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학생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 힘들어도 포기 안 해요”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12일 최유지(가운데) 광주선명학교 교사가 학교 교실에서 매듭팔찌 만들기 수업을 하고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 선생님 선생님 우리 선생님 - 광주선명학교 최유지 교사

교직생활 5년째 ‘눈높이 교육’
자전거타기 무서워하는 제자
체력 키우려 끝내 배우게 해
즐거워했던 순간 지금도 생생

힘 들땐 아이들에게 위안받아
철자 틀린 ‘힘네요’ 손글씨 감동

“장애 정도가 심하거나 심한 문제 행동을 보였던 학생들이라도 사랑과 진심을 다하면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오래 걸리더라도 분명…’이라는 믿음이 저를 다독이고 아무리 힘들어도 학생들을 포기하지 않도록 만들어요.”

광주 남구에 있는 공립특수학교 광주선명학교의 최유지(여·31) 교사는 장애인의 날인 20일 “정서적으로 어려움을 겪거나 마음을 꽁꽁 닫은 학생들과 진심으로 소통하기까지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 인격적인 만남을 지향하면 결국 나은 변화를 이끌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 교사가 근무하는 선명학교는 장애 학생들에게 맞춤형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립특수학교다.

최 교사는 모든 힘을 쏟아부어도 기대만큼 좋은 변화가 나타나지 않아 힘이 빠질 때도 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당장 눈에 띄는 결과가 없어도 희망을 잃지 않는다고 했다. 주어진 시간 동안 교사로서 몫을 다하면 반드시 학생들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실제 학생들이 바로는 아니지만 다음 혹은 그다음 선생님을 만났을 때는 좀 더 단단하게 성장한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며 “주변 사람들과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함께 살아가는 가치의 중요성을 꾸준히 교육해 훗날 건강한 어른으로 자랄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최 교사는 올해로 5년째인 교직 생활을 하는 동안 작지만 의미 있는 성취를 거뒀던 순간도 있었다며 일화를 소개했다. 자폐성 장애를 가진 탓에 감각이 유달리 예민하고 자전거 타기를 매우 무서워했던 제자가 있었다고 한다. 몸이 약한 제자를 운동시키기 위해 친한 친구들을 동원해 자전거 타기를 적극 권유해 보거나 아예 자전거를 고정시킨 뒤 연습하는 시간을 단계적으로 늘려보기도 했지만 별다른 소용이 없었다. 멈춰 있는 자전거 위에서는 박수를 치며 웃다가도 자전거가 움직이기 무섭게 두려움에 휩싸여 크게 소리치기를 반복했다.

최 교사는 당시 ‘노력해도 안 되는 일이 있구나. 고정된 자전거라도 타는 게 어디냐’고 지도를 포기하려 했다. 그러나 문제가 의외의 순간 너무도 쉽게 해결됐다. 최 교사는 “마지막 권유라고 생각하며 아이에게 움직이는 자전거를 타면 평소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주겠다고 했는데, 그간 맹렬히 거부했던 태도와 달리 너무 쉽게 승낙했다”며 “아이가 자전거를 타는 동안 해당 아이스크림 이름을 크게 외치며 즐거워했던 순간이 지금도 생생히 기억난다”고 미소를 지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8일 최유지(가운데) 광주선명학교 교사가 학교 교실에서 직접 기타 연주를 하며 학생들과 노래 수업을 하는 모습.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최 교사가 바쁜 업무에 쫓겨 며칠간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심신이 크게 지쳤을 때 되레 제자에게 위안을 얻었던 때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반 학생들에게 크고 작은 사건도 생겨 왈칵 눈물을 쏟고 싶은 날이었다고 한다. 그래도 수업을 미룰 수는 없어 힘든 몸을 추스르고 한 특수학급 학생과 한글 공부를 시작했다. 그런데 평소에도 눈치가 빠른 한 제자가 최 교사가 불러주던 단어들을 삐뚤빼뚤 적다가 갑자기 ‘선생님 힘네요’라는 말을 써서 건네는 게 아닌가. 비록 철자는 틀렸지만 최 교사에게는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그는 “아마 당시 학생이 내 감정을 읽었던 것 같다”며 “내가 아이들에게 사랑을 주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돌이켜보면 오히려 사랑을 받고 있던 때가 참 많았다. 바로 내가 이 일을 사랑하는 이유”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안타까운 제자도 있었다. 가정 문제 때문에 반복적으로 상처받았던 이 학생은 작은 일에도 주변에 강한 분노를 터뜨리고 자해 등 문제를 일으켜 선명학교로 쫓기듯 왔다. 최 교사와 처음 만났을 때부터 끊임없이 도전적 행동을 하기도 했다. 이 학생을 변화시키기 위해 학교 안팎으로 모든 노력을 기울였지만 결국 극적인 성과는 없었다고 한다. 그래도 학생이 보였던 작은 노력은 충분히 의미 있었다고 최 교사는 평가했다. 그는 “분노하는 아이의 모습 속에서 사실은 사랑받고 싶고 버림받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보였다”며 “약속한 것들을 지키려고 애쓰던 모습이 눈에 선한데, 살면서 ‘너는 따뜻한 심성과 세심한 관찰력으로 주변을 챙길 줄 아는 멋진 사람’이라는 내 격려를 떠올렸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최 교사는 “학생들과 지지고 볶고, 울고 웃는 소소한 삶의 과정에서 서로 소중한 의미가 되고 인격적 만남도 이뤄지지 않나 싶다”며 “여전히 서투르고 배울 것이 한참 많지만 진심을 다해 아이들과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교사가 되고 싶다. 훗날 제자들에게 ‘나를 참 많이 사랑해줬던 선생님’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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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선생님 우리 선생님’은 교권 회복과 아동이 행복한 환경 조성을 위해 문화일보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공동기획으로 진행하는 연중캠페인입니다.


최준영 기자 cjy3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