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지 반죽을 돌돌 말아 발효후 오븐에 구워… 산 위의 눈처럼 하얀 슈거 파우더 뿌려주기도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 빵요정의 세상의 모든 디저트 - 몽블랑

빵과 디저트를 전공하고 외식업계에서 일하면서 가장 자주 듣는 질문이 있습니다. 아마 어떤 빵과 디저트를 제일 좋아하는지 궁금하신가 봅니다. 워낙에 다양한 품목만큼이나 식감, 맛, 달콤함의 정도, 버터 함유량에 따른 부드러움과 풍미 등 기준점이 무척이나 많습니다. 다만 빵집이나 디저트 숍에 들르면 바게트나 크루아상의 맛 또는 쇼케이스 안 케이크의 만듦새나 추구하는 방향성에 대한 첫인상은 제게 무척 중요합니다.

10여 년 전, 모 제과점 근무 시절 무척이나 좋아하던 빵이 있었습니다. 물론 다양한 품목 중 한두 개를 꼽기는 어려운 일입니다. 그중에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제외한 한국의 대형 제과점에서 꼭 만날 수 있는, 레시피가 공유되는 품목 중 ‘몽블랑(Mon Blanc)’이란 페이스트리 빵이 있습니다. 나무의 나이테 모양처럼 파이지가 동그랗게 말려 있는 포근한 빵에 촉촉한 시럽이 스며들어 있어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사랑받던 고급스러운 버터향의 제품입니다. 직원으로 근무하면서 주변에 선물할 일이 있거나 스스로 먹고 싶을 때 꼭 미리 사두는 빵 중 하나였지요.

이름이 왜 몽블랑일까요? 밤을 이용한 케이크가 이미 같은 이름으로 무척 유명한데 말이에요. 바로 전체적인 외형이 산 모양 같으며, 가운데 심 부분이 몽블랑 산봉우리처럼 솟아오르기도 했고 산 위를 덮은 눈처럼 하얀 슈거 파우더를 뿌려주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몽블랑은 파이지 반죽으로 돌돌 말아 발효 후 오븐에 구워낸 빵입니다. 버터를 넓적하게 펴서 그것을 감싸 안을 수 있도록 더 넓게 편 반죽 안에 넣고 감쌉니다. 그 후 겹겹이 반죽을 밀고 접고 다시 밀어서 만든 파이지를 재단해 동그랗게 말아 세워 틀 안에서 구워내면 봉긋하게 봉우리처럼 뾰족한 원뿔로 솟아오르게 됩니다. 데니시 페이스트리를 연상하시면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1993년에 처음으로 이 빵을 만들었다는 김영모 명장의 말씀대로 정말 맛과 식감이 모두 한국인에게 사랑받을 만큼 매력적인 메뉴가 아닐 수 없습니다.

아마도 이 시절에는 소보로빵이나 단팥빵과 같은 단과자 빵 반죽 위주의 클래식한 빵들에서 머물러 있을 즈음이라 이러한 페이스트리 반죽을 이용한 메뉴들은 약간 생경하면서도 무척 큰 임팩트를 전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후 2000년대 들어서면서 유럽 스타일의 캄파뉴나 치아바타 등이 유입되고 집에서 빵을 먹을 만큼 소분해 냉동실에 보관해가며 주식으로 즐기는 문화가 자리 잡기 시작했습니다. 딸기잼이나 포도잼과 같이 남은 과일로 엄마가 뭉근하게 끓여주시던 과일잼에서 망고나 패션후르츠와 같은 열대 과일들이나 와인들을 더해 맛을 낸 잼과 스프레드들 그리고 햄이나 프로슈토 같은 샤퀴트리 열풍이 근간에 불기 시작하면서 빵을 자유자재로 활용해 테이블 위에서 빛이 날 수 있도록 스타일링하는 트렌드도 인기를 끌고 있으니까요.

김혜준 푸드 콘텐츠 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