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보통신기술 업체들 ‘미래 먹거리’ 공격적 투자

국내 최고 인플루언서 ‘로지’
年수익 최대 10억원대 추정

LG ‘래아’, 윤종신과 데뷔 준비
KT, AI 탑재 금융·커머스 상담

크래프톤 등 게임업계도 도전장
“해외 시장 개척이 성공 관건”

LG전자는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구현한 가상인간 ‘래아킴(래아)’이 가수로 데뷔한다고 23일 밝혔다. 사진은 래아의 이미지 모습. LG전자 제공

정보통신기술(ICT) 업체들이 ‘가상인간’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메타버스의 급부상과 인공지능(AI) 기술 발전 등이 맞물리면서 가상인간이 기업의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전자가 개발한 가상인간 ‘래아킴(래아)’은 현재 가수 데뷔를 앞두고 있다. 앞서 LG전자는 지난해 12월 가수 윤종신이 대표 프로듀서로 있는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기업 미스틱스토리와 래아의 뮤지션 데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래아는 미스틱스토리의 ‘버추얼 휴먼 뮤지션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다. 윤종신은 이 프로젝트를 직접 지휘하며 래아의 노래는 물론, 목소리까지 프로듀싱할 예정이다. 래아는 LG전자가 AI 기술을 활용해 구현한 가상 인플루언서로 지난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전시회 ‘소비자가전쇼(CES) 2021’에서 처음 등장한 바 있다.

KT는 대화하는 가상인간인 ‘기가지니 인공지능(AI) 휴먼’을 제작할 예정이라고 23일 밝혔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딥브레인AI 사옥에서 KT 관계자가 AI 휴먼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는 모습. KT 제공

KT도 최근 가상인간 개발에 본격 착수했다. KT가 개발하는 ‘기가지니 AI휴먼’은 가상인간 외모에 KT의 AI를 탑재해 실제 사람과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KT는 지난달 가상인간 전문 기업 ‘딥브레인AI’와 ‘기가지니-AI휴먼 사업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KT는 기가지니 AI휴먼이 향후 미디어, 교육, 금융, 커머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24시간 비대면 서비스 구현을 가능하게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게임 회사들도 가상인간 개발에 뛰어들었다. 넷마블은 올해 초 손자회사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에서 개발한 가상인간 ‘리나’(RINA)를 공개하고 가상인간으로 구성된 4인조 K-팝 걸그룹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리나’는 송강호·비의 소속사 써브라임과 전속 계약을 맺었다.

스마일게이트도 비주얼 콘텐츠 제작 기업 자이언트스텝과 함께 가상 아티스트 ‘한유아’를 출시하고, 지난달 음원을 발매했다. 한유아는 광동제약의 옥수수수염차, 아이웨어 브랜드 ‘라피스 센시블레’ 홍보 모델로 발탁됐다.

크래프톤은 올해 2월 가상인간 데모 영상을 공개했고, 가상인간과 챗봇 등 비게임 영역에 대한 투자 계획을 밝혔다. 엔씨소프트는 지난달 이제희 서울대 교수를 최고연구책임자(CRO)로 영입하고, 가상인간 기술 연구·개발(R&D)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앞서 싸이더스스튜디오엑스는 지난해 7월 가상인간 인플루언서 ‘로지’를 선보였다. 로지는 패션, 보험, 호텔, 전기자동차 광고에도 출연했다.

가상인간은 SNS 마케팅 등이 활발해지며 관련 업계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인플루언서’ 가상인간을 만들어 팬들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다. 가상인간을 개발하는 업체들이 주요 활동 무대를 엔터테인먼트로 잡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해외에서는 이미 가상인간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글로벌 마케팅 분석업체 인플루언서 마케팅 허브에 따르면 ‘가상 인플루언서’ 가운데 지난해 가장 많은 영향력을 행사한 ‘루 두 마갈루’는 2500만 명의 SNS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고, SNS 게시물 1개당 수익은 1만 달러 이상으로 추정됐다. 하루에만 수억 원의 수익을 내는 것이다.

우리나라 가상인간의 수입은 아직 이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현재 국내에서 몸값이 가장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 로지는 연간 모델료 2∼3억 원 정도를 받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가수 활동, SNS 광고 수익 등을 모두 합하면 로지의 연수익은 최대 10억 원대 수준이다.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문제는 제작 비용도 많이 든다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로지가 나오는 3분가량의 영상을 제작하는 데 드는 비용은 3000만∼4000만 원에 달한다. 영상 시간이 길어지면 제작 비용이 더 늘어난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력은 글로벌 수준에서도 결코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해외 시장 개척이 가상인간 성공의 중요한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채·장병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