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 이어준 다리 역할… 15가지 키워드로 정리한 ‘X세대’ 정체성

■ 다정한 개인주의자│김민희 지음│메디치미디어

X세대. 한때 신세대를 뜻하는 대명사였다. 미지수 X. 무엇 하나로 규정짓기 힘든 변수다. 그래서 그들은 삶의 방식도, 행동 양식도 기성세대와는 달랐다.

하지만 오늘날 X세대는, 밀레니엄 이후 출생한 요즘 MZ세대의 시선으로 바라볼 때 또 다른 ‘꼰대’가 됐다. 도대체 X세대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리고 X세대를 꼰대로 보는 시선은 온당한가? 20일 출간된 ‘다정한 개인주의자’는 X세대의 일원으로 살아온 1975년생 필자가 돌아본 X세대 보고서이자 반성문 혹은 러브레터다.

‘다정한 개인주의자’는 1970년대생(1970∼1979)을 X세대로 규정한다. 이 세대를 둘러싼 평가는 많았다. 자유분방하고 개성 강한 신인류, 하나로 규정하기 어려운 개인주의 첫 세대, 외환위기(IMF)의 직격탄을 맞은 세대 등. 하지만 필자는 이를 두고 “타 세대에 의해 규정되고 언급된 제3자의 시각”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개인주의 첫 세대, 문화 개척자 세대, 탈정치 세대, 디지털 첫 세대, 직장맘 세대, 탈권위 세대 등 X세대의 진짜 정체성과 경쟁력을 15가지 키워드로 정리했다.

그룹 방탄소년단(BTS)과 넷플릭스 ‘오징어게임’과 ‘킹덤’ 등으로 대변되는 K-컬처의 진짜 출발점을 X세대로 분석한 점은 흥미롭고 설득력 있다. 기획형 아이돌 가수들이 처음 등장한 1990년대는 대중문화의 르네상스라 볼 수 있다. 아울러 나우누리, 천리안 등 PC통신을 통해 ‘비대면 소통’을 선구했다. ‘문화 대통령’이라 불린 서태지를 경험하고 ‘실미도’가 1000만 영화 시대를 여는 것을 지켜보며 문화의 힘을 체득한 X세대들은 이제는 K-콘텐츠를 만든 주역이 됐다고 필자는 웅변한다. 그러면서 BTS의 산파 역할을 한 하이브 방시혁 의장, ‘오징어게임’을 연출한 황동혁 감독, ‘강남스타일’을 부른 가수 싸이를 비롯해 JYP, YG엔터테인먼트의 수장인 박진영, 양현석 모두가 1970년대에 태어난 X세대임을 강조한다.

왜 제목이 ‘다정한 개인주의자’일까? 이는 차가운 느낌을 주는 개인주의적 성향의 X세대들이, 기실 위 세대와 아래 세대를 부드럽게 잇는 교량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아울러 신세대다운 철학과 에너지로 사회 곳곳을 변화시켰듯, 이 사회의 ‘허리’로서 위 세대를 밀고 아래 세대를 끌며 여전히 할 일이 많고 은근히 주변을 챙기는 세대임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제목이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