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관 씌우고 메달 주고… ‘투명인간’ 취급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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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2-04-26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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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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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올해 프로야구는 더그아웃에서 독특한 홈런 세리머니가 새로운 볼거리로 자리 잡았다. 왼쪽은 왕관을 쓴 키움 야시엘 푸이그, 오른쪽은 메달을 목에 건 한화 임종찬. 키움 · 한화 제공


■ 정세영 기자의 베이스볼 스펙트럼 - 이색 홈런 세리머니

키움, 홈런 치고 나면 대관식
한화‘홈런 주인공’목걸이 줘

선수들이 직접 아이디어 내
기 북돋우는 축하에 웃음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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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런은 ‘야구의 꽃’에 비유된다. 순식간에 분위기를 바꾸며 팀에 승리를 가져다주는 무기다. 그래서 야구팬들은 홈런에 환호한다.

그런데 2022 신한은행 쏠(SOL) KBO리그에선 홈런을 치고 더그아웃에 들어온 선수가 동료들과 펼치는 세리머니가 야구팬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올해 키움은 홈런을 때린 뒤 위풍당당하게 더그아웃으로 걸어들어오는 선수에게 황금 왕관을 씌워주고 왕홀(왕권을 상징하는 지휘봉)을 건네고 있다. ‘대관식’이 끝나면 더그아웃에선 박수갈채가 쏟아진다. 왕관엔 키움의 대문자 이니셜인 ‘K’가 적힌 야구공이 달려 있고, 왕관 안쪽의 천은 키움을 상징하는 버건디색(짙은 와인색)으로 꾸며져 있다. 이 왕관은 선수들이 직접 아이디어를 냈고, 3D프린트 업체에 다니는 한 팬의 도움을 받아 제작했다. “이왕이면 왕홀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일부 선수의 의견이 더해졌다.

키움은 원정경기에서도 대관식을 치른다. 홈과 원정에서 모두 사용되는 왕관과 왕홀을 신줏단지 모시듯 가지고 다닌다. 왕관과 왕홀은 전용 케이스가 있으며, 관리는 구단 통역의 몫이다. 키움에선 이정후와 외국인 타자 야시엘 푸이그가 대관식 단골손님이다. 이정후는 25일까지 4개의 홈런포를 날려 팀 내 1위에 올라 있다. 이정후에 이어 푸이그가 3홈런으로 팀 내 홈런 2위다. 이정후는 “왕관을 쓰는 것도 물론 재미있지만 이로 인해 선수들이 하나로 모여 즐긴다는 점이 더 좋았다”고 웃었다. 최근 키움은 왕관 대신 ‘가발’을 대관식에 사용 중이다. 지난 12일 홈런포를 날린 푸이그를 축하하는 과정에서 왕관이 떨어져 윗부분이 부서졌기 때문. 선수들은 왕관이 고쳐질 때까지 당분간 빨간색 가발을 쓰기로 했다.

한화도 독특한 홈런 세리머니를 진행 중이다. 홈런을 친 선수들에게 특별한 메달을 제공한다. 이 메달엔 “OUR(MY) TIME IS COME(내 시간이 왔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팀 슬로건인 ‘OUR TIME HAS COME’ 문구 중 OUR에 MY를 덧붙여 “홈런 주인공의 시간이 왔다”는 의미를 담았다. 한화 내야수 이원석은 “경기 후 목걸이를 걸고 있는 사진을 보니 그 상황만큼은 주인공이 된 것 같았다. 팀이 승리하는 장면에서 목걸이를 걸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한화의 홈구장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선 특별한 홈런 축하 퍼포먼스도 열린다. 한화 선수가 홈런을 날리면 메인 전광판 우측 관중석 상단에 설치된 대형 로켓 조형물 ‘누리호’가 발사된다. 이 퍼포먼스는 우주 산업 개발에 참여한 모그룹의 의지가 반영됐다.

‘투명인간’ 세리머니도 있다. 새로 이적한 선수나 신인이 홈런을 치고 들어오면 더그아웃에서 모른 체하는 것이다. 지난 17일 창원 NC전에서 홈런을 날린 KIA의 나성범이 홈런을 치고 들어오자 선수들은 아무런 반응을 해주지 않았다. 나성범은 지난겨울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어 NC에서 KIA로 이적했다. 동료들의 무관심에 당황한 나성범은 머쓱한 표정으로 혼자 세리머니를 진행했다. 물론 선수들이 모른 체할 리 없었다. 나성범의 개인 세리머니가 끝나길 기다렸던 KIA 선수들은 우르르 몰려가 축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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