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화성법에 반발한 천재… 佛 인상주의 음악 창시하고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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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남자의 클래식 - 드뷔시

피아노 수업보다 작곡에 흥미
이상적 음 조합·배열 공부 않고
기존에 없던 화음의 조합 추구

1894년 근·현대 음악 첫 작품
‘목신의 오후에의 전주곡’ 발표

제멋대로인 천재 작곡가가 있었다. 하지만 명성이나 업적과는 달리 학창시절의 그는 그야말로 전형적인 불량 학생이었다. 피아노 과제 곡을 연습해야 할 시간에 하이든이나 모차르트의 현악사중주곡을 제멋대로 피아노곡으로 편곡해 연주하기 일쑤였고 바로크 작곡가인 바흐의 작품에 감정을 잔뜩 실어 낭만주의풍으로 바꿔 연주하길 좋아했다. 바로 프랑스 인상주의 음악의 창시자이자 완성자인 아실 클로드 드뷔시(1862∼1918)의 이야기다.

9살의 드뷔시는 전쟁의 피란 통에 프랑스 칸의 고모 집으로 보내졌다. 그곳에서 처음으로 피아노를 접하게 된 드뷔시는 피아노를 배운 지 겨우 1년 만에 프랑스 음악의 본진인 파리음악원에 당당히 합격하게 된다. 10살의 드뷔시는 입학한 지 또 1년 만에 그 어려운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을 협연할 정도로 천부적인 재능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하지만 실력과는 달리 학업 태도는 썩 좋지 못했다. “나에게 피아노 수업은 강제노동이야”라고 늘 투덜거렸다고 하니, 그는 불성실을 넘어 수업을 거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왜냐하면 이때부터 드뷔시는 틀에 박힌 피아노 수업 대신 자신의 스타일대로 자유롭게 창작할 수 있는 작곡에 더 흥미를 갖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곡과로 전과한 후에도 드뷔시의 수업 태도는 별반 다르지 않았다. 전 세계 공통으로 작곡과 학생이라면 누구나 화성법을 배워야 한다. 화성법이란 이상적인 음의 조합과 배열을 공부하는 것인데 드뷔시는 화성법의 수업에서도 작곡의 규칙을 따르지 않았다. 한마디로 듣지도 보지도 못한 괴이한 화음의 조합을 제멋대로 갖다 붙이는 식이었다. 20살의 드뷔시는 프랑스 예술가의 국가고시와도 같은 ‘로마대상’의 작곡부문에 응시한다. 1882년의 첫 응시에는 보기 좋게 예선에서 탈락했다. 그가 출품한 작품에 이상하고 불편한, 무질서한 화음들이 너무 많다는 게 심사위원들의 이유였다. 그러자 드뷔시는 그 이듬해, 이번엔 심사위원들이 좋아할 만한 틀에 박힌 작품을 출품한다. 그렇게 대충 작곡한 작품은 1883년엔 2등상을, 그리고 그다음 해인 1884년엔 칸타타 ‘탕아’라는 작품으로 ‘로마대상’ 1등 수상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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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5년 드뷔시는 부상으로 유학길에 올랐고 로마 메디치 빌라에 거처를 두고 이탈리아의 여러 곳을 여행하며 공부했다. 하지만 이 환상적인 유학 환경에도 불구하고 제 발로 2년 만에 조기 귀국한다. 더 이상 배워야 할 새로운 것이 없다는 게 이유였다. 1889년 파리에서는 만국박람회가 열렸다. 드뷔시는 이곳에서 아시아 음악과 자바 음악을 듣게 되고 지금껏 접하지 못했던 새로운 스타일에 크게 경도된다. 그는 기존의 서유럽 음악에 회의를 갖게 되고 자신만의 새로운 작풍에 확신을 갖고 꾸준히 펼쳐 나가기 시작한다. 1893년 드디어 드뷔시 최초의 걸작이라 할 수 있는 ‘현악사중주곡 G단조’를 완성했고 다음 해에는 근현대 음악의 시작을 예견한 걸작 ‘목신의 오후에의 전주곡’을 연이어 발표하며 자신만의 스타일, 인상주의 음악을 확고히 구축하는 데 성공한다. 1902년엔 오페라 ‘펠레아스와 멜리장드’의 발표와 함께 명성을 떨치게 되고 드디어 그의 인상주의적 음악 작풍은 그 가치를 인정받게 된다.

안우성 남자의 클래식 저자


오늘의 추천곡 - 달빛

1890년 28살의 드뷔시가 이탈리아 베르가모 지역을 여행하며 받았던 영감을 모아 작곡한 곡으로 드뷔시의 대표작이자 대중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이다.

‘달빛’은 총 4곡으로 구성된 ‘베르가마스크 모음곡’에 수록된 세 번째 곡으로, 아직 드뷔시의 인상주의적 작풍이 완성되지 않은 시기이지만 인상주의 음악의 태동이 들려온다.

단아한 악상으로 우아하게 자아내는 선율은 마치 호숫가에 부서지는 달빛을, 듣는 것이 아닌 마치 한 폭의 그림을 보는 것 같은 감상을 갖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