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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Science 게재 일자 : 2022년 05월 11일(水)
‘미생물 대사 경로’ 수도꼭지처럼 자유자재로 잠그고 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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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하안송 기자

■ 카이스트 등 국제 연구팀, 차세대 ‘대사 조절 밸브’ 개발

대장균 모든 전사 종결부위 해독
RNA가 DNA 유전 정보 베낄때
멈춤 신호 보내는 브레이크 찾아

대사 물질 B8 최대 11배 증산
미생물 생장 조건 제약 안받아
바이오신약 대량 생산 길 열어


유전을 담당하는 염색체(DNA)의 이중나선 구조가 1953년 밝혀진 후 분자 생물학이 탄생했다. 생명체를 단백질과 핵산 같은 분자 수준에서 관찰·조작하면서 생명의 작동 및 진화 원리를 찾아내려는 학문이다.

분자 생물학의 중심원리(Central Dogma)는 DNA의 유전정보가 RNA를 거쳐 단백질로 전달된다는 설명이다. 중심원리의 첫 번째 단계는 ‘복제’(replication)이다. DNA에서 DNA로 유전정보를 전달하는 과정이다. DNA는 이중나선의 사슬을 푼 다음 한 가닥마다 새로운 가닥을 짝지어 2개의 이중나선 사슬을 만든다. 자신과 똑같은 복사본을 제작하는 것이다. DNA는 당과 인산, 그리고 A(아데닌)·C(시토신)·G(구아닌)·T(티민)의 4가지 염기로 구성돼 있다. A에는 T, C에는 G가 대응해서 붙으며 쌍둥이 DNA를 만드는 작업이 바로 복제이다. 두 번째 단계는 ‘전사’(轉寫, transcription)이다. DNA에서 RNA로 정보를 전달하는 과정이다. 전사에 관여하는 RNA를 mRNA(messenger RNA)라고 부른다. 전사는 DNA의 유전정보 중 필요한 일부 정보를 베끼는 작업이다. DNA의 정보를 베낀 mRNA는 세포핵 밖으로 빠져나와 단백질을 만든다. 도서관의 책에서 필요한 페이지만 복사한 부분 복사본이다. 마지막 단계는 ‘번역’(translation)이다. mRNA가 핵 밖으로 빠져나와 단백질을 합성하는 과정이다. 리보솜이란 세포 소기관에서 mRNA가 베껴 온 유전정보에 맞춰 20종의 아미노산이 결합해 단백질로 변한다. 이 단백질은 인체의 근육, 뼈뿐 아니라 호르몬, 효소, 뇌 신경전달물질 등 생화학 촉매의 재료로 쓰인다.

우리나라 카이스트를 필두로 한 국제 연구팀이 대장균의 모든 전사 종결부위를 해독하고, 이를 바탕으로 미생물의 대사 경로를 수도꼭지처럼 자유자재로 잠그고 풀 수 있는 차세대 ‘대사 조절 밸브’ 기술을 개발했다. 카이스트 생명과학과 조병관 교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이승구 박사, 바이오융합연구소 조수형 교수,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UCSD) 생명공학과 최동희 박사와 버나드 팔슨 교수 팀은 대장균에 존재하는 1600여 개의 전사 종결부위를 찾아냈다. RNA가 DNA에서 유전 정보를 베낄 때 멈춤 신호를 보내는 빨간 신호등 혹은 브레이크를 찾았다는 뜻이다. 대장균은 제약회사들이 유용한 바이오 화합물(생약) 생산을 위해 숙주로 활용하는데, 이 같은 미생물의 신진대사 과정을 수도꼭지처럼 자유자재로 잠그고 틀 수 있는 밸브를 만든 셈이다.

연구진은 합성생물학 기술을 활용한 이 차세대 대사 밸브로 비타민 B8(미오-이노시톨)의 생산을 최대 11배 늘리는 데 성공했다. 비타민 B8은 세포막을 만드는 인지질의 주요 성분이다. 이번 연구로 기존에 알려지지 않았던 전사 종결부위의 특성이 파악된 데다, 새 대사 밸브도 매우 안정적으로 작동해 향후 고부가가치 바이오 신약과 화합물의 대량 생산에 힘을 보탤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핵산 연구’(Nucleic Acids Research) 3월 31일 자에 게재됐다.

전사 종결부위는 DNA가 암호화한 유전 정보를 RNA로 베낄 때, 원하는 유전자만 정확히 전사되도록 조절하는 브레이크 역할을 한다. 연구진은 전사 종결부위가 다양한 세기를 가져 인접한 유전자들의 발현을 정교하게 조절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를 대사회로 조절에 이용했다. 지금까지는 전사의 시작이 되는 프로모터, 번역의 시작이 되는 리보솜 결합 부위를 통해 유전자 발현을 조절해 왔다. 이 방법은 수많은 인자가 관여해 실험 간 편차가 크고, 고가의 화학물질을 요구하는 등 한계를 보였다. 새로 개발한 대사 밸브는 실험 간 편차를 전보다 최대 75% 억제하고, 유용 대사물질인 비타민 B8을 최대 11배 증산하는 데 성공했다.

새 기술은 미생물의 생장 조건(영양분 및 배양 환경)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아 실험실보다 훨씬 큰 공장 규모의 생산 시 필수적인 최적화 과정을 대폭 단축할 수 있고, 생산하려는 목적 화합물의 종류에 따라 첨가하는 원료와 배양 조건을 바꿔도 조절기작이 유지되는 안정성을 보였다.

노성열 기자 nos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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