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담배 즐기는 60대, 배 속에 ‘시한폭탄’ 달고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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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2-05-10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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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조진현 강동경희대병원 혈관외과 교수가 복부대동맥이 꽈리처럼 부풀어 오른 환자의 혈관 흐름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대퇴동맥을 통해 복부대동맥 안으로 스텐트-도관을 삽입하는 수술을 하고 있다. 강동경희대병원 제공


■ 예고없이 터지는… 복부대동맥류

온몸으로 혈액 전달하는 동맥
직경 50%이상 팽창하면 위험

배에 덩어리 만져지거나 복통
갑자기 허리통증땐 파열 의심

“개복수술보다 스텐트 삽입술
합병증 적고 빠른 회복 장점”


술과 담배를 즐기는 60대 이상의 남성이라면 몸에 시한폭탄을 하나 이상 지니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시한폭탄의 이름은 동맥류다. 동맥이 약해지면서 혈관의 일부가 늘어나 풍선처럼 팽창하는 현상을 대동맥류라고 한다.

지난 7일 안타깝게 우리 곁을 떠난 영화배우 고 강수연 씨의 사인도 뇌혈관이 꽈리처럼 부푸는 ‘뇌동맥류’ 파열에 의한 뇌출혈로 알려졌다.

동맥류는 뇌혈관에만 나타나는 문제가 아니다. 많은 이가 잘 모르고 있지만, 대동맥류의 대부분(75%)은 복부에 생긴다. 복부대동맥은 심장에서 배 속의 모든 장기와 다리로 혈액을 전달하는 우리 몸의 가장 큰 동맥이다. 혈관이 계속 팽창해 배 속에서 파열이 일어난 경우 10명 중 6명은 병원 도착 전 사망하는 위험한 질환이다.

또 초기 증상이 없어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경우도 적지 않다. 조진현 강동경희대병원 혈관외과 교수는 “특히 복부대동맥류는 우리나라 60대 이상 남성에게서 유독 많이 나타나는 만큼, 60대 이상에게 가족력이 있거나 흡연량이 많다면 선별검사를 권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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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속의 시한폭탄, 돌연사 주요 원인= 동맥류는 정상 동맥보다 직경이 50% 이상 증가해 풍선처럼 부푼 상태를 말한다. 복부의 경우 정상 복부대동맥은 직경이 2㎝인데, 3㎝ 이상으로 팽창하면 복부대동맥류로 본다.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고 방치하면 계속 팽창하며, 팽창할수록 파열 가능성도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 복부대동맥 직경이 4㎝ 이상으로 늘어나면 연간 파열될 확률이 1% 늘어나고, 5㎝ 이상이면 11%, 6㎝ 이상이면 26%로 급격히 증가한다.

동맥류가 파열하면 수술적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바로 치료가 이뤄지지 않으면 100% 사망에 이른다. 조 교수는 “증상이 없다가도 순식간에 사망에 이를 수 있어 노인 돌연사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질환”이라고 설명했다. 발병 원인은 다양하지만 혈관 내벽에 콜레스테롤이 쌓여 혈관이 좁아지고 막히는 죽상동맥경화증으로 인해 생기는 경우가 가장 많다.

복부대동맥류 위험인자는 고령, 남성, 가족력, 흡연, 고지혈증과 고혈압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남성과 흡연, 그리고 음주가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남성이 여성보다 발병위험이 4.5배로 높고,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5.5배로 높다. 조 교수는 “직계 가족 중에 관련 환자가 있어도 위험도가 높아진다”면서 “65세 이상 남성의 경우 평생 100개비 이상의 흡연을 했거나 가족력이 있다면 조기에 선별검사를 통해 복부대동맥류 유무를 확인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선별검사는 간단한 이학적 검진과 초음파검사로 이뤄진다.

◇긴급수술 받지 못하면 대부분 사망 = 복부대동맥류는 초기에는 환자가 느끼는 증상이 거의 없어 자신이 그런 병이 있는 사실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증상이 나타나면 상당히 진행됐다고 봐야 한다. 다른 질환의 진단을 위한 초음파와 복부 컴퓨터 단층촬영(CT) 등의 검사에서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행히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복부 대동맥류가 진단되면 증상에 따라 다양한 치료법을 고려할 수 있다. 증상이 경미할 때는 금연이나 체중 및 혈압 관리 등을 통해 경과를 지켜보기도 한다.

문제는 증상이 나타날 때다. 배에서 덩어리(박동성 종괴)가 만져지는 환자도 있고, 간혹 가벼운 복통 또는 허리 통증을 호소하기도 하는데 이때는 반드시 파열 가능성을 확인해 봐야 한다. 복부대동맥류가 파열되면 혈압이 떨어지고 안색이 창백해지며, 심한 불안감과 함께 점차 의식을 잃게 된다. 복부대동맥류가 있는 사람에게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최대한 빨리 수술을 해야 한다.

복부대동맥류의 근본적인 수술은 동맥류벽에 전달되는 압력을 차단해 파열을 막는 것이다. 개복으로 대동맥류를 제거하는 방법과 대퇴동맥을 통해 복부대동맥 안으로 스텐트-도관을 삽입해 혈액의 흐름을 유지시키고 대동맥류 증가를 막는 방법이 있다. 후자의 경우를 스텐트 삽입술이라고 한다. 조 교수는 “스텐트 삽입술은 개복에 따른 수술의 위험성을 낮출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복강 및 폐·심혈관계 합병증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에 빠른 회복과 퇴원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며 “그러나 시술 후 6∼12개월 간격으로 초음파나 CT를 통한 추적관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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