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가격 공표제’ 한달… 실효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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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 등 외식 값 매일 안 변해
매주 가격변동 공시는 무의미

“文정부 물가관리 실패 책임
업계에 돌리려는 의도” 지적

문재인 정부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의 고삐를 잡겠다며 주요 프랜차이즈의 외식가격 변동 여부를 공시하는 ‘외식가격 공표제’를 시행한 지 한 달이 됐지만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시행 초기부터 관련 업계로부터 “실효성이 없다”는 냉랭한 반응을 들은 데 이어 무능·포퓰리즘·편 가르기 정책이란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곧바로 폐기 대상에 포함될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등의 홈페이지를 통해 12개 품목, 62개 외식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주요 제품별 가격 동향을 매주 수요일 공시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말 “영세한 입점 업체에 과도한 부담이 없는지, 인상 혜택이 배달 기사에게도 돌아가는지 배달수수료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라”고 지시한 후 나온 조치다. 기획재정부는 이에 맞춰 외식가격 및 배달 수수료 공표제 운영에 들어갔다.

그러나 지난 2월 3주부터 3월 2주까지 4주 동안 62개 브랜드 중 가격을 전주에 비해 인상한 브랜드는 각각 6개, 5개, 7개, 3개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식가격이 매주 등락을 거듭하는 것이 아니라 식재료값, 인건비 등의 인상에 따라 일반적으로 1년 단위로 가격을 인상할지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에 주 단위 공표가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이 나왔다. 한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치킨 등 외식 품목은 매일 국민이 먹고 매일 가격이 변하는 필수식품이 아니기 때문에 업계에선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외식가격 인상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 주요 외식산업 매출이 급감한 가운데 소비자물가 급등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로 해석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펴낸 ‘2021년 4분기 외식산업 경기전망지수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4분기 외식산업경기지수는 70.34를 기록했다. 3분기 65.72에서 반등한 것이지만 경기 호전을 뜻하는 기준선(100)에는 한참 미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외식산업 식재료 원가지수는 141.40을 기록해 2020년 4분기(114.50) 이후 4분기 연속 상승했다. 100을 넘으면 지난해보다 식재료 원가가 올랐다는 의미다.

박호진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사무총장은 “가격 경쟁력을 가장 신경 쓸 수밖에 없는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이 가격을 인상했다는 것은 물가 급등에 따른 고육지책으로 봐야 한다”면서 “외식가격 공표제는 정부가 물가 관리 실패 책임을 업계에 돌리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만용 기자 my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