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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글로벌 포커스 게재 일자 : 2022년 05월 12일(木)
中과 손잡은 ‘서방 뒷마당’ 솔로몬 제도…美·中갈등 최전선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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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내시 소가바레(오른쪽) 솔로몬 제도 총리가 2019년 10월 9일 방중해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방문 환영 행사에서 리커창(왼쪽) 총리와 의장대 사이를 걸어가고 있다. AP 연합뉴스

■ 글로벌 포커스

- 中-솔로몬, 지난달 안보협정 체결…전세계 ‘발칵’

솔로몬총리 3년전부터 親中행보
GDP 77배 차이나머니 공세에
30년 넘게 수교한 대만과 단교
中, 군대파견 가능…광물도 노려

급소찔린 美·濠정부 대응 부심
‘오커스’ 중심 서방 경계령 발동
美 쿼드정상회의서 새전선 논의


지난 4월 19일 중국 외교부가 남태평양의 섬나라 솔로몬 제도와 안보협정을 체결했다고 발표하자 전 세계가 발칵 뒤집혔다. 과거 솔로몬 제도는 영국·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호주·뉴질랜드 등도 대규모 지원을 쏟아부으며 영향력을 행사해 ‘서방의 뒷마당’으로 불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솔로몬 제도를 두고 미국과 호주를 비롯한 서방과 중국의 대립이 격화하는 분위기다. 미·중 간 패권 경쟁, 중국과 대만의 외교전까지 맞물리며 이 작은 나라가 새로운 국제정치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미국·호주 등 서방은 이번 중국과 솔로몬 제도 간 협정이 중국의 남진(南進) 전략의 일환으로 인도·태평양의 안보에 지대한 위협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남태평양 솔로몬 제도에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차이나 머니에 넘어간 ‘친중파’ 총리…대만과 단교 뒤 중국과 안보협정까지 맺었다 = 솔로몬 제도는 인구가 69만 명에 불과한 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다. 하지만 태평양 한가운데에 있어 지정학적 요충지로 꼽힌다. 그 때문에 1500년대 처음 스페인의 탐험가에게 발견된 이래 서구 열강과 일본 등의 세력 다툼에 휘말려왔다. 1978년 영국의 식민지였다가 영국 연방의 일원으로 독립한 뒤 솔로몬 제도는 이웃 국가인 호주·뉴질랜드의 경제, 안보적 지원에 의존하며 살아 남았다.

▲  지난 2월 남태평양 섬나라 피지를 방문해 회담 중인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사절단. AP 연합뉴스

변화는 2019년 4월 시작됐다. 중국이 경제원조 등 다양한 지원책을 내세우자 네 번째 임기를 시작한 머내시 소가바레 솔로몬 제도 총리가 친중 노선을 타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솔로몬 제도는 그해 30년 넘게 수교한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국교를 수립했다. 호주 ABC 방송은 당시 수교를 두고 “중국이 제공한 5억 달러(약 6200억 원) 규모의 재정 지원과 1000억 달러 규모 차관의 대가”라고 보도했다. 이는 솔로몬 제도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77배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액수다. ‘차이나 머니’를 맛본 소가바레 총리는 같은 해 5월 중국 베이징(北京)을 전격 방문,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리커창(李克强) 총리 등 중국 지도부와 회동하고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사업에 관한 양해각서(MOU)까지 체결했다.

중국의 물량 공세로 솔로몬 제도가 급격히 친중 쪽으로 기울자 위기감을 느낀 미국 조 바이든 정부는 다급해졌다. 지난해 11월 대규모 코로나19 화이자 백신을 선물한 데 이어 지난 2월에는 29년 만에 솔로몬 제도에 대사관을 재개설한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때는 늦었다. 지난 3월 중국과 솔로몬 제도의 안보협정 체결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사실이 AP통신 보도를 통해 알려졌기 때문이다. 외신을 통해 유출된 협정 초안에는 솔로몬 제도의 요청이 있으면 중국은 군대나 무장경찰을 파견할 수 있고, 중국 함정이 솔로몬 제도의 해안을 기지로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미국은 4월 19일,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을 단장으로 한 고위 대표단을 솔로몬 제도 등 남태평양 3국에 긴급 파견해 중국의 군사 기지 배치 가능성에 대해 우려와 경고를 표명하려 했지만, 중국은 그로부터 반나절 뒤에 ‘솔로몬 제도와의 안보협정 체결’을 공식 발표하며 도장을 찍어버렸다.

◇미국·호주 ‘좌불안석’…‘오커스 vs 안보협정’ 2强 간 ‘인도·태평양 지역’ 패권 경쟁 심화 = 중국과 솔로몬 제도의 안보협정 체결로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나라는 미국과 호주다. 특히 솔로몬 제도와 비행기로 3시간 거리에 떨어진 호주는 당장 앞바다에 중국 군함이 진을 치게 되자 비난을 퍼부었다. 호주, 영국과 안보 협의체 ‘오커스(AUKUS)’를 통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전략적 우위를 점하려던 미국 역시 급소를 찔린 셈이었다.

솔로몬 제도를 기지로 삼아 태평양으로 군사·경제적 영향력을 확장하려 한다는 서방의 비판에, 중국은 솔로몬 제도의 치안과 민생 안정을 안보협정 체결 명분으로 내세웠다. 솔로몬 제도는 독립 후 고질적인 부족 간 반목으로 정치 혼란을 겪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이 치안을 명분으로 자국 병력 주둔 시설을 설립한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안보협정을 통해) 중국은 솔로몬 제도에 침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소가바레 총리는 지난 4월 20일 의회 연설에서 서방의 우려와 관련해 “유감스러운 인식”이라고 지적하면서 “태평양 섬들을 ‘서방의 뒷마당’으로 여기지 말라”고 비판했다. 소가바레 총리는 중국에 해군 군사기지 설립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으나 미국과 호주 등은 의심의 눈길을 거두지 않고 있다. 미국 외교전문지 디플로맷은 “이번 협정으로 태평양 지역의 안보 경쟁이 심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오는 20~24일 한국·일본 등 동아시아 순방을 통해 한·미, 한·일 정상회담을 하고 한·미·일 3국 협력을 공고화하는 한편,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 일본, 인도, 호주 4개국 협의체인 쿼드(Quad) 정상회의에서 중국의 남진에 대응하는 새 전선 구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일, 미국은 중국의 영향력 증대에 맞서 남태평양 지역에서의 불법 조업에 대처하기 위한 계획을 곧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캠벨 인도·태평양 조정관은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와 안보외교전략센터(CSDS)가 주최한 세미나에서 솔로몬 제도가 최근 중국과 협력을 강화하는 것에 대한 질문에 “향후 두서너 주 안으로 다양한 기관을 통해 해양 영토에 대한 관심을 증진시키도록 고안된 중대 구상이 발표될 것”이라고 밝혔다.

◇광물 탐사까지…공세 강화하는 중국, 미국의 대응은? = 중국은 안보협정에 이어 솔로몬 제도에 광물 탐사와 항구 건설을 추진 중이다. 이에 호주 정부는 우려를 표하고 나섰다. 호주 일간 디오스트레일리안이 지난 10일 입수한 중국과 솔로몬 제도가 추진 중인 ‘해양경제협력 양해각서(MOU)’ 초안에는 중국과 솔로몬 제도가 “호혜적 동반자”로 “해양경제 관련 투자·협력을 적극 추진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대해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중국과의 추가 협상이 다시 (비공식 경로로) 알려진 만큼 솔로몬 제도와 호주와의 신뢰는 더욱 훼손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미·중 간 패권경쟁이 총성 없는 경제 안보 전쟁으로 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솔로몬 제도 외에도 피지·파푸아뉴기니 등 경제적 지원이 필요한 남태평양 국가들과 남태평양 진출이 필요한 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만큼 중국의 남진을 막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이번 ‘솔로몬 제도 안보협정’으로 비상이 걸렸지만 제재 수단이 없어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최근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이 구상하고 있는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가 하나의 반격 수단이 될지 관심이 쏠린다. IPEF에는 미국을 비롯해 한국·호주·일본·필리핀·태국·인도네시아·뉴질랜드 등이 참여국으로 거론된다. 해당 경제 공동체의 핵심 의제는 새로운 공급망 구축으로 디지털 경제와 기술 규범, 탈탄소 청정에너지 등이지만 사실상 새로운 ‘반중국 노선’ 등장으로 예측된다.

김선영 기자 sun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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