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비 넘기고 격리 끝낸 어머니…함께할 시간 내어 주셔서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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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합니다 - 나의 어머니에게

올봄에 핀 꽃은 유독 색깔이 진하고 선명하게 보인다. 가지를 흔드는 바람, 잎에 내리는 차가운 서리, 뿌리를 더듬어도 보이지 않는 물줄기, 그런 벽을 넘어서 피어난 꽃은 얼마나 대단한가? 아마도 힘든 시간을 견뎌내려고 저를 더 견고히 다져야 하지 않았을까? 그러한 눈에 보이지 않는 일들을 우리에게 설명해 주려고 제 색을 더 드러내지 않았을까?

전염성이 강한 오미크론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어머니를 가까이 볼 수 없었던 지난 3월. 내가 할 수 있는 건 어머니 집 현관에 어머니가 드실 음식들을 두고 전화로 알려드리는 것이었다.

하루는 어머니의 모습을 멀리 떨어져서라도 보고 싶었다. 어머니의 식탁에 모락모락 김을 피워 올릴 국과 반찬들 뚜껑에 서린 김이 서서히 물방울로 떨어질 때쯤 똑똑 물방울 소리를 들으셨는지 어머니는 천천히 현관문을 여셨다.

저 문은 어머니가 계시는 곳과 내가 있는 곳 그 두 곳을 항상 이어주는 문이었는데, 코로나19라는 현실에선 두 곳을 가르는 벽이 되어 있었다. 현관문을 멀찍이 떨어져 지켜보는 일은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조용히 열리는 문에서 점점 새어 나오던 불빛이 평소 같으면 따스하게만 느껴졌겠지만 봄볕 아래 갑자기 드는 한기처럼 어머니에 대한 걱정과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을 도드라지게 하는 그런 불빛이었다.

저 불빛 안쪽에서 손을 내미는 나의 어머니. 자식들 다 키워내고도 내가 회사에서 일하는 동안 내 아이를 등·하원 시키던 어머니, 내게 그랬던 것처럼 내 아이의 입에 밥을 넣어주고 입가를 닦아주던 어머니, 나의 하루 끝에 위로의 한 마디를 건네고 집으로 돌아가시던 어머니가 있었다.

저린 손으로 아픈 다리를 주물렀을 어머니의 뒤척이는 밤이 밝은 불빛에 달려왔다. 겹겹이 쌓인 어머니의 시간을 펼쳐보니 그 속에 오히려 내가 보였다. 바쁘다는 핑계로 항상 어머니의 시간을 구하던 나, 내 아이를 핑계로 어머니를 돌아보지 못한 못난 딸의 모습이 보였다.

이제는 완치가 되어 내 곁에 편히 앉은 어머니. 격리라는 무서운 단어도 이별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운 마음도 사라진 오늘 어머니의 손을 뒤늦게 잡아본다.

항상 무언가를 내게 건네주던 어머니의 손이 오늘도 내게 따스함을 건넨다. 회사는 잘 다녀왔니? 바빠도 아침은 먹고 다녀야지? 냉장고에 넣어두었으니 꼭 먹어라. 저녁에는 될 수 있으면 짠 음식은 먹지 마라. 고비를 잘 넘겨준 어머니에게 감사하다. 내게 시간을 내어줬던 과거의 어머니에게 그리고 앞으로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준 오늘의 어머니에게 감사하다.

한 편의 시 속에서 인고의 시간 속 어머니를 다시 한 번 만나 감사의 말을 전해본다.

<염전> 염도 맞춰 바닷물로 일구는 소금밭이 아니에요／엄마의 염전은 눈물 차오를 때면 마음 속 깊이 가두고／하루 이틀 살아내다 보면 사그락사그락 하얗게 결정되는 생의 눈부신 소금밭이에요.

고국희 대구교육청 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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