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노벨평화상 언론인의 목숨 건 ‘진실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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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피플

‘노바야 가제타’ 편집장 무라토프
언론탄압 중에도 러 실태 보도
“노벨 메달 팔아 피란민 돕겠다”

러시아의 독립 언론 ‘노바야 가제타’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처음으로 발행한 신문 1면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폭격하고 있다”는 문장을 대문짝만하게 실었다. 관련 보도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어로 병기됐다. 이를 주도한 편집장 드미트리 무라토프(60·사진)는 개전 직후 몇 분 만에 긴급회의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지난해 노벨평화상 수상자였던 그는 화상 연설에서 “전쟁을 막을 사람은 아무도 없고, 그래서 우리는 슬픔과 수치심을 느낀다”며 “우리는 우크라이나를 적국으로 표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로부터 약 한 달이 지난 현재 이 기사는 불법이다. 지난 4일 러시아 의회가 자국 군대의 활동에 관해 허위 정보를 유포하거나 군의 신뢰를 훼손하는 언론에 형사처벌을 가하는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에코 오브 모스크바’ ‘TV 레인’ 등 독립 성향의 방송국들이 줄줄이 폐쇄됐고, 노바야 가제타 역시 우크라이나 관련 보도를 중단하고 온라인 활동도 멈췄다.

이후 무라토프는 우크라이나 보도를 지속할지에 관한 여론조사를 진행했는데, 독자 7800명의 96%가 신문의 계속 발행에 찬성했으며, 우크라이나 보도를 지속해달라는 요청이 담긴 편지도 24시간 동안 3500통이나 들어왔다. 이에 노바야 가제타는 “개정된 법을 준수한다”는 문구와 함께 1면에 거대한 버섯구름 앞에서 ‘백조의 호수’를 공연하는 4명의 발레리나 이미지를 실었다. 1991년 미하일 고르바초프 정권에서 발생한 쿠데타 당시 러시아 국영방송이 백조의 호수 공연을 방영한 이후로 러시아에서 발레는 정부가 위기를 감추려 한다는 이미지로 인식되고 있다. 무라토프는 노벨평화상 메달을 경매에 부쳐 거둔 수익으로 우크라이나 피란민들을 돕겠다고 밝힌 상태다.

장서우 기자 suwu@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