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외소재문화재재단의 세계 속 우리 문화재>메트로폴리탄미술관 소장 ‘나전대모국화넝쿨무늬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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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문화에 대한 전 세계인의 관심이 이제 대중문화를 넘어 ‘K-헤리티지(K-Heritage)’, 즉 전통문화로도 향하고 있다. 문화일보는 국외소재문화재재단과 함께 매주 월요일 해외에 나가 있거나 환수된 우리 문화재를 소개한다. 연재는 월별 주제에 따라 이뤄지며, 3월 주제는 ‘고려 나전칠기’이다.

미국 메트로폴리탄미술관(Metropolitan Museum of Art) 한국실에서 가장 눈에 띄는 유물로 ‘나전대모국화넝쿨무늬합’(螺鈿玳瑁菊唐草文盒·사진·고려 12세기 전반)을 들 수 있다. 길이 9.7㎝, 높이 3.5㎝의 작은 합이지만, 앞서 소개한 보스턴미술관의 나전대모국화넝쿨무늬화형합(螺鈿玳瑁菊唐草文花形盒)처럼 0.3㎜ 두께의 얇은 전복 자개와 대모전(玳瑁鈿·거북 등딱지를 얇게 갈아 투명하게 가공한 공예재료), 금속선(金屬線)으로 빚어내는 영롱한 빛깔은 마치 보석을 수놓은 듯하다.

이 반화형(半花形)의 소형합은 ‘나전화형합’과 소형합 4개로 이뤄진 세트 중에 한 점이다. 각기 다른 세트의 일부였던 소형합 중 지금까지 전해지는 완품의 유물은 전 세계에 단 3점만 남아 있다. 뚜껑 가장자리를 모죽임했으며, 뚜껑과 밑짝 전면에 자개와 복채(覆彩)한 대모전, 금속선을 병용해 꽃과 넝쿨무늬를 빼곡히 시문했다. 송나라 사람인 서긍(徐兢)이 ‘선화봉사고려도경(宣和奉使高麗圖經)’에서 ‘극히 정교하고(極精巧), 솜씨가 세밀해 가히 귀하다(細密可貴)’고 피력한 고려 나전칠기의 특징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 유물은 현존하는 고려 나전칠기 중 정수(精髓)라고 하는 일본 다이마데라(當麻寺) 소장 ‘나전대모국화넝쿨무늬원형합(螺鈿玳瑁菊唐草文圓形盒)’과 무늬와 기법이 유사하다. 두 유물 모두 전면에 은은한 빛깔의 자개로 화려하면서도 격조 있는 색채효과를 보이는데, 특히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의 나전합은 화려함이 돋보인다.

이처럼 고려 나전 특유의 세밀함과 정점에 오른 표현 효과는 이 유물이 고려 나전칠기의 최전성기였던 12세기에 제작된 작품임을 말해주며, 동시에 고려인들의 세련된 미감(美感)을 엿볼 수 있다.

최영숙 문화재청 문화재감정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