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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22년 05월 16일(月)
‘로퓰리즘’ 막아야 나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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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관범 경제부 차장


새 정부의 110대 국정과제를 보면 정작 기업을 옥죄는 지배구조 규제에 대한 개선 약속은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도 기업인들 반응을 들어 보면 언급 자체가 없는 것을 오히려 더 반기는 기색이 역력하다. 한 기업인은 “정부가 도와준다고 해서 따라 하면 결국 규제만 남더라”면서 “가만히 계셔 주면 더 고맙겠다”고 전했다. 한 경제단체 고위 임원은 “‘경제민주화’라는 표현 자체가 사라진 것만으로도 기업으로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 유례없는 규제로 기업을 옥죄는 지난 정부의 잘못을 되풀이하는 우려는 이제 덜 해도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금융 당국이 상장 기업의 감사인(회계법인)을 일일이 지정해 주는 ‘외부 감사인 지정제’다. 2012년부터 2014년 사이에 벌어진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건의 전모가 2015년 밝혀진 것이 계기가 됐다. 해당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매출을 부풀리거나 자회사 손실을 반영하지 않는 방식으로 5조 원대 분식회계를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줬다. 문제는 엉뚱하게 번지수를 짚은 진단과 처방으로 상장 기업 부담만 늘리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점이다. 당시에도 대우조선해양은 공적 자본을 투입한 산업은행이 관리·감독하고 경영진을 내려보내는 곳이었다. 공기업이나 다름없는 곳에서 분식회계 사건이 빚어졌다는 것을 이유로 2200개에 달하는 민간 상장 기업을 잠재적인 분식회계 범죄 기업으로 간주하고 정부가 직접 감사인을 지정해 회계감사의 시장가만 한껏 높여 놨다.

이를 두고 ‘로퓰리즘(lawpulism)’의 전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포퓰리즘(populism)’이 일반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는 정치 형태를 뜻한다면 로퓰리즘은 문제만 생기면 관련 입법과 규제를 쏟아 내는 정부와 국회의 행태를 얘기한다. 공적 자본의 관리·감독 책임이 큰 사인인데도 불구하고 무턱대고 해법을 양산하다 보니 애꿎은 민간 상장 기업들만 족쇄를 차고 세계 시장에서 경쟁해야 하는 황당한 상황에 부닥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 당국의 사후 대처는 스스로 확대 재생산하는 규제의 본성을 잘 보여준다. 금융 당국은 지난 2일 외부 감사인 등록 요건을 강화해 품질을 높인다는 하위 규제를 내놨다. 규제 개선이 또 다른 규제를 낳는 ‘악순환’의 전형이다. 로퓰리즘의 폐해는 셀 수가 없다. 상장사의 감사나 감사위원을 선임할 경우 지배주주가 보유 주식의 최대 3%만 행사하도록 제한한 ‘3% 룰’도 그중 하나다. 해외 투기 펀드에 대항할 수 있는 방어 수단은 죄다 틀어막은 채 경영권을 흔들 수 있는 뒷문을 열어 놓아 결국 자본시장을 투기 펀드의 놀이터로 전락시키는 위험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업이 잘못하면 제대로 처벌하면 된다. 기업이 원하는 것은 단 하나다. 세계에서 통용되는 표준에 부합하는 대우를 받는 것이다. 한국 경제는 재정수지와 무역수지가 모두 적자를 내는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의 수출 경쟁력 하나에 기대어 아슬아슬하게 외줄 타기를 하고 있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기업인을 자유롭게 풀어줘야 결국 나라가 산다.

frog72@munhwa.com
e-mail 이관범 기자 / 경제부 / 차장 이관범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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