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가니니와 크라이슬러 사이… 19세기를 대표한 ‘바이올린의 제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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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남자의 클래식 - 외젠 이자이

5세 무렵부터 바이올린 배워
24세에 당대 최고악단서 수석
무반주 소나타 등 작곡하기도
리스트·요아힘도 연주회‘직관’

가장 뛰어난 바이올리니스트가 누구냐는 질문에 ‘바이올리니스트의 왕’ 프리츠 크라이슬러는 이렇게 대답했다. “나의 우상은 요제프 요아힘도, 파블로 데 사라사테도 아닌 오직 한 분 외젠 이자이다.”

다소 생소한 이름일 테지만 18세기 ‘악마의 바이올린’ 파가니니와 20세기의 크라이슬러 사이, 19세기엔 ‘바이올린의 제왕’이라 불리는 사나이가 있었다. 그는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로서 당대의 명작곡가들로부터 작품들을 헌정 받았으며, 그 또한 작곡가로서 바흐 파르티타의 뒤를 이을 만한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를 남기기도 했다. 비르투오소(거장 명연주자)이자 작곡가, 또 교육자이자 지휘자였던 벨기에 출신의 외젠 이자이(1858~1931·사진)다.

이자이는 벨기에의 리에주에서 태어났다. 그는 아마추어 바이올리니스트였던 아버지로부터 5세 무렵부터 바이올린을 배우기 시작해 7세가 되던 해 리에주 음악원에 입학했다. 10세가 되던 1868년,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고 스승과의 관계도 나빠지자 이자이는 음악원을 나와 아버지의 오케스트라에서 연주하며 독학하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을 어귀에서 혼자 바이올린을 켜고 있던 이자이에게 한 남자가 다가왔다. 바로 벨기에의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앙리 비외탕이었다. 비외탕은 이자이에게 거리의 악사 대신 브뤼셀 음악원에서 실력을 쌓아 전문연주자의 길을 걸을 것을 권한다. 15세가 되던 1873년, 이자이는 비외탕의 추천으로 브뤼셀 음악원에 입학해 헨리크 비에니아프스키를 사사했고 졸업 후에는 파리로 건너가 비외탕에게 2년간 더 사사하게 된다. 24세가 되던 1882년, 이자이는 당시 최고의 오케스트라였던 베냐민 빌제 비어홀 관현악단(베를린 필하모닉의 전신)의 바이올린 수석으로 입단하며 커리어를 쌓기 시작한다. 그의 실력만큼이나 명성도 점점 높아졌는데 ‘피아노의 신’ 프란츠 리스트나 ‘활의 황제’ 요아힘 같은 대가들도 이자이의 연주를 직접 듣기 위해 베를린을 찾을 정도였다.

리스트의 라이벌이자 당대 최고의 피아니스트였던 안톤 루빈시테인의 권유로 이자이는 그와 함께 러시아와 스칸디나비아로 콘서트 투어를 떠나게 된다. 25세가 되던 1883년 투어를 마친 이자이는 파리로 다시 돌아왔고, 그 이듬해인 1884년 파리의 콜론 관현악단과 독주자로 협연하며 파리에서의 성공적인 데뷔 무대를 갖는다. 위상이 높아진 이자이는 클로드 아실 드뷔시, 카미유 생상스, 세자르 프랑크 등 당대의 명작곡가들로부터 수많은 작품을 헌정 받게 된다. 28세가 되던 1886년엔 벨기에 브뤼셀 음악원의 교수로 초빙돼 후학 양성에도 열정을 쏟았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안우성 남자의 클래식 저자

작곡가이기도 했던 이자이는 바이올린을 위한 작품들을 비롯해 6곡의 무반주 첼로 소나타(Op.28), 오페라 ‘피터와 광부’ 등 여러 작품을 남겼지만, 그중 1924년에 발표한 ‘6개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Op. 27’이 가장 유명하다.

안우성 남자의 클래식 저자

오늘의 추천곡 - ‘바이올린 소나타, Op 27’

외젠 이자이의 대표작이자 20세기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의 걸작이다. 원숙한 표현과 난해한 테크닉이 요구되는 작품으로 바이올리니스트들의 공연과 음반, 콩쿠르의 단골 레퍼토리이기도 하다.

이자이는 당대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 6명(조지프 시게티, 자크 티보, 제오르제스 에네스코, 프리츠 크라이슬러, 마티외 크릭붐, 마누엘 키로가)에게 헌정할 것을 염두에 두고 각 연주자의 개성과 주법을 고려해 작곡했다.

바흐와 낭만주의, 20세기 음악 어법이 공존하는 작품으로 바이올리니스트들이 보여줄 수 있는 힘과 테크닉, 표현력 모두를 작품에 녹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