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은 내겐 오랜 벗, 그림은 뒤늦게 사귄 친구 같은 존재”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해 3월 출간된 ‘막내의 뜰’에 수록된 강맑실 대표의 그림. 사계절 제공

■ M 인터뷰 - 강 대표가 인생을 즐기는 법

지난주 나온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 동네책방’엔 강맑실 사계절 출판사 대표가 그린 그림이 실려 있다. 한적한 시골부터 섬마을까지 책방이 있는 골목 풍경을 따스하게 묘사했다. 어릴 적 살았던 집에 대한 그림 에세이 ‘막내의 뜰’에 이어 또 한번 솜씨를 발휘했다.

강 대표는 ‘보통 오래 갈고닦은 실력이 아닌 것 같다’는 말에 의외의 답변을 들려줬다. “미술 실기는 늘 ‘미’ 아니면 ‘양’이었어요. 한번은 나무를 그렸더니 선생님이 ‘왜 쑥떡을 그렸냐’고 혼내더군요. 우습다고 배꼽을 잡는 친구들 틈에서 트라우마가 생겨 버렸죠. 소질이 없다고 체념하고 그림과는 담을 쌓았어요.”

강 대표가 다시 붓을 잡은 건 2019년 지인 소개로 온라인 강의를 들으면서다. ‘잘 그리면 반칙’이라는 강좌명에 용기를 냈다. “100일 동안 매일 다른 주제로 한 점씩 그렸어요. 엉망진창인데도 서로들 ‘마음을 흔드는 그림’이라고 칭찬하더군요.(웃음) 교실에선 맛보지 못한 해방감을 느꼈어요. 모든 사람에겐 무언가를 그릴 수 있는 원초적 재능이 있다는 걸 알게 됐죠.”

그림이 뒤늦게 발견한 취미라면, 산은 책처럼 오래 두고 가까이 사귄 친구 같은 존재다. 강 대표는 “3살 때부터 아버지가 산에 데리고 다닌 덕분에 일상적으로 산을 품으며 살고 있다”고 했다. “집을 얻을 때도 주변에 산이 있는지부터 따져요. 서대문 안산, 상암동 하늘공원 앞 산자락이 보이는 곳에 살다 이마저도 성에 안 차 마니산이 있는 강화도로 이사 왔죠. 회사 뒤엔 심학산이 있고요. 요즘도 일주일에 두세 번은 산을 탑니다.”

강 대표는 산과 그림에서 얻은 에너지로 하반기에도 알찬 라인업을 준비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7월에 선보일 ‘아틀라스 한국사’ 개정판. 2004년 첫 출간 당시 ‘지도로 읽는 한국사’를 표방하며 역사 마니아들의 열광적 호응을 이끈 책이다. 영화의 3D 기술과 유사한 음영기복지도 기법으로 그래픽을 전면 교체했고, 내용도 최신 연구를 대폭 반영했다.

“어떤 기획을 하든 사계절이 만드는 책은 산처럼 품이 넓고, 정성이 담긴 그림처럼 아름다웠으면 좋겠네요. 그런 책이 쌓이면 독자들도 우리 회사를 ‘사계절 내내 읽어도 좋은 출판사’라고 인정해 주지 않을까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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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6년 광주 출생 △1979년 한신대 신학과 △1981년 이화여대 기독교학과 석사 △1987년 사계절 출판사 입사 △1994년∼ 사계절 출판사 대표이사 △2001년 문화관광부 장관 표창, 올해의 출판인상 △2017∼2019년 제10대 한국출판인회의 회장 △2020년 대통령 표창

나윤석 기자 nagij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