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경제 정상화가 ‘경제 살리기’다

  • 문화일보
  • 입력 2022-04-29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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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수 논설위원

추경호 ‘소주성’ 접고 ‘민주성’
재정 중독 경제 체질 확 바꿔야
기업 뛰면 막힌 성장·고용 열려

尹 ‘풀 규제 다 푼다’ 꼭 지켜야
시장·민간 역동성 회복이 관건
경제팀 옥상옥 우려 해소하길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내달 2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제출한 서면 답변 자료가 주목을 끈다. 윤석열 새 정부의 경제정책 변화를 거듭 확인하고 있다. 문재인 정권이 5년간 매달렸던 정부·재정 주도 성장을 접고, 시장·민간 중심 경제로 전환하는 것이다. 재앙이던 소득주도성장(소주성)을 버리고 민간주도성장(민주성)으로 간다는 것이다. 반갑다. 세상이 바뀐다는 사실이 새삼 와 닿는다.

추 후보가 밝힌 구상을 보면 새 정부의 경제철학과 정책의 큰 그림이 드러난다. 그는 문 정부가 남긴 폐해를 지적하면서 향후 개선 방향도 제시했다. 직접적인 표현은 없었지만, 총체적 실패였다는 인식과 함께 왜곡된 경제를 바로잡겠다는 의지가 뚜렷하다. 공감이 간다. 지금 같은 위기를 넘으려면 재정에 중독된 경제 체질을 확 바꿔야 한다.

당장 ‘소주성’은 강하게 비판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고용 기회 상실, 재정 건전성 악화 등을 초래했다고 직격했다. 이에 따라 최저임금의 업종별 등 차등 적용과 함께 고용 안정성과 유연성을 키우는 노동시장 개혁을 강조했다. 부동산 규제 완화도 예고했다. 특히 임대차 3법은 수급에 기반하지 않은 직접적인 가격 규제로, 시장 왜곡이 필연적이라며 임차인 보호를 포함한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종합부동산세·양도소득세 등 부동산 세금 정상화도 강조했다. 새 정부는 출범일(5월 10일) 직후 1년간 한시적으로 양도세 중과 배제를 시행하고 다주택 중과세 정책을 전면 재검토할 계획이다. 다만, 구체적인 방안과 시기는 집값 등 시장 상황을 봐 가며 결정하겠다고 했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분양가 상한제 등 재건축·재개발 규제의 유연한 적용, 1기 신도시 재건축 속도 조절도 시사했다. 적절한 대응으로 본다. 일시적·국지적이라도 집값을 자극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적게 내고 많이 받는 국민연금과 함께 공무원연금·군인연금 등 공적 연금 개혁, 재정 건전화를 위한 재정준칙 도입과 학령인구 감소에도 자동으로 증가하는 교육재정교부금 개선 계획도 긍정적이다. 오랫동안 큰 논란이 돼왔던 상속세는 개개인이 상속받은 유산 취득분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유산 취득세로 바꾸고, 법인세도 문 정부가 올렸던 최고세율(현재 25%) 재인하와 4개 과표 구간 단순화 등으로 ‘민주성’을 뒷받침하겠다고 한다. 옳은 방향이다.

문 정부가 넘긴 경제 상황에 대한 문제의식과 이를 개선할 정책 방향은 대체로 적절하다고 본다. 무엇보다 문 정부 임기 동안 왜곡된 경제를 정상화하려는 것을 주목하게 된다. 사실 문 정부 뒤에서 잇속을 챙겼던, 그들만을 위한 네트워크가 있었다는 게 부분적으로 드러났다. 탈원전을 앞세운 태양광, 정치권과 연계된 옵티머스·라임 등의 사모펀드가 그렇다. 또, 대장동은 어떤가. 중앙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쏟아부었던 예산일수록 그 종착지를 규명하는 것도 새 정부의 중요한 책무다. 그렇기에 왜곡된 경제를 정상화하는 게 곧 경제를 살리는 길이다.

새 정부의 ‘민주성’ 전환은 그 자체로 의미가 크다. 지난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0.7% 증가에 그쳤다. 돈을 안 푸니 2분기 만에 다시 0%대 성장이다. 재정 중독이 실감 난다. 고물가에 민간 소비도, 투자도 줄었는데 수출만 늘었다. 수출은 바로 기업들이 한다. 새 정부는 민주성의 주역인 기업들이 잘 뛰도록 여건을 만드는 게 최우선이다. ‘풀 수 있는 규제는 다 풀겠다’는 윤 당선인의 약속을 꼭 지켜야 한다. 그러면 꽉 막힌 성장·고용도 새 길이 열릴 것이다. 시장의 역동력, 민간의 창의력 회복이 관건이다. 물론 서민과 일반 국민의 일상과 직결된 물가·전월세값 대책, 미래를 위한 신성장산업 육성 대책도 새 정부의 과제다.

추경호 경제팀의 가장 큰 과제는 역시 국회를 넘는 것이다. 쉽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새 정부 내부에도 있다. 총리 후보자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필하는 비서실장도 경제 전문가다. 경제 수석도 있다. 이른바 ‘옥상옥’이다. 명색이 경제 사령탑인데 과연 발언에 무게가 실리고 일관성 있는 지휘가 이뤄질지 우려되는 이유다. 총론이 아니라 각론에서 충돌·갈등이 벌어지는 법이다. 새 정부가 순항하려면 공연히 빌미만 될 논란거리는 미리 해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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