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혈 대신 눈물로… 렌즈만 끼면 내 혈당 실시간 체크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그래픽 = 권호영 기자

■ Science - 포스텍 연구팀, 혈당 측정 스마트 콘택트렌즈 개발

매일 2~4회 채혈 필요 없어
센서가 저·고혈당 모두 측정
응답시간은 기존의 절반 불과
난치성 질환에도 활용 가능

소변·침 등으로 당뇨 판별
KBSI, 자가진단키트 개발

눈물과 소변, 침으로 당뇨병을 손쉽게 진단하는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잇달아 개발됐다. 현재 가장 대중적으로 쓰이는 개인의 자가 진단 분석기는 손가락을 바늘로 찔러 나오는 피를 혈당(血糖) 센서로 측정하는 침습(侵襲·invasive) 방식이다. 혈당 수치를 관리하기 위해 하루 2∼4회 채혈 스트레스를 견뎌야 하는 단점이 있다. 특히 잦은 채혈로 인한 통증, 감염이 부담스러운 영유아, 노약자, 중증환자 등에게 혈액 기반의 진단법은 사용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얼마 전 눈물 속의 당을 분석해 당뇨병을 진단하는 구글 렌즈의 콘택트렌즈 기술이 화제로 떠올랐지만, 당 센서의 민감도가 낮아 혈당과 누당(淚糖)의 상관관계 검증 불충분으로 임상시험이 중단된 바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연구진이 실시간으로 혈당을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는 스마트 콘택트렌즈를 새롭게 선보였다. 또 소변과 침 등 체액으로 당뇨를 진단하는 비침습적 고감도 자가진단 키트도 만들었다.

포스텍(포항공과대학교) 신소재공학과 한세광 교수, 김수경 박사, 통합과정 이건희 씨 연구팀은 미국 스탠퍼드대 제난 바오 교수, 화이바이오메드 신상배 박사와 공동으로 연속 혈당 측정용 스마트 콘택트렌즈를 개발했다. 지속적 채혈이 필요한 당뇨병 환자의 부담을 덜어 줄 것으로 기대되는 이번 연구성과는 세계적 학술지 ‘어드밴스트 머티리얼스(Advanced Materials)’에 표지 논문으로 선정됐다. 혈당 조절을 위해 정기적으로 약을 먹어야 하는 당뇨병 환자는 저혈당의 위험이 있는데, 고혈당뿐 아니라 저혈당에 의해서도 여러 합병증이 유발될 수 있어 저혈당과 고혈당을 모두 측정할 수 있는 당 센서가 필요하다.

연구팀은 다공성(多孔性) 고분자 하이드로젤에 바이메탈 나노 촉매를 채워 당 센서의 반응 속도와 민감도를 높였다. 금 나노 입자 표면에 백금 나노 입자를 성장시켜 만든 이(異)금속 나노 입자 촉매다. 새로운 당 센서는 적은 눈물도 잘 스며들 수 있도록 작은 구멍이 수없이 뚫린 하이드로젤에 바이메탈 나노 촉매와 당산화효소를 충진해 제작했다.

우선, 포도당이 포함된 눈물이 다공성 하이드로젤에 신속하게 흡수되면서 당산화효소와 반응하고, 이때 생성되는 전자의 이동으로 전류 변화가 생긴다. 젤 내부의 바이메탈 나노 촉매는 당 산화 반응을 빠르게 활성화함으로써 혈당을 실시간으로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게 해준다. 연구 결과, 렌즈에 장착된 당 센서의 응답시간은 이전 렌즈의 절반 수준으로 빨라졌고 3주 이상 재현성 있게 고민감도 당 분석이 가능했다. 30마리 이상의 토끼 실험과 연구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도 분석한 눈물 속의 당 수치가 기존의 혈당 측정기로 잰 혈당 수치와 잘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세광 교수는 “이번에 개발된 스마트 콘택트렌즈 진단 시스템은 다양한 생체표지자(Biomarker) 분석에 적용 가능해 여러 난치성 질환의 진단에도 활용될 것으로 본다”며 “임상시험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당뇨 환자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중소벤처기업부, 한국연구재단, 미국국립보건원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이와 별도로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 소재분석연구부 최종순·한도경 박사 연구팀은 소변·타액 등 다양한 체액 검체로 당뇨병을 효과적으로 판별할 수 있는 비침습적 자가진단 키트를 개발했다.

KBSI 연구팀은 소변 등에 매우 적은 양으로 존재하는 당을 민감하게 검출할 수 있도록 효소 모사 촉매 활성을 가지는 백금 나노-고분자 기능성 복합 소재(PtNZ-Hydrogel)를 개발하고, 자가진단 당 검출 플라스틱 키트도 독창적으로 설계했다. 이를 통해 혈액·소변·타액에 존재하는 당을 15분 이내에 수 밀리그램 수준까지 손쉽게 검출할 수 있다. 특히 검출부의 색깔 변화를 관찰해 직관적으로 당뇨병 판별이 가능하도록 했다. 개발한 키트는 검출부 색이 변색되는 것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후 컴퓨터 무료 소프트웨어를 통해 검사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연구 성과는 분석기기·장비 분야의 권위 있는 학술지 ‘센서와 액추에이터(Sensors and Actuators B: Chemical)’지에 최근 게재됐다.

노성열 기자 nos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