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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Leadership 게재 일자 : 2022년 05월 09일(月)
‘왕 사부’라 불리는 셰프들의 셰프 … “줄 수 있는 건 다 내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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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식의 대가이자 셰프들의 셰프로 불리는 왕육성 사부가 지난달 27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 앞서 서울 마포구 서교동 ‘진진’ 주방에서 웍을 잡고 볶음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그는 리더십의 비결로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주는 것’과 ‘모든 책임은 내가 지는 것’을 꼽았다. 김호웅 기자

■ 베스트 리더십 - 중식 대가 왕육성 사부

거둬들이는건 생각않고 베풀어
후배들 형님·스승 칭하며 존경
‘대상해’넘길땐 권리금 안 받아

“손님 항의해도 내가 책임진다”
후배에 ‘최상의 맛 내라’ 독려

바닥 청소부터 시작 대가 자리에
제자 금세 떠나는 경우 있어 고민
스타셰프 조바심 보면 안타까워


사부(師父), ‘스승 사’에 ‘아비 부’를 쓴다. ‘아버지와 같은 스승’이란 뜻이다. 주로 ‘무림계’에서 쓰는 이 단어는 한국 중식업계에서도 널리 쓰인다. 누구나 ‘셰프’가 될 수 있고, 재능과 열의가 있다면 ‘최고의 셰프’가 될 수 있지만, ‘최고의 셰프’라도 ‘사부’가 되는 건 쉽지 않다. 더구나 최근엔 제자가 진심으로 ‘아버지처럼’ 따르는 사부를 만나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 돼 가고 있다.

여기, 후배 셰프들뿐 아니라 내로라하는 셰프들도 ‘왕 사부’라 칭하는 이가 있다. 사부들의 사부라 불리는 그, 왕육성(68) 사부다. 28년간 코리아나호텔 대상해 총주방장, 오너셰프 경력을 내려놓고 수제자 황진선 셰프와 함께 작은 중식 전문점 ‘진진’을 시작한 지 8년째다. 일찌감치 미슐랭 1스타를 받았고 지점은 4개까지 늘었다. 무엇보다 눈길이 가는 건 왕 사부와 제자들과의 관계다. 왕 사부는 제자들을 자식처럼 아끼며 베풀고, 제자들은 왕 사부를 존경하고 따른다. 그 리더십의 비밀이 뭘까. 지난달 27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진진’에서 그를 만났다.

◇셰프들의 스승…리더십의 비결은 “줄 수 있는 모든 것 준다”=먼저 그에게 ‘사부’라는 호칭에 대해 물었다. 유명 셰프인 이연복 셰프가 무려 “사부로 모시는 분”이라고 해 한차례 명성을 얻은 그였다. 왕 사부는 “사실 사부가 특별한 건 아니다. 중식 업계에서는 총주방장을 사부라고 부른다. 이 셰프와 나는 한 주방에서 같이 일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겸손했지만 이 셰프는 왕 사부에 대해 “항상 가르침을 주는 형님, 내 인생의 스승”이라며 존경을 표한다.

왕 사부는 이 셰프뿐만 아니라 많은 셰프에게 존경받고 인정받는다. 사부들의 사부, 셰프들의 스승이라 불리는 그다. 그 리더십의 비결이 뭐냐고 물었다. 그런 내게 왕 사부는 종이와 펜을 가져와 “지문부출 불문수확”(只問付出 不問收穫)이라는 한자 성어를 적어 건넸다. 줄 수 있는 것은 다 주고, 거두는 것에 대해서는 묻지 말라는 뜻. 그는 “어렸을 적 모두가 좋아한 한 선배를 만난 적이 있다. 어느 날 그에게 ‘어떻게 하면 모든 사람이 다 선배를 좋아하나’라고 물었다. 그때 그 선배는 ‘줄 수 있는 것은 무조건 다 줘라’라고 이야기했다. 그때 이후로 나도 ‘무엇이든 내가 줄 수 있는 것은 다 준다’는 생각으로 사람들을 만난다”고 말했다.

청춘을 바쳐 무려 28년을 일해 온 코리아나호텔의 대상해를 떠날 때도 그랬다. 함께 일했던 주방장과 지배인에게 권리금 없이 모든 것을 다 주고 나왔다고 한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그는 “인생 제1막이 막을 내린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딱 60살까지만 일하고 그때부터는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을 하겠노라고 공공연히 이야기해 온 그였다.

◇“최고의 요리 만드는 후배 셰프들, 책임은 내가 진다”=그는 최상의 맛을 내기 위해 간을 과감하게 한다. 그래서 그의 요리는 짭짤하다. 네모반듯하게 자른 식빵 사이에 새우를 넣어 튀긴 ‘진진’의 대표요리 멘보샤는 짭짤한 감칠맛이 별미다. 해산물을 가득 넣고 뽀얗게 끓여 낸 그의 짬뽕 역시 간간하다. 그의 요리 철학은 “싱거운 음식은 맛이 있을 수 없다”는 것. 그는 “싱겁다는 건 요리사가 최고의 맛을 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내 주방에서 싱거운 음식은 절대 밖으로 나가지 못한다”고 이야기했다.

이 같은 ‘과감한 간’ 때문에 손님들이 짜다고 항의하는 일도 종종 벌어진다. 그럴 때 왕 사부는 어떤 태도를 취할까. 여기서 그의 요리 철학과 리더십의 실체가 동시에 드러난다. 그는 후배 셰프들에게 “최선을 다해라. 짜다는 항의가 들어와도 괜찮다.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고 이야기한다. 왕 사부는 “요리에 대해 잘 모르는 업주들은 손님이 짜다고 컴플레인하면 주방으로 달려와 ‘이거 누가 했어!’라고 문책한다. 그럼 안 된다. 셰프들이 위축된다. 셰프들은 맛있게 하려다 그렇게 된 것”이라며 “그것은 총주방장이자 책임자인 내가 모두 책임져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실수로 소금을 많이 넣었다든가 전날 과음해 제대로 간을 보지 못했다면 그건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

◇바닥 닦는 일부터 시작해 중식 대가 된 그…“1년 만에 스타 셰프 되려는 젊은이들 안타까워”=경북 안동에서 5남매 중 둘째로 태어난 그는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생활 전선에 뛰어들었다. 첫 직장은 충북 충주의 영풍상회. 새벽 6시부터 밤 10시까지 일했다. 바닥을 닦는 일부터 손님을 대하는 것까지 그곳에서 배웠다.

그러던 중 ‘기술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에 서울로 올라와 ‘대성원’이라는 작은 중국 음식점에서 1년간 요리의 기초를 닦았다. 철가방을 들고 배달도 했다. 1970년대였던 당시는 대한민국 산업이 발달하면서 외식 업계도 급속도로 성장했던 때라 많은 셰프를 필요로 했다. ‘홍보석’이라는 큰 중국 음식점에 들어가서도 주방에 자리가 나지 않아 홀 서빙을 배우며 2년을 기다렸다고 한다. 기다림 끝에 주방에 들어간 게 22살 때. 그때도 주방의 모든 자리는 꽉 차 있었고, 왕 사부의 담당은 고작 ‘해삼 손질’이었다. 그는 “다른 사람들보다 2시간 더 일찍 출근해 해삼을 손질하고 불려 놓으면 내 일은 끝났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 남은 일과 시간 동안 다른 사람들의 일을 모두 도와주며 기술을 배웠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전부터 쌓아 온 기초와 다른 모든 사람을 도우며 익힌 기술로 그는 주방에 들어간 지 석 달 만에 칼을 잡았고 2년도 안 돼 부주방장이 됐다. 보통 부주방장에 이르기까지 최소 5년은 걸린다.

그의 명성이 알려지면서 그에게 요리를 배우려는 사람도 많다. ‘진진’ 초창기에는 왕 사부가 직접 제자들을 불러모아 웍을 같이 잡고 일일이 가르쳤다. 하지만 그렇게 가르친 제자 대부분이 금세 다른 곳으로 떠나면서 요즘 그는 고민이 많다고 했다. 그는 “참 생각만큼 쉽지 않다. 1년 만에 스타 셰프가 되려는 사람이 너무 많다”면서 “정말 안타깝다. 제대로 날개가 다 성장한 후 날아야 정말 높이, 오래 날 수 있는데 그걸 모른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그는 “모든 젊은이가 그렇다는 건 아니다. ‘될 놈은 된다’는 말이 있지 않나. 열심히 하는 제자에게는 모든 기술을 알려 주고 베푼다. 그럴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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