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2022.7.4 월요일
전광판
Hot Click
문화일반
[문화] 게재 일자 : 2022년 05월 18일(水)
‘사랑보다 깊은 추앙’ 보여준 그… 이러니 구씨에게 빠질 수밖에
  페이스북트위터카카오톡밴드
■ JTBC ‘나의 해방일지’- 구씨 ‘추앙일지’

‘나의 해방일지’ 11화 속 ‘추앙’ 고백 장면. “날 추앙해요”라는 미정의 말로 시작한 구씨와 미정의 관계는 이날 구씨의 “추앙한다”라는 진심 어린 고백으로 완성됐다. JTBC 제공

늘 침묵하던 미스터리 외지인
富·완력 가진 반전실체 드러내

여주인공 아빠에 딸 번호 묻고
직설적 표현 해주는 ‘직진남’

버려진 개 먹이 챙겨주는 남자
거친 모습 지닌 여린 사람일 뿐


“구씨 때문에 밤에 잠을 못 잡니다.” “누구에게도 못 받는 위로를 구씨에게 받다니.”

터졌다. 구멍 나고 허름한 티셔츠에 십자가 목걸이를 하고 싱크대를 만드는, 매일 저녁 소주 딱 두 병씩을 마시는 구씨(손석구 분). 이제 네 편만을 남겨둔 박해영 작가의 JTBC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속 구씨를 향한 반응이 가히 폭발적이다. 각종 커뮤니티에 “손석‘구씨’를 추앙한다”는 고백이 넘쳐난다. 시작은 구씨의 ‘멀리뛰기’부터일 것이다. 4화에서 구씨는 바람에 날아간 염미정의 모자를 줍기 위해 논두렁 위를 뛰어넘는다. 그 전까지 염제호의 싱크대 만드는 일을 돕는 한 외지인였던 구씨는 이 장면부터 드러나기 시작한다. 염미정이 그토록 원했던 ‘사랑’보다 더 깊은, 존재를 충만하게 하는 ‘추앙’의 시작이기도 했다. 우리는, 나는 왜 구씨를 추앙(推仰)하는가. 구씨의 매력이 빛났던 네 장면을 쫓아가며 구씨 ‘추앙 일지’를 쓴다.

# 1. “막내따님 전화번호 좀”

미정을 추앙하기로 마음먹은 그는 머뭇대지 않는다. 보통의 남자라면 미정이 퇴근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전화번호를 물어봤을 거다. 아니면 자신에게 호감을 갖는 미정의 오빠 창희를 통해 알아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미정의 아버지인 제호에게 물었다. “저, 막내따님 전화번호 좀.” 어느 누가 좋아하는 여자 아버지로부터 여자의 전화번호를 얻어낼까. 미정을 향한 구씨의 ‘직진’은 미정의 말대로 “거칠고 투명하다”. 미정을 향한 구씨의 위로도 직설적이다.

돈을 뜯어간 전 남자친구 때문에 힘들어하는 미정에게 구씨는 “나 진짜 무서운 놈이거든? 옆구리에 칼이 들어와도 꿈쩍 안 해. 근데 넌 날 쫄게 해. 좀 알아라. 너 자신을 알라고”라고 말한다. 미정이 얼마나 매력 있는지 구구절절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위로 같지 않은 위로도 없다. “날 쫄게 한다”는 직설적인 한마디로 미정의 자존감을 가득 채운다.

# 2. “조용히 기다려”

자신의 라이벌이자 옛 연인의 오빠인 백 사장이 접근해오자 구씨는 바로 백 사장을 찾아갔다. 적진의 중심부지만 ‘쫄지’ 않았다. 그리고 백 사장에게 자신의 결정을 기다리라고 말했다. “‘싱크대가 좋다. 이 세계 접을란다’ 아니면 ‘이 세계다. 내가 씹어 먹어야겠다’ 둘 중 하나인데 내가 결정 갖고 올 테니까 기다려”라는 경고는 구씨가 모든 선택권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그저 그런 한량이 아닌, 이 세계를 씹어 먹어야겠다고 마음만 먹으면 씹어먹을 수 있는 남자인 구씨가 후줄근한 티셔츠를 입고 제호 곁에서 싱크대를 만들고 있다. 5억 원이 넘는 롤스로이스 차키를 화장실에 아무렇게나 놓는 남자인 그를 창희는 동경한다.

그의 정체 밝히기는 구씨가 말 한마디 안 했던 1화부터 12화까지 계속돼왔다. 12화가 돼서야 그가 호스트바 마담 출신이라는 그림이 맞춰졌다. 그 전까지 시청자들은 구씨의 정체가 뭔지 궁금해했고 드라마 속 주변 인물도 마찬가지였다. 말없이 싱크대 일을 돕고 하루 두 병의 소주를 마치 ‘의식’처럼 마시던 미스터리한 외지인인 그가 사실 어마어마한 부자이고 어둠의 세계에서 잘나가는 사람이었다는 ‘반전’은 구씨의 매력을 배가시켰다.

# 3. “추앙한다”

‘나의 해방일지’를 정주행하며 구씨와 미정의 관계를 지켜봐온 이들은 11화에서 소리를 질렀을 것이다. 미정이 그토록 바라던 추앙을 구씨가 진심으로 고백한 그때 말이다. 강가에서 함께 노을을 바라보다, 미정을 바라보다 그렇게 툭, 고백했다. 결국 구씨는 미정이 원하던 걸 준 것이다. “날 추앙해요”라는 미정의 말로 시작한 둘의 관계는 구씨의 “추앙한다”라는 고백으로 완성됐다. “모든 관계가 노동”이라고 말하는 미정을 ‘해방’시키는 순간이기도 하다. ‘사랑’보다 깊은 ‘추앙’이다. “추앙 어떻게 하는 건데”라는 구씨의 물음에 미정은 “절대적인 응원”이라고 답했다. ‘지겨운 얘기를 정성스럽게 하는 여자들’에게 둘러싸여 15년을 살았던 구씨는 ‘너무 본능적인 인간’인 미정에게 추앙, 절대적인 응원을 보낸다. 그렇게 서로를 향한 응원은 서로에 대한 위로가 되는 동시에 이들을 보는 우리에게도 위로가 된다.

# 4. “누가 죽는 게 이렇게 시원하다”

경찰에 쫓기다 죽은 백 사장의 장례식장에서 구씨는 웃으며 “나는 누가 죽는 게 이렇게 시원하다”고 말한다. 잔인한 말이지만 그의 떨리는 손은 가까이 클로즈업됐다. 허공을 보는 그의 눈빛은 공허했다. 사랑했던 여자에 이어 그의 오빠이자 믿고 따랐던 형(마지막엔 자신을 뒤통수쳤지만) 백 사장마저 연이어 세상을 떠났다. 여기에 추앙했던 미정의 곁도 떠나온 상황이다. 장례식장에서마저 위악(僞惡)을 부리는 그의 모습은 제호가 받지 못한 싱크대 값을 대신 받아주고 버려진 개들에게 먹이를 던져주는 여린 심성의 그가 지금까지 어떤 방식으로 살아왔는지를 보여준다. 12화까지 공개된 지금, 그는 “행복한 게 무서워 도망친 인간”이다. 죽는 게 시원하다고 말하면서도 손을 떠는 그는 끊임없이 흔들리고 도망치는 한 인간일 뿐이다. 그렇기에, 그럼에도 우리는 당신을 추앙한다, 구씨.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


- 문화부 SNS 플랫폼 관련 링크



e-mail 박세희 기자 / 문화부  박세희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 많이 본 기사 ]
▶ “여사님 얼굴 아픔이 가득”...박주민·김용민·김남국 의원 ..
▶ 김혜수, 팔짱끼고 다정하게 ‘극장 데이트’
▶ 尹 “지지율 연연 안해...도덕성 문제 前정부 비할 바 아냐..
▶ “싸게 팔아줘 고맙다”…엘살바도르, 비트코인 80개 추가 ..
▶ 위기의 광복회…김원웅 시기 직원 60% 증가 의혹 등 국민..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재혼 후 배우자에 경제적 의지하는..
20여년前 음주운전에 포상탈락 퇴직..
尹 대통령, 김창룡 경찰청장 사표수리..
‘서해 공무원’ 특별수사팀 꾸려지나
“남친 뺏었다”며 유망 사이클선수 살..
topnew_title
topnews_photo 회의 마치고도 말없이 퇴장 세미나·축하연 일정도 취소 “불필요한 논란 피하기 전략”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오는 7일로 예고된 ‘성 상납..
mark김혜수, 팔짱끼고 다정하게 ‘극장 데이트’
mark“싸게 팔아줘 고맙다”…엘살바도르, 비트코인 80개 추가 매수
[속보] 여야, 원구성 협상 극적 타결…국회의장 ‘합의 선..
김승희 복지부 장관 후보자 자진 사퇴
[단독]전장연, 서울역 대합실서 ‘무단 노숙·음주’
line
special news 김종민 “신지 전남친, 너무 별로…돈을 얼마나 꿔..
혼성 그룹 ‘코요태’ 멤버 김종민과 래퍼 딘딘이 여사친들과의 우정을 과시했다.3일 방송된 SBS TV예능 ..

line
檢, 文정부 靑행정관 재직 중 필로폰 투약 혐의로 기소
“여사님 얼굴 아픔이 가득”...박주민·김용민·김남국 의원..
尹 “지지율 연연 안해...도덕성 문제 前정부 비할 바 아..
photo_news
“어디로 튈지 모를 기자들의 ‘책 수다’… 함께 ..
photo_news
[포토뉴스]콜롬비아 보고타에서 열린 ‘게이 프..
line
[주철환의 음악동네]
illust
‘님과 함께’ 반백년을 함께했지만… 여전히 세상에는 ‘돈과 함..

illust
1947년 첫 UFO 신고… 1995년엔 외계인 시체 해부 가짜 동영..
topnew_title
number 재혼 후 배우자에 경제적 의지하는 돌싱녀, 희생..
20여년前 음주운전에 포상탈락 퇴직교원 119명
尹 대통령, 김창룡 경찰청장 사표수리 할듯
‘서해 공무원’ 특별수사팀 꾸려지나
hot_photo
트와이스 나연 ‘빌보드200’서 한..
hot_photo
하늘에 있는 스티브 잡스에 대통..
hot_photo
‘접사렌즈로 본 어안(魚眼)“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한형민) | Site Map
제호 : 문화일보 |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7.15 | 회장 : 이병규 | 발행·편집인 : 김병직 | 발행연월일 : 1991.11.1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02) 3701-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