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총선 잠식한 ‘솔로몬 이슈’…‘집권당 실책론’ 업고 야권주자 우세

■ 글로벌 포커스

‘중국 위협론’ 정치이슈 떠올라
모리슨 총리 연임에 ‘빨간불’

오는 21일 열리는 호주 총선에서 중국과 남태평양 섬나라 솔로몬 제도가 체결한 안보협정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특히 최근 열린 보수 자유당의 스콧 모리슨(54) 현 호주 총리와 제1야당인 노동당의 앤서니 앨버니즈(59) 대표 간 공개 토론의 핵심 쟁점 역시 ‘중국 위협론’이었다. 모리슨 총리는 지난 8일 열린 공개 토론에서 “솔로몬 제도의 중국기지는 ‘레드 라인’”이라며 “중국이 군사기지를 건설하지 않도록 동맹국과 협력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야당에서는 보수 자유당의 외교 책임론을 거세게 제기했다.

12일 호주공영 ABC방송에 따르면 지난 4월 19일 중국과 솔로몬 제도 간 맺어진 안보협정이 호주 총선을 뒤흔들고 있다. 야권 주자인 앨버니즈 대표가 최근 주요 여론조사에서 ‘집권당 실책론’을 등에 업고 모리슨 총리를 앞서고 있기 때문이다. CNN은 “현재까지는 앨버니즈 대표가 약간 유리하다”며 “모리슨 총리가 21일 총선에서 패한다면 그의 라이벌 앨버니즈 대표가 거의 10년 만에 노동당 정부를 구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앨버니즈 대표 역시 선거 여론전에서 ‘모리슨 총리 안보 무능론’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특히 앨버니즈 대표는 “솔로몬 제도가 중국과 안보협정을 체결한 것은 모리슨 정부의 대규모 외교 참사”라며 거세게 비난했다. 이에 모리슨 총리는 “노동당 부대표 리처드 말레스가 지난 몇 년간 중국 관련 발언을 해온 걸 보면, 중국 정부의 입장을 능가할 정도”라며 “앨버니즈 대표가 노동당 내 친중파 때문에 중국에 대항할 수 없을 것”이라고 역공했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총선에서 정권이 바뀌더라도 호주 정부의 ‘반(反)중국 노선’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정권 교체 시 총리 취임 예정인 앨버니즈 대표가 “국가 안보에는 이념이 없다”며 중국을 강력 비판하고 있기 때문이다. 호주 내부 여론도 악화한 상태라 국익을 우선시하는 ‘실용주의 노선’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모리슨 총리 집권 이후 호주·중국 간 외교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은 상황이다.

김선영 기자 sun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