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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게재 일자 : 2022년 05월 13일(金)
“잡지 창간호 2만점은 콘텐츠 항아리… 문화유산으로 지켜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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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술결과 28일 발표… 가천박물관 창립자 이길여 총장

‘자강회월보’ ‘소년’ ‘삼천리’ 등
귀중본 즐비… 최다소장 기네스에

“시대상황·가치 반영하는 거울
판잣집 소장가 부탁으로 매입
거기서 국보도 나와 놀랐지요”


“가천박물관(오른쪽 사진)이 소장한 잡지 창간호 2만여 점은 우리 사회 발자취를 담은 콘텐츠의 항아리입니다. 당대의 상황과 사상, 문화 가치관을 반사하는 거울이지요.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잘 지켜졌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합니다.”

가천박물관 창립자인 이길여(왼쪽) 가천대 총장은 12일 이렇게 말했다. 그는 “1970년대 초반 병원 일로 바쁠 때부터 창간호를 모았는데, 돌이켜보니 참 잘한 일”이라며 웃었다.

인천에서 박물관을 운영하는 가천문화재단은 소장 창간호를 10여 명의 학자가 연구한 학술 결과를 오는 28일 발표한다. 한국출판학회가 서울 코엑스 콘퍼런스룸에서 여는 정기학술대회 ‘한국잡지 120년, 시대를 말하다’에서다. 재단은 앞서 26일 창간호 2만여 점을 담은 도록을 발간한다.

“우리나라 잡지 태동기인 개화기부터 현재까지의 학술·문예·종합·교지 등 모든 분야를 망라합니다. 매달 200점씩 전시해도 10년이 넘는 시간이 걸리니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도록으로 꾸몄습니다.”

이 총장 말대로 가천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잡지 창간호는 귀중본이 많다. 1906년 장지연, 지석영, 박은식이 필자로 참여한 ‘대한자강회월보’, 1908년 최남선이 창간한 ‘소년’, 1929년 김동환이 발행한 ‘삼천리’, 1972년 삼성출판사에서 시작한 ‘문학사상’ 등. 이 총장이 1984년 한국여자의사회 회장을 지낼 때 창간한 ‘여의회보’ 1호도 있다.

가천박물관은 국내 최다 창간호 소장처로 한국 기네스에 올라있다. 국내 최대 의료사 박물관이자 인천 유일의 국보(‘초조본유가사지론 권제53’) 보유처이기도 하다. 보물도 14점이 있다.

“그걸 모으게 된 사연은 전쟁을 겪은 우리나라의 가난과 관련돼 있습니다. 어떤 분이 비가 새는 판잣집에 살면서 집안의 고서와 골동품을 지킬 수 없으니 팔아야 하겠다고 해서 전시회를 열어드렸지요. 그런데 사 주는 사람이 없어서 제가 당시 돈 3000만 원을 들여 매입했습니다. 지게로 지고 와서 병원에 두고는 일이 바빠 몇 년 동안 들춰보지 못했는데, 나중에 거기서 국보가 나와서 세상이 놀랐지요.”

이후 전국에서 고서와 유물을 기증하겠다는 사람들이 찾아왔고, 그걸 받아서 보존하며 시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1995년 박물관을 세웠다. 잡지 창간호 수집도 한 소장가에서 4000여 점을 기증받은 것이 시작이었다. 그런 과정 속에서 문화유산의 중요성을 더 크게 인식하게 됐다는 것이 이 총장의 설명이다.

“제가 어렸을 때는 일상 속에 우리 전통문화가 살아 있었는데, 그게 점점 없어지는 게 안타까웠습니다. 그래서 수공예품 전시도 열고, 언니(고 이귀례 한국차문화협회 명예회장)와 함께 우리 차문화를 되살리는 일을 했지요. 의료사업을 하며 ‘문화가 꽃피는 병원’을 만들기 위해 애써왔는데, 앞으로도 그런 정신을 유지하고 싶습니다.”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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