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원숭이두창 일부 보도가 성 소수자 혐오 조장” 지적

“특정 집단에 대한 낙인은 대응력 악화시켜”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원숭이두창 감염자의 손. 세계보건기구 홈페이지 캡처

유엔의 에이즈 대책 전담 기구인 유엔에이즈계획(UNAIDS)이 원숭이두창 바이러스 감염 사례에 대한 일부 보도가 성 소수자와 아프리카인에 대한 혐오를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편향된 보도가 오히려 증가하는 감염에 대한 대응력을 약화할 수 있다며 자제를 촉구했다.

UNAIDS는 22일(현지 시간) 보도자료를 내고 “최근 원숭이두창 바이러스 감염 사례에 대한 일부 보도와 논평이 동성애 혐오와 인종 차별적 고정 관념을 심어주고 있다”며 “에이즈에 대응했던 교훈을 참고했을 때 특정 집단에 대한 낙인과 비난은 발병 대응을 빠르게 약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UNAIDS는 “원숭이두창 감염 사례 중 상당 부분이 동성애자, 양성애자, 다른 남성과 성관계를 맺은 남성 중에서 확인됐다”면서도 “특정 대상자에게만 옮는 병이 아니라 누구나 감염자와 밀접하게 접촉하면 걸릴 수 있는 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언론과 정부, 지역 사회가 특정 집단을 낙인하는 대신 증거 기반 접근 방식으로 대응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매튜 카바나(Matthew Kavanagh) UNAIDS 사무부총장은 “감염자에 대한 낙인과 비난은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신뢰와 능력을 떨어뜨린다”며 “원숭이두창이 누구에게나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거듭 강조한다”고 말했다.

원숭이두창은 발열·오한·두통과 함께 손에 수두와 유사한 수포성 발진이 퍼지는 것이 특징인 바이러스성 질환이다. 일반적으로 호흡기를 통해 전파되지만, 성 접촉으로 인한 전파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동안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발생했으나 최근 영국을 비롯한 유럽과 미국에서도 퍼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1일 발병 현황을 집계한 결과, 세계 12개국에서 92건의 원숭이두창 감염 사례와 28건의 의심 사례가 보고됐다. 영국과 스페인, 포르투갈, 독일, 벨기에, 프랑스, 네덜란드, 이탈리아, 스웨덴 등 유럽 9개국에 이어 미국, 캐나다, 호주에서 발병 사례가 나왔다.

노기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