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북핵 제재 ‘충격과 공포’ 전략 펼 때다

  • 문화일보
  • 입력 2022-04-08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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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숙 논설위원

자유 진영 핵폭탄급 對러 제재
전범 푸틴의 질주 제어에 역할
反독재 제재연대 유용성 확인

중·러 엄호 속 核 개발 김정은
해법은 러시아型 초강력 제재
尹 ‘한국 젤렌스키’로 나서야


우크라이나 전쟁 후 완전히 다른 세상으로 진입한 듯하다. 블라디미르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탈냉전 세계화 시대가 종식되고 자유 진영과 독재 진영이 대결하는 신냉전 시대로 들어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유엔특별총회의 러시아규탄결의안 때 한국과 미국, 유럽 등 141개국은 찬성, 중국·인도 등 35개국은 기권, 북한·시리아·에리트레아·벨라루스는 러시아 편에서 ‘독재의 5대 축’이 됐는데 이 구도가 신냉전 시대 뉴노멀로 굳어질 가능성이 크다.

푸틴의 침공 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힘을 못 쓰자 미국은 유럽연합(EU)과 공조해 러시아 제재를 단행했다. 침공 이틀 만에 러시아 은행을 국제은행간결제시스템(SWIFT)에서 배제하는 제재를 단행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역사적으로 가장 광범위하고 강력한 제재”라고 했을 정도로 위력이 큰 ‘충격과 공포(shock and awe)’식 제재가 군사작전처럼 진행됐다. 핵폭탄급 제재로 1조 달러 이상의 러시아 자산이 동결됐고 루블화는 폭락했다. 세계 11위 경제국이 파산 위기에 내몰리며 러시아는 전의를 상실한 기색이 역력하다.

‘충격과 공포’식 제재는 자유 진영이 전례 없는 결의로 단결했기에 가능했다. 러시아가 비토권으로 안보리 제재를 막자 미국은 주요 7개국(G7)을 주축으로 강력한 제재안을 밀어붙였다. 바이든의 리더십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푸틴의 일방적 승리로 끝날 것이란 예측을 뒤엎고 전세를 역전시키는 기적을 이뤄냈다. 초강력 대러 제재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를 중심으로 한 우크라이나인들의 반러 항전을 북돋는 역할을 했고, 푸틴 독재에 맞서 싸우는 우크라이나인들을 돕자는 국제 여론도 거세지고 있다.

자유 진영의 초강력 대러 제재는 북핵 문제에도 적용할 수 있다. 제재의 유용성을 재확인시켜줬기 때문이다. 안보리는 북한의 1차 핵실험 후 대북결의 제1718호 등 10개의 결의를 채택했다. 북한의 육·해·공 돈줄 차단과 화물 검색, 무기·석탄·광물 금수 등이 담긴 결의가 제대로 이행됐다면 핵·미사일 개발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중·러가 미사일 부품 조달 뒷배 노릇을 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제재 허물기에 주력했다. ‘핵 포기를 이끌 제재 완화가 필요하다’는 궤변을 늘어놓아 ‘김정은 대변인’ 아니냐는 지적까지 받았다.

과거 노무현-조지 W 부시 대통령 때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상대로 북핵 폐기 협상을 진행한 바 있다. 크리스토퍼 힐 동아태 차관보가 전면에 나서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과 끝장 협상을 했지만, 북한은 영변 냉각탑 폭파에서 멈췄다. 더 이상 협상 쇼는 하지 않겠다는 신호였다. 문 정부는 ‘북한 달래기’로 핵 포기를 끌어내려 했다. 대북전단금지법을 만들고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럴수록 북한은 더 안하무인 행태를 보이며 핵 개발을 가속화했다. 협상으로도, 유화책으로도 비핵화를 이룰 수 없다는 쓰디쓴 교훈을 남긴 것이다. 그런 만큼 북핵의 평화적 해결 최후 수단인 제재를 제대로 해볼 필요가 있다.

문 정권이 김정은의 비핵화 사기극에 장단을 맞추느라 핵 위협은 커지고 제재 틀은 허물어졌지만, 절망하기엔 아직 이르다. 북한 편인 중·러 반대로 안보리 추가 결의는 어렵다 해도 우리에겐 10개의 결의가 있다. 자유 진영이 대북 결의 이행을 제대로 감시한다면 북한의 핵·미사일 추가 도발을 막을 수 있다. 미 상원이 최근 중국이 대북 제재를 위반하며 북한 지원에 나설 경우 처벌하는 세컨더리 보이콧 법을 통과시킨 것도 고무적이다. 우리도 이 같은 세컨더리 보이콧을 도입해 대북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

아울러,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이어 핵실험으로 레드라인을 넘는다면 ‘충격과 공포’식 대북 제재에 나서며 동맹·자유 진영과 제재 공조를 강화해야 한다. 젤렌스키가 미·영 의회에 이어 안보리 화상 연설을 통해 러시아의 만행을 폭로하며 지원을 호소했던 것처럼, 윤석열 당선인도 “평화와 자유를 위한 대북 제재에 동참해 달라”고 국제사회에 호소해야 한다. 우크라이나인들의 치열한 항전이 독재자 푸틴의 질주를 저지하는 자유 진영의 전면적 제재 패키지를 끌어냈듯이 북핵 폐기 국제 제재 연대 구축도 결국 우리의 결의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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