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탈원전 등 ‘문재인표 정책’ 줄줄이 뒤집는다

폐지 논란 일었던 자사고·외고도 유지
윤 “기업 규제 풀 수 있는 건 다 풀겠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약속과 민생의 행보’ 일환으로 전남 영암 대불국가산업단지를 방문,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뉴시스·인수위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이 새 정부 출범 20여 일을 남겨두고 ‘탈원자력발전’ 등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을 뒤집는 방침을 속속 밝히고 있다. 문재인 정부와 달리 새 정부는 각종 규제 완화와 정부 역할 축소를 통해 민간·기업의 활동을 활성화한다는 밑그림을 제시하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20일 과학기술교육분과 브리핑에서 ‘원전 계속운전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윤석열 정부는 원전의 ‘계속운전’ 신청 시기를 설계 수명 만료일 최대 10년 전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원전의 계속운전은 운영 허가 기간이 만료된 원전이더라도 안전성 기준을 일정 수준 충족하면 폐로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현재 계속운전 신청시기는 설계수명 만료 2∼5년 전까지다. 그러나 이를 확대하면 신규 발전소 건설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인수위는 “문재인 정부의 비정상적 탈원전 정책을 정상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수위 구상에 따르면 최대 18개 원전의 수명이 연장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인수위 과학기술교육분과는 자율형사립고와 외국어고, 국제고를 일반고로 전환하지 않고 현행대로 유지하는 방안도 국정과제로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자사고 등이 고교 서열화를 부추긴다며 이들 유형의 고교를 폐지하는 정책을 추진해 왔다. 지난 2019년 자사고에 대한 재지정 평가에서 전국 10곳을 지정 취소하고, 자사고 등을 오는 2025년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도록 하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2020년 개정했다. 그러나 자사고들이 제기한 행정소송 1심 재판에서 법원은 자사고 측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문재인 정부가 지난 2020년부터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따라 유지해 오던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방역조치를 마무리하고 이르면 올 상반기 중 완전한 일상회복으로 돌아가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에 대해서도 인수위 측은 반대 입장을 드러냈다. 신용현 인수위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여전히 하루 10만 명의 확진자와 1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한다”며 “많은 전문가는 방역조치 완화가 한꺼번에 이뤄져 자칫 방역 긴장감이 사회 전반적으로 약화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확진자 격리 방침이 의무에서 권고로 바뀌는 것에 대해서도 “4주간 이행기를 거쳐 5월 말 격리를 완전히 해제한다고 일정을 정하는 것은 상당히 성급한 접근”이라고 덧붙였다. 인수위 측은 이 같은 방역완화 일정이 확정되지 않도록 현 정부 측에 의견을 전달한 상태다.

한편 윤 당선인은 이날 시작한 호남 방문 일정 중 전북 전주시 국민연금공단을 찾아 “제 임기 중 풀 수 있는 규제는 다 풀겠다”며 “우리 국민이든, 외국인이든, 해외 기업이든 우리나라에서 마음껏 돈을 벌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결국 기업은 주인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기업이 크면 주주도 돈 벌고 그곳 근로자들도 함께 행복해진다”며 “우리(정부)는 세금만 받으면 된다. 그렇게 안전망을 구축하고 복지 정책을 펴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전남 영암의 조선 산업단지인 대불국가산업단지를 방문한 자리에서 윤 당선인은 “정부 역할은 기업인들을 방해하는 걸림돌과 규제를 제거하는 것”이라며 “새 정부는 국민과 기업이 열심히 돈을 벌겠다고 하는 것에 대해 무조건 지원해줘야 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일하겠다”고 강조했다.

박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