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착같이 살아오신 아빠… 힘든 일 혼자 앓지 말고 같이 나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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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께하는 ‘감사편지 쓰기’ 연중 캠페인 - 경기교육감賞 윤정인

To. 최선을 다한 당신께.

안녕하세요 아빠. 집 안에서는 늘 짜증만 내는 고3 딸이 아빠께 편지를 쓰게 됐어요. 요즘 우리 네 식구가 모두 힘든 한 해를 보내고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수험생활, 준상이는 고약한 사춘기가 원인이겠지요. 엄마는 그런 우리를 감당하시느라 지쳐 보여요. 그래도 가장 힘든 건 아빠라고 생각해요.

제가 일곱 살 때 아빠께서 다리를 다쳐 입원해 누워계셨던 장면이 지금까지도 생생히 떠올라요. 그때 엄마는 아빠께서 축구를 하다 다치셨다고 했어요. 몇 년 전 기억도 가물가물한 제가 오랜 시간이 지났어도 그 기억을 붙들고 있는 건 평소와 달랐던 집의 분위기 때문이었을까요.

TV에서 연기로 가득 찬 화면의 뉴스가 나왔을 때, 엄마께서 방으로 들어가라고 말씀하셨죠. 그리고 얼마 전에야 그때 아빠가 다치신 이유를 알게 됐어요. 더 이상 회사를 다니지 못하게 되신 아빠께서 가족을 위해 위험한 일용직일, 막노동을 하다가 그렇게 되셨다는 것을요. 연기로 가득 찬 뉴스는 아빠 회사에서 일어난 일이었어요. 한동안 아빠와 떨어져 살게 되고, 가정주부셨던 엄마께서 회사를 다니게 되시고, 저희가 유치원 종일반을 하게 된 이유였죠. 엄마, 아빠께서 당시 어떤 마음으로 거짓말을 하셨을까, 얼마나 막막하셨을까 등을 생각하면 죄송한 마음이 들면서 지금까지 부족함 없이 키워주신 것에 감사함을 느껴요.

아빠께서 운 좋게 회사에 복직하셨지만 작년부터 소주를 꺼내시는 날이 잦아졌음을 느껴요. 저는 더 이상 해맑은 일곱 살이 아니기에 아빠께서 회사 일로 많이 힘들어지셨음을 알아요. 오늘 출근하지 못하신 이유를요. 그러나 자신의 위치에서 누구보다 최선을 다하신 아빠를 아무도 욕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격주로 주·야간을 바꿔가며 일하시느라 생체 리듬을 위해 일요일에도 졸음까지 쫓으시고, 아픈 날에도 꾹꾹 참아가며 회사에 개근하셨던 아빠를 기억해요. 제가 아빠보다 훨씬 근사하고 멋진 꿈을 꾸고 있다고 생각한 적도 있지만, 지금은 아빠의 인생이 제가 꿈꾸는 성공한 모습이에요. 우리 네 식구가 따뜻하게 지낼 수 있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라 부지런하고 악착같이 살아오신 아빠 덕분이에요.

10대의 마지막에 서 있는 제게 있어 아빠만큼만 사는 것이 인생의 목표가 됐어요. 고등학교도 채 마치지 못한 열아홉 살 때부터 딸이 같은 나이가 된 지금까지 한 회사에서 26년간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앞으로 우리 가족이 어떤 길을 걷게 될지 모르겠지만 이제 혼자 앓지 마시고 같이 나눠요. 사랑해요, 아빠. 아빠처럼 멋진 어른, 부모가 되도록 노력할게요.

아빠가 어떤 선택을 하든 항상 응원하는 딸 정인 올림


* 문화일보 후원,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주최 ‘감사편지 쓰기’ 공모전 수상작.
관련문의:1588-1940 www.childfund.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