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로 떠난 ‘감성마을 촌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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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이외수 투병 끝 별세
‘트위터 대통령’으로도 불려

“마치 밀린 잠을 청하듯 평온하게 눈을 감으셨습니다. 지금이라도 깨우면 일어나실 것 같은데….”

25일 별세한 이외수 소설가의 장남 한얼 씨가 26일 새벽 SNS를 통해 고인의 마지막 모습을 전했다. 그는 고인이 “가족들이 모두 임종을 지켜보는 가운데 외롭지 않게 떠났다”며 “존버의 창시자답게 재활을 정말 열심히 했는데 하늘의 부름을 받은 게 너무 안타깝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러분들이 보내준 기도가 사랑이 되어 (고인의) 가슴에 가득 채워졌을 테니 따뜻한 가슴으로 포옹할 수 있을 것”이라며 독자들로부터 받은 위로와 격려에도 감사의 말을 전했다.

7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고인은 2014년 위암 수술을 받고 회복했으나 2020년 뇌출혈로 쓰러져 투병 중이었다. 올해 초 코로나19에 감염됐으며, 최근 폐렴을 앓아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다가 숨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1946년 경남 함양에서 태어난 고인은 2006년부터 세상을 뜰 때까지 강원 화천군 감성마을에 살며 ‘감성 촌장’으로 불렸다. 1965년 춘천교대에 입학했으나 1972년 중퇴, 강원일보 신춘문예와 ‘세대’지 신인문학상 수상으로 등단했다. 1978년 출간한 첫 장편소설 ‘꿈꾸는 식물’은 몰락과 상실을 경험한 청년의 인생을 섬세하게 그려냈으며, 고인의 소설 세계를 구축한 결정적인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이후 소설 ‘들개’ ‘칼’ ‘장수하늘소’, 시집 ‘풀꽃 술잔 나비’ ‘그리움도 화석이 된다’, 에세이 ‘하악하악’ ‘청춘불패’ 등을 펴내며 집필 활동을 이어왔다.

고인은 솔직한 입담으로도 유명했는데, 예능 프로그램과 시트콤 등을 넘나들며 대중적 인지도를 쌓았고 문화계 전반에서 활동했다. 특히, 에세이 ‘하악하악’에서 ‘존버’(‘존재하기에 버틴다’ 준말)라는 말을 처음 사용한 ‘존버 정신’의 창시자였으며, 170여만 명의 팔로어를 보유한 트위터에서는 정치적 발언도 서슴지 않아 ‘트위터 대통령’으로 불렸다. 빈소는 춘천 호반병원장례식장에 마련됐으며, 오일장으로 치러진다. 유족으로는 부인 전영자 씨, 아들 이한얼·진얼 씨가 있다. 발인은 29일.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