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우 교수의 맛의 말, 말의 맛>감칠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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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텔레스는 ‘영혼론’에서 인간이 느끼는 기본 맛을 단맛, 신맛, 짠맛, 쓴맛의 네 가지로 제시했는데 이는 우리가 구별하는 맛의 종류와 일치한다. 그런데 이 네 가지 맛과는 구별되는 또 다른 맛이 있는데 우리말로는 ‘감칠맛’으로 표현된다. 다시마를 우려낸 물에서 잘 느껴지고 치즈, 토마토소스, 육수, 간장 등에서도 느껴지는 맛이다. 그런데 이 감칠맛은 영 어렵다.

흔히 느끼는 네 가지 맛은 그 느낌이 확실해서 금세 구별이 되고 표현도 쉽다. 그러나 이 맛은 확실히 느끼기도 어렵고 표현하기도 어렵다. ‘감칠맛’에 포함된 ‘감치다’는 어떤 사람이나 일, 느낌 따위가 눈앞이나 마음속에서 사라지지 않고 계속 감돈다는 뜻과 음식의 맛이 맛깔스러워 당긴다는 뜻이다. 이 말처럼 입안에 계속 남아 있으면서 입맛을 당기게 하는 맛이 감칠맛이다.

다른 데 쓰는 말을 가져다가 이 맛을 표현하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맛은 꽤나 늦게 발견된 말이다. 그래서인지 영어권에서는 이 맛을 표현하기 위한 단어가 없어 일본어에서 유래한 ‘우마미(umami)’를 쓰고 있다. 감칠맛을 극대화하기 위한 각종 재료와 조리법을 알고 그런 음식을 먹고는 있지만 그 맛을 표현할 말을 만들지는 못한 것이다. 이에 비하면 우리는 감칠맛이란 말이 있고, 그 말을 앞세워 맛을 설명할 수 있으니 영어 사용자들보다는 나은 편이다.

그런데 감칠맛이란 말이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시점은 화학조미료가 판매되기 시작한 시점과 일치한다. 감칠맛의 화학적 실체가 규명된 후 이를 합성해 낸 것이 화학조미료의 시작이다. 다른 맛들도 화학적으로 합성해 낼 수 있고 실제로도 쓰이는데 조미료로 만들어내는 감칠맛에 대해서는 거부감이 크다. 천연재료로 감칠맛을 낼 수 있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몸에 해롭지 않다면 값싸게 감칠맛을 내는 것을 탓할 일만은 아니다. 어쩌면 많은 사람이 첫 감칠맛을 화학조미료로 느꼈을지도 모른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