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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주철환의 음악동네 게재 일자 : 2022년 05월 16일(月)
나의 작은 방과 세상의 끝을 거쳐… 그대를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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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철환의 음악동네 - 임영웅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주철환 프로듀서·작가·노래채집가
짝사랑은 길모퉁이 안쪽에 사는 모양이다. ‘골목길 접어들 때에 내 가슴은 뛰고 있었지/ 커튼이 드리워진 너의 창문을 말없이 바라보았지’(신촌블루스 ‘골목길’ 중) 가슴 뛰던 시절로 돌아갈 순 없지만 추억의 창으로 돌아볼 순 있다. ‘그대를 만나고 그대와 마주 보며 숨을 쉴 수 있어서’(이적 ‘다행이다’ 중) 행복하던 시절도 있었지만 반대로 피하고 싶은 사람과 함께하며 한숨 쉬던 순간도 있었으리라.

음악정원에 가장 많이 심은 게 꿈나무다. ‘난 눈을 뜨면 꿈에서 깰까 봐/ 나 눈 못 뜨고 그대를 보네’(조덕배 ‘꿈에’ 중) 낭만적인 노랫말에 시비를 거는 건 도리가 아니지만 잠에서 깨는 것과 꿈에서 깨는 건 결말이 다르다. 꿈이 그토록 간절하다면 어둡고 적막한 밤을 헤치고 조금씩 등대를 향해 움직여야 한다. ‘우리들 만나고 헤어지는 모든 일들이 어쩌면 어린애들 놀이 같아’(이문세 ‘깊은 밤을 날아서’ 중) 하지만 출항하지 않는 배는 장난감배에 불과하다.

‘아직은 난 가진 것 없는 마음 하나로/ 난 한없이 서 있소/ 잠들지 않은 꿈 때문일까’(김광석 ‘말하지 못한 내 사랑’ 중) 그대를 만나는 가장 당당한 방법은 나 스스로 만나고 싶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나도 그를 만나고 싶고 그도 나를 만나고 싶을 때 소망은 희망에 가까워진다. 이제 남은 건 용기 내어 사랑을 고백하는 일이다. 간직하고 키워온 사랑을 전달하지 못한다면 ‘물거품처럼 깨져버린 내 꿈’(조덕배 ‘꿈에’ 중) 혹은 ‘눈치만 살피다가 지내는 한평생’(송창식 ‘맨 처음 고백’ 중)이 될 수도 있다.

이적의 나무엔 꿈과 희망이 서식한다. ‘오랜 꿈들이 공허한 어린 날의 착각 같았지/ 울먹임을 참고 남몰래 네 이름을 속삭였을 때/ 귓가에 울리는 그대의 뜨거운 목소리/ 그게 나의 희망이었어’(이적 ‘하늘을 달리다’ 중) 소망과 희망은 비슷한 듯 다르다. 둘 다 꿈의 친구지만 어느 지점에서 갈라선다. 소망은 ‘만나고 싶다’는 바람(기대감)이지만 희망은 ‘만날 수 있다’는 믿음(가능성)이다. 방향은 같아도 세기(강도)가 다르다.

이적과 임영웅이 만난 과정을 숨은그림찾기로 재현한다면 계단과 달팽이는 반드시 배치해야 한다. ‘달팽이’로 음악동네에 전입신고(1995) 할 때 이적은 ‘언젠가 먼 훗날에 저 넓고 거칠은 세상 끝 바다로 갈 거라고’ 다짐했다. 바다는 그에게 ‘터벅터벅 그 걸음으로 어느 세월에 내게 오나요’(임영웅 ‘계단 말고 엘리베이터’ 중)라며 타박하지 않았다.

우리의 작은 꿈은 만나고 싶은 사람이 되는 것이지만 더 큰 꿈도 있다.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다시’의 어원을 찾아보니 ‘다시’의 ‘다’는 ‘다르다’와 뿌리가 같다. 음악동네에 강남과 강북이 있다면 둘은 그 중간지점에서 만난 느낌이다. 각자의 팬들이 볼 때 가는 길이 다르고 노는 물이 다르니 어찌 보면 이색조합이다. ‘아무 색이면 어때/ 우리 사이에 무지개색 꿈이 있는데’(꾸러기들 ‘무슨 색을 좋아해도’ 중)

이적의 색다른 만남은 서해안고속도로(무한도전 가요제)에서 이미 빛을 발한 적이 있다. ‘어느 날 내 맘에 찾아온/ 작지만 놀라운 깨달음이/ 내일 뭘 할지 내일 뭘 할지 꿈꾸게 했지’(처진달팽이 ‘말하는 대로’ 중) ‘가장 유명한 사람(유재석)의 가장 초라한 시절을 담은 곡’이란 댓글에서 보듯 미래는 ‘말하는 대로’ ‘꿈꾸는 대로’ ‘마음먹은 대로’ ‘움직이는 대로’ 과거와 연결된다.

두 사람의 꿈이 결합하니 체온계도 한도 초과다. ‘떳떳하게 일어나/ 널 다시 찾아갈 뜨거운 꿈만 꾸었다’(임영웅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중) 임영웅이 전달한 사인CD를 받고 이적은 ‘음악하길 잘했다’는 담백한 소감을 남겼다. 흐뭇하다. 음악은 우리를 다시 만나게 한다.

작가·프로듀서

노래채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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