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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Who, What, Why 게재 일자 : 2022년 05월 11일(水)
장장 10년간 한 부서에 근무하며 문서위조 횡령…금감원 검사도 ‘구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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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 전승훈 기자

■ Why - 우리銀 614억 횡령 파문…왜?

시중은행 대부분 순환근무제 실시해 같은 곳선 3~4년만 근무…휴가보낸뒤 업무 점검하는 명령휴가제도 시행 안해
금감원 수차례 검사에도 적발 못해 ‘책임론’ 불거져…5대銀, 내부통제기준 규정에 반영 안해 자성 목소리


역대급 실적에 ‘민영화 원년’까지 맞으며 기대에 부풀었던 우리은행이 최근 614억 원 규모의 횡령사건 적발로 위기를 맞고 있다. 직원이 빼돌린 돈을 회수하기도 만만치 않은 것을 넘어 고객과 신뢰가 최우선인 은행에서 내부 직원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면서 신용에 큰 타격을 입게 됐다. 특히 은행이 횡령을 저지른 직원의 말만 믿고 허위 서류를 세 차례나 결재하면서 은행의 내부통제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쇄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0일 출범한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에도 금융감독의 검사·제재 시스템 개편안 마련이 포함됐다. 감사원 역시 이달 중 금융감독원에 대한 감사에 착수하며 검사 시스템 전반에 대해 살펴볼 예정이다.

◇횡령사건 어떻게 발생했나=600억 원이 넘는 큰 액수를 빼돌린 직원 A 씨는 2011~2018년과 2020~2022년 기간 본점 기업개선부에서 근무했다. 경찰에 따르면 횡령을 벌인 기간은 이 중 2012~2018년이다. 경찰은 A 씨가 횡령할 때마다 은행 내부문서를 위조했다고 전했다. 2012년과 2015년에는 부동산 신탁 전문회사에 돈을 맡기겠다며 관련 문서를 꾸려 윗선의 결재를 받았다. 이후 각각 173억 원과 148억 원을 수표로 빼냈다. 2018년에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계약금을 관리하기로 했다는 허위 문서를 작성해 승인을 받았다. 이때 문서에는 캠코 산하 특수목적회사(SPC)에서 계약금을 받기로 했다고 보고했는데, 이 회사는 A 씨의 동생 B 씨가 설립한 페이퍼컴퍼니였다. 우리은행은 A 씨의 세 차례 허위 보고를 고스란히 믿고 B 씨의 계좌로 돈을 송금했다.

▲  회삿돈 614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된 우리은행 직원 A 씨가 지난 6일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A 씨가 614억 원이라는 큰돈을 횡령할 수 있었던 것은 이 돈이 2010년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에 참여한 이란 가전업체 ‘엔텍합’이 낸 계약보증금이었기에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당시 엔텍합은 인수 우선협상자로 채권단에 계약금 578억 원을 냈다가 계약 무산으로 이를 몰수당하자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을 제기했다. 이 돈이 이자까지 합쳐져 614억 원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통제 실패…금융당국에 책임론 확산=신용을 가장 중요시하는 은행에서 대형 횡령사건이 발생하면서 우리은행의 내부통제시스템이 전혀 작동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선 ‘고인 물이 썩은 것’이라는 평가가 제기된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11일 “한 사람이 같은 보직에 그토록 오랜 기간 있었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시중은행은 직원들을 같은 부서에 3~4년 이상 있지 않도록 순환근무제를 실시하고 있다. 이는 금감원을 포함해 여러 금융권에서도 적용하고 있는 방식이다. 오랜 기간 동일한 보직을 맡으면 업무를 전문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지만, 이런 능력으로 횡령과 같은 범죄를 저지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을 일으킨 A 씨는 기업개선부에서 2011~2018년, 다른 부서로 갔다가 2020~2022년 근무했다. 10년 가까운 기간으로 시중은행 관계자들은 이런 근무 기간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보고 있다.

은행이 일정 기간 임직원을 대상으로 휴가를 명령하고 해당 기간 휴가자의 업무를 살펴보는 ‘명령휴가제’도 제대로 시행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이 제도는 금융위원회가 2016년 입법해 은행, 증권사 등 금융사에서 시행되고 있다. 명령휴가를 가면 금융기관은 휴가자의 금융거래내역, 업무에 사용한 전산기기, 사무실 집기 등을 들여다볼 수 있어 A 씨가 횡령 과정에서 문서를 위조하고 수표를 발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의문점 등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횡령사건의 여파는 은행권뿐 아니라 금융당국에도 미치고 있다. 7년에 걸쳐 대규모 횡령사건이 발생한 기간 금감원이 수차례 검사를 벌였음에도 이를 적발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윤석헌 전 금감원장 재임 기간(2018년 5월~2021년 5월) 우리은행은 총 11차례 제재를 받았다. 이어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2월 사이 종합검사까지 벌였지만 횡령사건의 징후를 포착해내지 못했다. 우리은행 횡령 사건에 대한 금감원의 은행 감독에 대한 책임론이 나오면서 금감원의 검사 체계에도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내부통제 기준 내규에 반영한 은행 ‘0곳’=내부통제 기준을 지키지 않은 은행은 우리은행뿐이 아니기 때문에 금융권 전반의 자성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인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중 개정된 내부통제 기준을 회사 내부 규정에 반영한 곳은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11월 은행연합회는 CEO와 준법감시인이 주로 하던 내부통제 관리와 제재를 이사회가 맡도록 하는 내용의 ‘은행권 표준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했다.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라임·옵티머스 펀드 등 사모펀드 사건 후 은행권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내놓았다. 내부통제와 관련해 이사회 역할의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따라 은행 내부통제 문제가 발생하면 이사회가 경영진에게 내부통제 개선 계획 제출을 요구하고, 책임이 있는 임직원에 대한 징계조치를 요구하는 내용도 담겼다. 내부통제 활동 주체도 기존 ‘은행’에서 ‘CEO, 준법감시인, 보고책임자’ 등으로 구체화했다.

정선형 기자 linea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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