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과 칼은 땅바닥에 버린다”… 젤렌스키의 꿈도 이와 같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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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철환의 음악동네 - 무라카미 하루키가 선곡한 ‘反戰 노래’

올봄에 열린 두 번의 시상식은 의외의 화제성으로 주목받았다. 다른 게 있다면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윌 스미스의 ‘한 방’으로 빛이 바랜 반면 제64회 그래미상 시상식은 무력 없는 스피치 ‘한 방’으로 빛을 발했다는 점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화상연설로 “우크라이나에서는 음악가들이 방탄복을 입고 병원에서 노래 부른다”며 “폭탄이 남긴 침묵을 당신들의 음악으로 채워 달라”고 요청했다.

음악이 음악 이상의 존재임을 증언한 또 한 명의 유명인사는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사진)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국제장편영화상을 수상한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드라이브 마이 카’는 원작이 무라카미의 단편소설(연작소설집 ‘여자 없는 남자들’의 첫 번째 작품)이면서 비틀스의 노래 제목이기도 하다. 가사는 영화의 내용과 무관하다. ‘내 차를 운전해줘. 난 스타가 될 거니까.’ 그러곤 유쾌한 긍정으로 일관한다. ‘지금은 차가 없지만 기사(너)는 구했으니까 이제 시작만 하면 되지 뭐.(But I’ve found a driver, that’s a start)’

비틀스의 노래 제목에서 따온 무라카미 소설은 또 있다. 한때 ‘상실의 시대’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소설 ‘노르웨이의 숲’(Norwegian Wood)이 그렇다. 가사 속에 숲에 대한 묘사는 전혀 없다. 우연히 만난 상대가 자기 방을 보여주며 노르웨이산 가구를 자랑하는(She showed me her room. Isn’t it good? Norwegian Wood) 걸로 시작해 이어지는 장면들은 점입가경. 결국 욕조에서 잠이 들었다가 깨어보니 혼자더라(sleep in the bath and when I woke, I was alone)는 가사 내용이 검열관의 심기를 거슬렀는지 우리나라에선 한동안 금지곡이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주철환 프로듀서·작가·노래채집가

도쿄FM이 스페셜DJ(3월 18일)로 무라카미를 초빙했다. 작가는 마이크 앞에 앉은 이유를 자문자답으로 함축했다. “음악이 전쟁을 중단시킬 수 있을까. 아마 어려울 것이다. 그렇지만 음악을 듣는 이들에게 전쟁을 멈추게 해야 한다는 생각을 불러일으킬 수는 있다.” 그러면서 엄선한 11개의 노래를 들려주며 해설했다. 존 레넌의 ‘이매진’(Imagine)과 밥 딜런의 ‘바람만이 아는 대답’(Blowin’ in the Wind)도 리스트에 포함됐다. 첫 곡으로 제임스 테일러의 ‘네버 다이 영’(Never Die Young)을 고른 건 ‘어른들이 만든 전쟁에서 젊은이가 죽는 일’만은 막아보자는 뜻이리라. 이어서 미국의 혼성 4인조 포크밴드 더 위버스의 ‘어젯밤 난 최고로 이상한 꿈을 꾸었어’(Last Night I Had the Strangest Dream)를 소개했는데 이 곡은 시대 배경이 한국전쟁이다. 그런데 왜 최고로 이상한 꿈인가. 그야말로 꿈에서나 이루어질 법한 비현실적 내용들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가 전쟁을 끝내기로 동의하고(the world had all agreed to put an end to war) 다시는 싸우지 않겠노라 서류에 서명하며(And the paper they were signing said they’d never fight again) 총과 칼과 유니폼은 땅바닥에 버린다.(And guns and swords and uniforms were scattered on the ground) 젤렌스키의 꿈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더 위버스 초기 멤버 중 피트 시거(1919∼2014)는 반전가요 ‘꽃들은 어디로 가나’(Where Have all the Flowers Gone)의 창작자이기도 하다.

‘이상한’ 꿈을 계속 꾸고 그 꿈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그건 더 이상 이상한 꿈이 아닐 것이다.

‘이매진’에서 내가 눈을 감고 따라 부르는 부분도 바로 여기다. ‘그대가 나를 몽상가라 부를지라도(You may say I’m a dreamer) 하지만 난 혼자가 아니랍니다.(But I’m not the only one)’

작가·프로듀서·노래채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