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 청소년 자녀에게 우울증 약물치료… 거부감이 들어요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하주원 대한정신과의사회 홍보이사·전문의

■ 마음상담소

▶▶ 독자 고민

중학생인 아이가 무기력하고 학교를 가지 않는 데다가 최근에는 자해를 하기도 해서 심리상담을 꽤 받았어요. 두세 번 갈 때는 좋다고 하더니, 이제 더 이상 할 이야기도 없고 그냥 우울하고 무기력한데 자기 이야기를 해봤자 무슨 소용이냐고 하네요. 정신건강의학과를 데려가 보라고 하길래 한 번 가봤는데, 그날따라 씻지도 않고 갔더니 약물치료를 하자고 하네요. 처방은 받아왔지만 항우울제 때문에 자살한 청소년도 있다는 기사를 읽으니 너무 무서워집니다.

게다가 정신과 약은 기억력도 떨어지게 만든다고 하잖아요. 오래 먹으면 끊지도 못하고 치매에 걸린다는 기사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안 그래도 공부에 집중하지 못하고 학교도 거부하는데 괜히 약을 먹었다가 머리가 더 나빠지고, 게다가 아직 성인도 아닌데 그런 변화를 영영 돌이키지 못할까봐 겁나요.

A : 우울증도 하나의 질병… 자녀에게 맞는 약 찾는 게 중요
▶▶ 솔루션

자녀의 우울증을 외면하는 부모님도 많습니다. ‘자기 의지로 극복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오히려 자녀를 혼내는 경우도 있고, 심각성을 부정하느라 때를 놓치는 경우도 많은데 일단 아이의 증상을 발견하신 것만으로도 훌륭합니다. 실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특정 항우울제의 경우 소아나 청소년 복용 시 자살 충동의 위험이 있다는 경고문구(black box warning)를 붙이도록 권고한 적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조치가 모든 항우울제에 해당되는 것은 아니며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라면 이런 부분을 고려해 청소년에게서 자살 위험성이 증가하지 않는 항우울제를 선택해 처방할 것입니다. 사실 10대에 생기는 ‘우울 삽화(episode, 기분 저하와 함께 전반적인 정신 및 행동의 변화가 나타나는 시기)’의 경우는 양극성 장애의 특징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훨씬 더 높습니다. 이런 경우, 단순한 항우울제에 의해 오히려 충동성이 증가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그런데 정신과 약이 아니라, 어떠한 약이라고 해도 의존성이나 내성이 아예 없는 약이 있을까요? 지팡이를 짚더라도 일단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좋을지 아니면, 지팡이를 짚기는 절대로 싫으니 주저앉아 있을지는 각자 선택할 문제입니다.

우울증 환자 중 70% 이상이 인지 기능이 떨어집니다. 그래서 우울증에 걸리면 청소년은 학업성적이 떨어지고, 중년은 건망증이 심해지며, 노년기에는 치매로 오해받기도 합니다. 실은 우울증인데 치매와 같은 증상을 보이는 경우를 ‘가성치매’라고 부르기도 하지요.

환자에게 맞는 약물치료를 한다면, 그로 인해 더 빨리 회복하고 집중력이나 기억력을 회복하는 시간도 더 빨라질 것입니다. 약물치료를 시작했는데 오히려 약 때문에 더 멍해지고 집중이 안 되는 경우, 참고 견디는 것이 아니라 담당 의사와 상의해서 약을 바꿔야 합니다.

하주원 대한정신과의사회 홍보이사·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