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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100세 시대 名士의 건강법 게재 일자 : 2022년 05월 12일(木)
“낮잠 30분·수영 30분·숙면 8시간… 건강 바란다면 반드시 일을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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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가 지난달 15일 서울 중구 정동제일교회 부활절 특강에서 “100년을 살아보니 인생의 황금기는 60세에서 75세 사이”라고 말했다.

건강은 우리 시대 가장 중요한 화두입니다.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도 그 구성원 개개인의 건강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습니다. 문화일보는 5월부터 매주 목요일 건강시리즈 기획물인 ‘100세 시대-명사(名士)의 건강법’ 연재를 시작합니다. 이 시리즈를 통해 기업인, 문화예술인 등 각계각층 인사의 건강관리 비법을 소개합니다.

■ 100세 시대 名士의 건강법 -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

아침 6시 기상해 밤 10시 취침
60세 수영 시작 지금은 주 1회
주변의 100세 산 7명 공통점은
무리하지 않고 타인 험담 안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하며 문재인 정부 정책에 대해 쓴소리도 서슴지 않았던 김형석(103) 연세대 철학과 명예교수는 우리나라 철학계의 거두이자 이 시대 최고의 지성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지금도 현역 때처럼 왕성한 활동을 해 100세 시대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인물로, 한 해 200회 이상의 강연과 방송 출연, 신문 칼럼을 집필하는 ‘영원한 현역’이다. 문화일보가 ‘100세 시대 명사(名士)의 건강법’ 연재를 시작하는 첫 번째로 초대석에 모신 이유다.

김 교수는 어린 시절 건강이 무척 나빴다. 당시 20살을 넘기기 어렵다고 생각할 정도로 병을 앓았다고 했다. “무슨 병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부모님은 간질병이라고 했고, 의사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했어요. 그래서 중학교에도 못 갈 줄 알았어요. 한마디로 ‘버림받은 소년’이었지요. 그래서 하느님께 간절히 기도했어요. 저에게 건강을 주시고 오래 살게 해주면 나를 위한 삶보다 하느님을 위한 삶을 살겠다고요.”

지난달 15일 기자와 만난 김 교수는 “건강을 위해 무리하지 않는다”면서도 오후에 서울 강남에서 강연을 마치고 곧바로 강북에 있는 정동제일교회로 이동해 70분간 부활절 특강을 했다. 반나절에 두 차례 강연을 거뜬히 소화해 103세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건강해 보였다. 특별히 피곤해하는 기색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아직까지 지팡이도 짚지 않고 걷는다. 눈과 귀도 건강한 편이라고 했다.

건강 유지를 위한 남다른 비결이 궁금했다. 우선 식단부터 물었다. “아침 6시에 일어나 가벼운 체조를 해요. 아침 식사는 늘 똑같아요. 우유 반 잔에 호박죽 반 그릇, 달걀 반숙 하나에 샐러드, 여기에 토스트와 찐 감자를 하루씩 번갈아 먹지요. 식사 후에는 과일과 커피 반 잔을 마시고요.” 과일은 사과를 주로 먹는데 의사 사위가 치매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해 먹기 시작했다고 한다. “점심은 주로 밖에서 먹게 되는데, 생선이나 고기 위주로 단백질을 섭취해요. 저녁은 점심보다 적게 먹지요. 점심에 생선을 먹었다면, 저녁엔 고기를 먹는 식이죠. 나처럼 일을 많이 하는 사람은 잘 먹어야 해요. 흔히들 ‘소식하면 오래 산다’고 하죠? 그런데 나이 드니까 저절로 소식하게 되더군요. 소화 기능이 떨어져서요.”

그는 건강 비결 중 하나로 잠을 잘 자는 것을 꼽았다. 오후 10시쯤 잠자리에 들어 하루 8시간 숙면을 취한다고 했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오후에 낮잠도 30분 정도 잔다. “달게 자고 나면 새로운 하루를 시작하는 기분”이라면서 “남들은 24시간이 하루지만, 난 이틀로 나누어 보내고 있는 셈”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게다가 “틈나는 대로 잠깐씩 눈 붙여요. 차로 이동할 때면 무조건 잡니다. 지금도 기차를 타면 잠부터 자요. 잘 자고 눈 뜨면 새로운 기분이 돼요. 서울 시내도 1시간 이상 걸리면, 일단 잠을 청합니다. 시간을 버는 습관이자 일을 많이 할 수 있어요.”라며 김 교수만의 비법을 소개했다.

김 교수가 수영으로 건강 관리를 해온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다. 요즘도 수영을 하는지 궁금했다. “60세 무렵 수영을 하기 시작해 거의 매일 즐기다시피 했어요. 30분 정도 수영하면 피곤이 다 풀려요. 신체적 피로뿐 아니라 정신적인 피로까지도요. 하지만 100세가 되고부터는 체력에 부담을 느껴 주 3회에서 1회로 줄였고, 요즘은 코로나19 때문에 못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수영 대신 산책을 시작했다고 한다. “동네 뒷산을 한 시간 정도 걸어요. 숲이 있는 자연 속을 거니는 게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산책하면서 언론사에 보낼 원고 내용을 구상하고 강연 내용도 정리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의 또 다른 건강 비결은 두 다리로 많이 걷는 것이다. “100세 전까지는 대중교통을 이용했어요. 버스나 지하철을 타기 위해서라도 상당히 긴 거리를 걸어야 하죠. 생활 자체가 운동인 셈이에요.”

그런데 건강과 관련해 꼭 하고 싶은 이야기는 따로 있다고 했다. “운동이 건강을 위한 필요조건이라면, 그럼 건강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하는 겁니다. 운동을 위한 운동은 운동선수들의 몫이죠. 나에게 건강이란 일을 하기 위한 필수조건이지요. 일이 목적이고 건강은 수단인 셈입니다.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돼요. 일을 해야 신진대사가 원활해 지고 정신도 맑아져 항상 생기가 돌아요. 건강하고 싶으면 일을 하라고 합니다. 일이 곧 건강의 비결이지요.”

김 교수는 일과 운동을 하는 사람과 하지 않는 사람은 70대가 되면 완전히 달라진다고 했다. “다만 무리하게 하면 안 돼요. 욕심내지 말고 꾸준하게 하는 자세가 중요하죠. ‘건강하게 오래 살기 위해 나처럼 살아라’가 아니고, ‘이렇게 살았더니 건강하고 오래 살더라’는 걸 알려주고 싶어요”.

주변에 100세까지 산 사람이 7명 있는데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며 소개했다. 첫째, 욕심이 없고, 무리하지 않는다. “젊었을 때 몸이 약한 사람은 무리하지 않고 조심하게 돼요. 그래서 오래 살아요. 건강하다고 무리하는 사람은 절대 오래 살지 못해요.” 둘째, 남 험담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남을 미워하지 않고, 감사하며 산다는 것이다.

끝으로 그의 건강 유지 최고의 비결은 신앙심이다. 그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라고 했다. “보통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고 하죠. 그런데 나이 60을 넘기니까 거꾸로 건강한 정신에 건강한 신체가 따라온다는 것을 실감하게 됐어요. 나이 들어서 정신적으로 좌절하면 다시 일어서기 힘들어요. 그래서 더욱 강한 정신력을 유지해야 하는데 제 경우엔 신앙이 큰 도움이 됐지요. 예를 들어 부산에서 일본까지 헤엄쳐 간다고 한번 상상해봐요. 이때 부산과 일본을 잇는 밧줄이 놓인 상태에서 헤엄치는 사람과 그런 밧줄이 없이 헤엄치는 사람 중 누가 더 성공할까요?. 밧줄이 없으면 파도에 휩쓸려가지요. 그 밧줄이 바로 신앙이에요.”

■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가 걸어온 길

△1920년 평안북도 운산 출생 △평양 숭실중학교를 거쳐 제3 공립중학교 졸업△일본 조치대(上智大) 철학과 졸업 △서울 중앙중·고 교사, 교감 △연세대 강사·조교수 △미국 하버드대·시카고대 연구교수 △연세대 철학과 교수 △연세대 명예교수 △한우리독서문화운동본부 초대회장 △상훈:국민훈장 모란장, 백범상 국민통합상·제31회 인촌상 교육부문·제12회 유일한상·제6회 한림대 일송기념사업회 일송상·제1회 인제인성대상△ 주요 저서:‘현대인의 철학’,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인생의 의미를 찾기 위하여’,‘예수’, ‘고독이라는 병’, ‘영원과 사랑의 대화’, ‘백년을 살아보니’.

글·사진 = 박현수 기자 phs2000@munhwa.com
e-mail 박현수 기자 / 인물·조사팀 / 부장 박현수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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