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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유희경의 시:선(詩:選) 게재 일자 : 2022년 05월 11일(水)
삶이라는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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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곳한 문장 하나 되어/ 천천히 걸어나오는 저물녘 도서관// 함부로 말하지 않는 게 말하는 거구나/ 서가에 꽂힌 책들처럼 얌전히 닫힌 입// 애써 밑줄도 쳐보지만/ 대출 받은 책처럼 정해진 기한까지/ 성실히 읽고 깨끗이 반납한 뒤/ 조용히 돌아서는 일이 삶과 다름없음을’ 송경동 ‘삶이라는 도서관’

(시집 ‘꿈꾸는 소리 하고 자빠졌네’)


서점 구석구석을 살피는 사람이 있다. 스무 살쯤 됐을까. 보통은 지나치고 마는 구석구석까지 구경하고 있으니 신경 쓰이지 않을 수가 없다. 내 시선을 느낀 모양이다. 그는 주저하다가 내가 있는 카운터로 와 묻는다. “책을 읽어봐도 되나요?” 나는 그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한다. 몇 번인가 문답을 주고받은 다음에야 알아챈다. 책장에 꽂혀 있는 책을 꺼내 살펴봐도 되냐는 뜻이었다. 처음 받는 질문이었다. 이렇게 당연한 것을 물어보다니. 놀리는 건가, 부아가 나서 퉁명하고 짧게 “네” 하고 대답을 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물어볼 만하기도 하다 싶다. 작은 책방을 경험해보지 못했을 이가 세상에는 많을 것이다. 특히, 인터넷 서점이나 대형 서점만을 이용해본 젊은 세대들에게는 이 작은 서점이 마치 남의 방 책장인 듯 여겨질지도 모를 일인데, 조심하겠다고 물어본 이에게 모질게 굴었구나. 나만의 상식을 ‘당연함’으로 포장해 믿고 있는 내가 어리석은 것이다.

살아볼수록 내 무지함을 느끼고 있다. 매번 배우고 또 배운다. 최근에 부쩍 이처럼 느낀다. 스스로 어른이 돼간다 대견하게 여기고 있었다. 아니었다. 어른은 무슨. 아직도 멀었구나. 나는 속으로 혀를 차면서, 다시 그를 불러 마음껏 읽어보라고 이것저것 살펴보라고 대답해주었다. 그제야 그는 눈에 띄게 활발해져서는 이 책 저 책을 누비는 거였다. 그렇다. 우리는 서로에게 책이다. 서로를 읽으며 배운다. 그렇다. 우리의 삶은 커다란 도서관이다.

시인·서점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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