캡처

■ 김선영 기자의 오후에 읽는 도쿄

“서울로 여행 간 기분 누리자”
마트마다 한국음식 코너 늘고
김밥·떡볶이 등 테이크아웃도
호텔 연계한 패키지 상품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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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일본 Z세대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는 도한놀이(渡韓ごっこ·한국 여행 놀이)의 기반에는 한국 먹방 유튜버들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런 방송들을 보며 불닭볶음면, 떡볶이, 김밥, 치즈 닭갈비 같은 음식을 일본 10∼20대들이 더 이상 생소하게 느끼지 않죠.”

20대 중반의 일본인 여성 C는 최근 일본에서 가장 많이 느낀 변화 중 하나로 ‘한국 식재료나 음식을 일본 마트나 상점에서 구하기 쉬워진 점’을 꼽았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한국 여행이 2년 넘게 힘들어지자, 일본 내에 한국 음식 먹방 유튜브가 인기를 끌며 일본 젊은 세대 내에서 ‘도한 놀이’라는 문화로 이어지고 있는 것. ‘도한 놀이’는 일본 젊은 세대들이 호텔이나 자택에 모여 친구들과 한국 음식, 술을 나눠마시며 한국에 있는 듯한 느낌을 내는 모임을 의미한다. C는 “코로나19 상황 동안 돈키호테(일본 내 유명한 종합할인점)나 마트에 한국음식 코너가 커지면서 한국 과자와 컵라면 등을 사고, 한국 음식점에서 김밥, 떡볶이, 닭강정 등도 테이크아웃할 있게 됐다”며 “K-팝을 틀어놓고 한국음식을 먹은 뒤 이를 인스타그램에 공유하는 게 즐겁다”고 말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신오사카 에사카 도큐 REI 호텔에서 제공하는 ‘도캉스 플랜’의 한국식 도시락 키트. 김치 모둠, 전, 삼겹살, 김밥, 딸기 파르페 등이 포함되어 있다. 시부야109엔터테인먼트 제공·PR TIMES 캡처

특히 ‘도한놀이’를 즐기는 계층도 최근에는 10∼20대 젊은 여성에서 20∼30대 남성으로 확산하고 있다. 재택근무를 하며 한국 드라마를 즐겨보게 됐다는 20대 후반의 일본인 남성 K는 “‘사랑의 불시착’ 같은 드라마에 나온 한국 음식을 보면서 먹고 싶다는 생각을 자연스레 하다 보니 음식이 뭔지 찾아보게 되고, 한국 먹방도 찾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일본 숙박·레저 업계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도한 놀이’ 패키지를 출시해 한국 과자, 음료 등을 어메니티(객실 등 호텔에 무료로 준비해 놓은 각종 소모품)로 제공하고 있는 것. 시부야 109 엔터테인먼트는 최근 고객들이 한국에 온 것 같은 기분을 즐기게 하기 위해 한국식 인테리어를 한 편의점과 한국풍 교복 렌털 전문점을 호텔 내부에 설치한 ‘도캉스(도한 놀이+호캉스) 플랜’을 출시했다.

편의점에는 한국 인기 음료인 봉봉과 밀키스 등이 진열돼 있으며, 바나나킥,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 등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저녁 식사로는 김치, 부침개, 삼겹살 등이 일본식 도시락 형태로 제공되는데 호텔 방에는 한국 사람들이 즐겨 입는 수면 바지 등도 ‘한국식 파자마’라는 명칭으로 함께 제공한다. K는 “많은 이가 여고생·여대생들만 ‘도한 놀이’를 한다고 생각하지만, 최근 ‘이태원 클라쓰’ 같은 한국 드라마를 즐겨보는 20∼30대 남성들도 늘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젊은 여성들만의 문화라고 보긴 힘들다”며 “마늘빵, 한국식 와플 등을 먹으며 서울로 여행 간 기분을 누려보고 싶다”며 이번 휴가로 ‘도캉스’를 고민해볼 생각이라고 수줍게 덧붙였다.

김선영 기자 sun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