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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22년 05월 18일(水)
노벨문학상 구르나 “문학 읽기가 주는 즐거움이 인류를 구원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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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둘라자크 구르나. (c)Matilda Rahm

“‘낙원’(1994) ‘바닷가에서’(2001) ‘그후의 삶’(2020) 순서대로 모두 읽으시기를 권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없다면 가장 최근작인 ‘그후의 삶’을 먼저 읽으시면 됩니다, 하하.” 지난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아프리카 난민 출신 영국 작가 압둘라자크 구르나는 18일 한국 기자들과 화상으로 진행한 출간 기념 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세 권의 소설은 최근 문학동네를 통해 한국 독자들에게 처음 선보이는 작품들이다. 문학동네는 작가의 문학 세계와 그것의 근간이 된 삶까지 입체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도록 대표작 3종을 선별했다.구르나의 책이 아시아에서 번역·출간되는 것도 한국이 최초다.

노벨문학상 수상 후 가장 달라진 게 뭐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여러분들과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라며 “국제적인 상을 받은 덕에 보다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관심을 보인다. 더 많은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게 돼 영광이다”고 전했다.

18일 영국 현지와 서울을 연결해 화상으로 진행한 구르나 간담회 현장. 문학동네 제공

구르나는 열아홉 살에 탄자니아를 떠나 영국에 정착, 켄트대 교수로 40년간 영문학 및 탈식민문학을 가르쳐왔다. 1987년 ‘떠남의 기억’을 시작으로 10편의 장편을 발표하고 부커상 후보에도 수차례 올랐으나 한국에는 출간된 책이 없었다. 궁금증과 호기심이 쌓여 갔고, 이번 대표작 3종 출간을 계기로 열린 간담회는 뜨거웠다. 인도양 너머 동아프리카라는 낯설지만 흥미로운 세계가 찾아왔다. ‘그후의 삶’에 따르면 그곳은 “부자와 가난한 사람, 힌두교와 이슬람교도, 심지어 에티오피아계 기독교인까지 있는” 곳이며, 그것은 식민지배의 비극과 난민의 삶을 모태로 글을 쓰는 구르나의 본향이다. 탄자니아 출신 영국 작가, 그리고 인도계 무슬림. 자신의 정체성만큼 다층적인 작품 세계를 지닌 구르나와의 대화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동아프리카를 배경으로 한 소설을 줄곧 써온 이유는 무엇인가. 영국 독자들 반응도 궁금하다.

“1986년 아프리카 작가인 소잉카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전후로 이미 비영어권 작가 작품에 대한 관심은 높아져 있었다. 많은 독자들이 작가가 어디 출신이냐 보다는 작품이 무엇을 이야기하는지에 집중했다. 나는 동아프리카와 유럽 식민지주의의 만남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싶었다. 내가 전하고 싶은 건 단순히 아프리카에 국한된 게 아니다. 아프리카에 사는 사람들이 문화 외교적으로 굉장히 다양한 지역과 교류하며 수백 년 동안 쌓아온 역사, 그런 다층적인 측면을 들여다보고 싶었다.”

▲대표작으로 꼽히는 ‘바닷가에서’는 주인공이 영국 공항에 붙잡혀 소지품을 보여주는 장면이 나온다. 1968년 영국으로 망명할 때 실제로 당신의 가방엔 무엇이 있었나.

“주인공은 향을 가지고 도착한다.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이다. 그러나 당시 나는 10대였고, 그런 깊은 생각까지는 못했던 것 같다. 그저 작은 가방에 속옷과 옷이 몇 벌 들어있었다.”

18일 온라인으로 만난 압둘라자크 구르나 소설가. 줌 화면 캡쳐.

▲한국 출간된 소설들은 어떻게 탄생하게 됐다.

“망명 후 오랜 시간 지나 고향 잔지바르에 돌아간 적이 있다. 연로한 아버지가 길 건너 모스크까지 천천히 느릿느릿 가는 모습을 본 후 문득 그의 소년 시절과 성장기가 궁금해졌고, 그 생각을 시작으로 10년에 걸쳐 구상한 후 ‘낙원’이 나오게 됐다. 또, ‘바닷가에서’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납치당한 비행기가 영국 런던에 도착한 사건 등을 보며 아이디어를 얻었다. 당시 비행기 안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망명 신청을 했다. 그들 중엔 노년의 백발 신사도 보였다. 그는 왜 고국을 떠나 타국에 남기를 결정했는지 의문이 생겼고, 동시에 내가 떠나온 사회에 대해 내가 너무 모르는 것 아닌지 생각하며 소설을 구상했다.”

▲10편의 장편을 쓰는 동안 50년에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오랜 집필 활동 중 정체된 순간은 없었는지.

“작가로서 정체기는 없었다. 아마 있었다고 해도 모르고 넘어간 듯 하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는데, 소설가로서 이야기를 구상할 시간은 충분했다. 방학도 있고 안식년도 도움이 됐다. 오히려 소설 보다는 대학에서 논문을 어떤 주제로 무엇을 써야 하는지 고민하고 어려워한 적은 있다.”

▲영어로 소설을 쓰면서 모국어인 스와힐리어와 아랍어 등을 작품에 그대로 노출 시킨다.

“작가로서 나는 언어와 가깝고 긴밀하다. 영어는 모국어가 아니지만 가장 가까운 언어다. 모국어인 스와힐리어에서 느낄 수 없는 친밀감이 영어에 있기에 영어로 쓴다. 그런데 소설의 주요 배경인 동아프리카는 지역은 인도양 너머의 다양한 국가들과 교류하며 다양한 언어를 축적한 지역이다. 스와힐리어, 힌두어, 아랍어 등을 쓰고, 힌두사원, 성당, 모스크 등 종교적으로도 아주 다채로운 곳이다. 따라서 내 소설에서 다른 언어를 종종 발견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한 인터뷰에서 ‘그 후의 삶’을 읽고 독자들이 불평등, 부당함에 목소리를 내기를 원한다고 했다.

“나는 작가이고, 작가로서 내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다. 그러나 절대로 다른 누군가에게 무엇을 해야 한다거나, 어떠한 신념을 가져야 한다고 강요하지는 않는다. 그저 세계 곳곳에서 이런 저런, 다양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는 걸 알려줄 뿐이다.”

▲한국도 아픈 과거사가 있으면서도 지금은 난민에 우호적이지 못할 때도 있다. 인간의 배타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배타성이나 거부감은 전반적으로 모든 사회에서 발견되는 것이다. 그러나 평화를 누리고 풍요를 누리는 사회는 그렇지 못한 사람들, 즉 전쟁, 폭력, 궁핍으로 삶을 위협 받고 있는 이들을 인류로서 환대해야 할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한국의 역사에 대해 나도 조금은 알고 있다. 내 책들이 한국 독자들에게 울림을 줄 수 있다면 기쁘고, 그게 문학이 지닌 굉장히 즐거운 측면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이의 이야기로 자신의 삶을 돌아볼 수 있는 것 말이다.”

▲전쟁, 기후위기, 팬데믹으로 고통받는 시대다. 문학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나.

“그것은 지금뿐만 아니라 모든 시대가 그랬다. 인류는 늘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왔다. 문학은 우선 독서라는 즐거움을 준다. 사람들은 정보를 얻기 위해 신문을 볼 수도 있지만, 문학 책을 기꺼이 집어 든다. 읽는 행위가 주는 즐거움 때문이다. 또한, 타인의 삶을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인간 관계나 타인의 삶과 생각, 행동방식까지 깊게 이해할 수 있다. 인간에게 즐거움을 주고, 인간을 더욱 인간답게 만들어 주는 게 문학의 능력이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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