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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이현종의 시론 게재 일자 : 2022년 05월 16일(月)
민주당 성범죄 ‘폐당(廢黨)’ 걱정할 사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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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종 논설위원

박완주 안희정 박원순 오거돈
성추행하고 피해자 되레 협박
민노총·전교조 10년 지나 사과

586 ‘조직 보위’ 성범죄 악용
겉으로는 약자·인권 외치지만
문재인·이재명도 언행 불일치


또 터졌다. 박원순·안희정·오거돈 사태 이후 끝난 줄 알았던 더불어민주당 내 성범죄 사건이 재연되고 있다. 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이 “용서를 구할 엄두도 나지 않는다”고 할 지경이다. 학생운동권 출신으로 충남 천안을에서 3선을 하고 원내수석부대표, 정책위 의장까지 지낸 중진인 박완주 의원의 성범죄는 개인의 일탈을 넘어 조직 자체가 심각한 병에 들었다는 신호다. 사건 자체도 심각한데 피해자를 회유·협박하는 행태는 범죄집단을 닮았다. 박 의원은 15년이나 함께 일한 보좌진에게 몹쓸 짓을 해 놓고 돈과 일자리로 회유하려다 안 되니까 피해자의 서명까지 조작해 의원면직 사직서를 국회에 제출했다고 한다. 가짜로 들통나자 직권면직까지 하려고도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가 상담한 선배들은 박 의원의 부역자 행태를 보였다고 한다. 결국, 당에 신고하고서야 진상이 세상에 드러났다.

왜 민주화 운동을 했다는 이들에게서 유독 이런 일이 발생하고 주변 인물들도 가담해 조직적 은폐가 일어날까. 몇 해 전 최영미 시인이 고은 시인의 성 추문을 폭로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강준만 전북대 명예교수는 “진보의 대의를 위해 활동하는 운동조직을 적의 공격으로부터 보위해야 하며, 따라서 내부에서 성폭력과 같은 몹쓸 일이 일어난다 하더라도 이를 조직 밖으로 알려선 안 된다는 논리가 팽배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1980년대 운동권 내부의 많은 성폭력 사건이 은폐되고 피해자들이 이중·삼중의 고통을 당한 것도 바로 운동권의 ‘조직 보위’ 논리 때문이다.

지난 2008년 민주노총 성폭력 사건이 대표적이다. 수배 중이던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은 전교조의 소개로 전교조 조합원 교사의 집에 몸을 숨겼다. 그런데 연락책을 맡은 민주노총 간부가 이 여성 조합원을 성폭행하려 했다. 이에 항의하는 피해자에게 조직은 “전교조나 민주노총이 매우 어려운 시기다. 정부나 보수언론이 이 사실을 알면 이를 빌미로 탄압하고 조직을 와해시키려 할 것이다. 참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이 사건에 대해 전교조는 10년이 지난 2018년 3월에야 성명을 통해 사과를 표명했다.

민주당은 박 의원에 대해 제명 처리한 12일 당일 하루 정도 사죄의 뜻을 밝히다 다음 날부터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성 접대 문제를 거론하며 정치 쟁점화를 시도했다. 자신들만 죽을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더욱이 이번 지방선거의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은 이재명 상임고문은 이 사태에 대해 사과 한마디 없이 공동비대위원장들과 생각이 같다고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대선 패배의 책임도 모른 체하고 두 달 만에 아무 연고도 없는 인천 계양을에 출마한 것부터 할 말이 없는데 이런 중대한 사태에 입을 다물었다. ‘검수완박’에는 온갖 꼼수와 편법을 동원해 일사불란(一絲不亂)하던 의원들은 기자들 눈길만 피해 다닌다. 여성운동의 대모를 자처하던 여성 의원들은 얼굴도 내밀지 않는다. 이들의 출세 통로가 된 여성가족부 폐지론이 들끓는 이유다.

문제는 이런 일이 더 있다는 민주당보좌진협의회 증언이다. 남성의 자위행위를 일컫는 말을 해 놓고 ‘짤짤이’라고 했다고 강변하는 최강욱 의원은 ‘여죄’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김원이(전남 목포) 의원은 보좌진 남성에게 성폭행 당한 여성 보좌진의 도움 요청을 싸늘히 거절했고, 되레 피해자에게 “왜 알렸냐”는 2차 가해를 했다고 한다. 전형적인 조직 보위 논리다.

민주당은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하면서 장애인이나 성폭력 피해자 등 약자를 위한 이의신청권을 없애버리는 만행을 저질렀다. 인권변호사들이 간절히 철회를 요청했는데 막무가내였고, 인권변호사를 자처한 문재인 대통령은 퇴임 직전에 법안을 공포하고 떠났다. 마치 자신들만이 약자들의 친구인 것처럼 행세하다가 ‘자기 보위’를 위해선 앞뒤 가리지 않는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민주당은 또 뼈를 깎는 반성을 하겠다고 한다. 이제 국민은 입에 발린 거짓말인지 아닌지 다 알아버렸다. 지난해 박 의원 자신이 목청 높여 ‘성인지 감수성’ 운운하더니 뒤로는 범죄를 저지른 이중성에서 그들의 민낯을 보고 있다. 이러니 지지율도 급전직하다. 이젠 폐족(廢族)이 아니라 폐당(廢黨)을 해야 할 지경이다.

leehu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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