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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북리뷰 게재 일자 : 2022년 05월 13일(金)
코로나가 스쳐간 뇌… ‘머릿속 안개’ ‘기억력 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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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티이미지뱅크


■ 팬데믹 브레인│정수근 지음│부키

팬데믹이 뇌·마음에 미친 영향
심리·신경과학 최신 연구 정리
격리만으로도 뇌기능 떨어져

뇌, 마스크 속 맨 얼굴 그릴 때
매력 높게 추정해 ‘마기꾼’상상
외모 별로일수록 긍정적 효과

친밀한 사람과 스킨십·수면 등
손상된 뇌 인지기능 회복시켜
‘롱 코비드’ 대비해 활력 찾아야


참으로 지긋지긋하다. 2년 넘게 우리를 옭아매고 있는, 아직도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코로나19 말이다. 그동안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성장제일주의가 초래한 재앙’으로 분석하거나 코로나19 이후 산업계와 노동시장 변화를 살핀 책은 많았다.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깨닫고 환경문제 해결에 전 지구적 역량을 쏟아야 한다는 제언도 무수히 나왔다. 하지만 정수근 충북대 심리학과 교수는 팬데믹이 ‘사회를 어떻게 바꿨는가에 대한 거시적 문제’보다 ‘나와 내 가족, 친구들의 마음과 행동에 미친 영향’이 궁금했다. ‘팬데믹 브레인’은 이런 궁금증에서 출발해 코로나19가 바꾼 인간의 뇌와 마음에 관한 뇌과학·신경과학·심리학 최신 연구를 정리했다. 여러 학술논문을 소개하되 일반인도 쉽게 이해하도록 연구의 세부 절차는 과감히 생략하고 핵심 결론을 설명하는 데 주력했다. 그 덕분에 책은 팬데믹으로 인한 인지 기능 저하부터 마스크 착용, 화상회의 보편화를 둘러싼 일상 속 문제까지 아우르며 아기자기한 재미와 지적 자극을 동시에 주는 교양서로 읽힌다.

코로나19 확진자 중 상당수는 완치 후에도 기억력 감퇴, 피로감, 주의 집중 애로 등의 증상을 보인다. 머릿속에 안개가 낀 듯 멍한 ‘브레인 포그’(Brain Fog)를 겪는 환자도 있다. 확진자가 호소하는 증상들은 코로나바이러스가 뇌에 미치는 영향을 입증한다. 실제로 코로나19로 사망한 이들의 뇌를 조사한 결과, 바이러스가 뇌에 직접 침투한 흔적은 찾지 못했으나 치매 같은 퇴행성 뇌 질환에 걸린 사람의 뇌처럼 군데군데 손상을 입었고, 고위 인지 기능을 담당하는 대뇌피질 신경 세포도 망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영국에서 약 400명의 확진자를 대상으로 감염 전후를 비교해 신경세포가 밀집된 회백질 두께가 얇아진 사실을 확인한 연구도 있다. 조사마다 차이는 있으나 코로나19 후유증으로 인지 기능 저하를 보이는 확진자 비율은 최소 20%에서 최대 80%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확진자만 인지 기능 저하에 시달리는 건 아니다. 접촉과 연대, 사랑과 우정이 필요한 인간은 팬데믹 시대를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뇌 손상을 피하기 힘들다. 남극에 파견된 독일 탐험가들에 대한 연구가 이를 뒷받침한다. 14개월 동안 외부와 단절된 이들의 뇌를 남극 생활이 끝난 뒤 자기공명영상(MRI)으로 촬영하니 파견 전과 비교해 기억력과 연관된 해마 크기가 약 7% 줄어 있었다. 자극이 적고 단조로운 생활은 일견 평화로울 듯하지만, 뇌 입장에선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고립 상황’인 것이다.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2021년 출생자들의 인지 기능 점수가 이전에 태어난 아기들보다 현저히 낮다는 통계 역시 확진 여부와 무관하게 폐쇄적 생활이 아이의 성장과 발달에 끼칠 부정적 영향을 걱정한 임산부의 스트레스가 전이된 결과다. “팬데믹으로 사회적 고립을 경험한 사람의 뇌는 지하 벙커에 오래 갇혀 있다 풀려난 사람의 뇌와 닮았다.”

책은 마스크 착용이나 근무환경 같은 일상 변화와 관련해서도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한다. 예컨대 마스크를 벗은 얼굴이 기대치보다 떨어지는 사람을 가리키는 ‘마기꾼’(마스크와 사기꾼의 합성어)이란 신조어는 뇌과학적 근거가 있다. 한 미국 연구진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마스크를 쓰지 않은 얼굴 사진을 여러 개 보여주고 각각의 얼굴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평가하게 했다. 이후 같은 사람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사진을 제시한 뒤 한 번 더 매력도를 물었다. 그 결과 매력도가 낮은 얼굴의 소유자가 마스크를 쓰면 약 40% 높은 평가를 받은 데 반해, 민낯이 잘생기거나 예쁜 사람은 마스크를 써도 매력 점수가 6% 오르는 데 그쳤다. 맨 얼굴이 ‘별로’일수록 마스크로 인한 ‘외모 버프(buff) 효과’를 누린 셈이다. 저자는 “가려진 정보를 ‘예측’하는 뇌는 마스크를 쓴 얼굴을 볼 때 ‘매력도가 높은 평균적 얼굴’을 추정해 전체 얼굴을 상상한다”고 말한다.

화상회의가 대면회의보다 더 지치게 하는 ‘줌 피로’(Zoom Fatigue)도 뇌과학으로 설명할 수 있다. 발표자에게만 주의를 기울이면 되는 대면회의와 달리 줌 회의에선 ‘나’를 바라보는 듯한 수많은 네모 칸 속 참가자를 신경 써야 한다. 뇌의 처리 용량은 제한적인데 이런 자극이 동시에 가해지면 뇌는 금방 지친다. 몸짓이나 표정 같은 비언어적 신호가 잘 전달이 안 되는 것 역시 더 많은 인지적 자원을 소모하게 한다. 대면회의보다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고 느끼는 탓에 목소리도 약 15% 올라가는 경향이 있다.

희망적인 것은 우리 뇌가 피로에 지치고 손상을 입어도 인지 기능을 회복할 능력을 지녔다는 사실이다. 경험과 환경에 따라 세포와 조직이 바뀌는 ‘가소성’ 덕분이다. 치료 목적으로 오른쪽 뇌를 제거하고도 남은 절반의 뇌가 기능을 이어받아 정상 생활을 이어간 한 소녀 사례는 가소성의 광범위한 힘을 보여준다. 이에 저자는 ‘인류 역사상 최대의 격리 실험’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친밀한 사람과의 스킨십, 충분한 수면과 운동, 새 취미 찾기 등으로 뇌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롱 코비드’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제안이 뻔하게 느껴질 수 있으나 항상 해답은 ‘모두가 알지만 쉽게 실천하지 못하는’ 일상 속 과제에 숨어 있는 것 아닌가. 팬데믹이 부른 변화를 ‘차가운’ 과학 이론으로 분석한 책은 어떤 경우에도 인류가 버텨낼 것이라는 ‘따뜻한’ 낙관으로 맺는다. 더 많은 연구와 의학적 개발이 이뤄지면 지금보다는 덜 불안하게 먹고 마시고, 멀리 여행을 떠날 수 있을 것이다. 영화 ‘인터스텔라’ 속 대사처럼,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260쪽, 1만6800원.

나윤석 기자 nagij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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