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세 고이즈미 “‘원전 제로’ 호소 강연은 이제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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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피플

건강 악화 우려에 중단 선언
올해도 강연 의뢰 3건 거절

“‘원자력발전소 제로’ 호소 강연 활동을 그만두기로 했다. 언제 건강 상태가 나빠질지 모르니까.”

올해 80세인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사진) 전 일본 총리가 9년간 일본 각지에서 진행해 온 ‘원전 제로’ 강연 활동을 중단했다. 건강 때문이다. 일본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고이즈미 전 총리는 지난 3월 말 “건강이 나빠지면 약속한 강연회에 못 갈 수도 있는데, 이는 미안한 일이기에 더는 강연을 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고이즈미 전 총리는 올해도 강연 의뢰 3건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1~2006년 ‘장수’ 총리를 지낸 고이즈미 전 총리는 2009년 67세의 나이로 정계에서 은퇴한 뒤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사고를 계기로 원전 반대파로 입장을 선회해 활발히 활동해왔다. 2013년부터 탈원전을 주장하는 강연을 펼치기 시작했고, 이에 대해 아사히는 “집권 자민당 수장으로 총리를 지낸 보수 정치인이 탈원전 운동에 참여하며 진보 담론으로 여겨지던 탈원전 운동의 폭이 넓어졌다”고 평했다. 또 고이즈미 전 총리는 지난 2월에도 원전 개발 지원을 추진하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 5명의 전직 총리와 함께 “후쿠시마 사고로 많은 아이가 갑상선암으로 고통받고 있다. 탈탄소와 탈원전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는 반대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2002년 9월 17일 일본 총리로는 최초로 평양을 방문해 북·일 평양선언을 채택한 인물로, 2008년 9월 정계에서 은퇴했다.

김선영 기자 sun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