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정신 필요한 요즘… 서예 반드시 중창돼야”

일중서예상 받은 김양동 작가
“대학에 서예과 사라져 참담”

“한국 서단(書壇)의 상징과 같은 일중(一中) 선생님을 기리는 상을 받아 참으로 기쁩니다. 우리 시대에 인문 정신을 되살리기 위해 한국 정신문화의 원형을 담은 서예 작업을 심화시켜 나가겠습니다.”

제8회 일중서예상을 수상한 근원(近園) 김양동(79·사진) 작가는 2일 이렇게 말했다. 이 상은 한국 서예계를 이끌었던 일중 김충현(1921∼2006) 선생의 예업을 기리고자 지난 2008년 제정됐다. 일중선생기념사업회는 한국 서예 발전에 기여한 원로 서예가에게 격년으로 상을 수여하고 있다.

“저는 전각계 태두인 철농(鐵農) 이기우(1921∼1993) 선생님 문하생이었습니다. 철농 선생님의 권유로 매년 정초 일중 선생님께 세배를 다녔습니다. 직계제자는 아니지만 사숙을 한 셈이지요.”

그는 끊임없이 새로움을 창조해낸 스승들의 예술 세계를 전범으로 삼아 ‘각(刻)-서(書)- 화(畵)’라는 자신만의 장르를 선보였다. 전각과 글씨, 그림을 하나의 화면에 어우러지게 함으로써 서예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를 들었다.

“26세 때 서예에 입문해 53세 때에야 첫 개인전을 열었습니다. 대학에 서예과를 신설하는 법안의 기초 작업을 했던 사람으로서 제자들에게 모범이 돼야 한다는 소명감이 있었지요.”

그는 고교 국어교사로 재직하다가 원광대 서예과 교수로 초대됐고, 계명대에서 미대 교수로 수많은 후학을 길러냈다. 책 ‘한국 고대문화 원형의 상징과 해석’의 저자인 그는 서예의 현대화에 힘쓰면서 한국 정신 문화를 되살리는 작업을 해 왔다. 구지가, 공무도하가, 정읍사, 처용가 등 옛 시가를 소재로 삼은 시·서·화(詩·書·畵) 일치의 작품들이 그것이다. “대학에 서예과가 거의 사라져 참담한 현실입니다. 현대 메커니즘일수록 인문 정신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붓의 예술인 서예가 반드시 중창돼야 한다고 믿습니다.”

장재선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