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외소재문화재재단의 세계 속 우리 문화재>시카고만국박람회 출품 유물
- 문화일보
- 입력 2022-05-02 11:29
한국 문화에 대한 전 세계인의 관심이 이제 대중문화를 넘어 ‘K-헤리티지(K-Heritage)’, 즉 전통문화로도 향하고 있다. 문화일보는 국외소재문화재재단과 함께 매주 월요일 해외에 나가 있거나 환수된 우리 문화재를 소개한다.
박람회는 국가 위상을 높이는 ‘외교의 무대’이기도 했다. 서구 열강은 자신이 이룬 ‘근대의 힘’을 보이고 싶어 했다. 1893년 콜럼버스의 아메리카대륙 발견 400주년을 기념해 미국 시카고에서 개최된 시카고만국박람회는 박람회 역사상 최초로 국가관이 들어섰고 47개국이 참가했다. 또한 조선이 참가한 첫 박람회였으며, 자신을 적극적으로 알린 외교의 장(場)이었다.
‘고종실록’ 1893년 11월 9일 기사에는 박람회 책임자로 임명된 참의내무부사 정경원(鄭敬源)이 고종(高宗)에게 그 성과를 보고하는 내용이 있다. 전통 기와를 덮은 6∼7칸 규모의 조선관을 설치하고, 옷감·자개장·병풍 등을 전시해 관람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사진·출처 The Book of the Fair·1893). 특히 조선의 악공(樂工)들은 미국 대통령 앞에서 취타곡을 연주했는데, 당시 클리블랜드 대통령은 정경원에게 훌륭한 연주에 대한 감사의 말을 했다고 한다. 미국 최초의 한류인 셈이다.
박람회 후 전시품은 여러 박물관으로 분산됐다. 생활사 자료는 필드 자연사박물관(Field Museum of Natural History)에, 악기는 유길준과의 인연으로 피보디 에섹스박물관(Peabody Essex Museum)이 소장했다. 특히 전통 연 6점은 펜 박물관(Penn Museum)이 소장했는데, 전통 연에 대한 기사가 과학잡지 1894년 3월호 ‘사이언티픽 아메리칸(Scientific American)’에 실리면서 주목받았다.
문화는 흔히 연성권력(soft power)으로 표현된다. 미국 정치학자 조지프 나이(Joseph S. Nye Jr)는 2004년에 출간한 ‘소프트 파워’에서 외교관계를 설명할 때, 정치·군사적인 것보다 타국을 설득할 수 있는 가치나 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시카고만국박람회 출품 유물이야말로 한·미 관계가 문화의 기반 위에서 꽃 피어 왔음을 의미한다.
김병연 문화재청 국제협력과 사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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