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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게재 일자 : 2022년 05월 24일(火)
8분여 기립박수 받은 박찬욱… “구식영화 환영해줘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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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영화제 경쟁부문 진출 ‘헤어질 결심’ 공식 상영

박찬욱(사진 왼쪽) 감독과 배우 탕웨이(오른쪽)가 23일(현지시간) 프랑스 칸 뤼미에르 극장에서 열린 제75회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작 ‘헤어질 결심’의 공식 상영을 마친 후 기립박수를 치는 관객들에게 웃으며 화답하고 있다.

“고전적 로맨스 영화 열망했다”

강렬한 사랑메시지·치열한 치정
블랙유머 섞여 138분 소용돌이
3000여 관객 “또 하나의 걸작”


칸(프랑스) = 글·사진 안진용 기자

“지루하고 구식의 영화를 환영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박찬욱 감독은 영화 ‘헤어질 결심’에 대해 이같이 말했지만, 영화를 본 이들은 “또 하나의 마스터피스가 탄생했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23일(현지시간) 오후 6시 프랑스 칸 뤼미에르 극장에서 제75회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작인 박 감독의 ‘헤어질 결심’이 공식 상영됐다. “고전적인 로맨스 영화를 하고 싶었다”는 박 감독의 바람대로 역대 그의 작품 중 가장 강렬한 사랑의 메시지와 치열한 치정을 담은 영화는 감독 특유의 블랙 유머까지 뒤섞여 138분간 소용돌이처럼 관객의 감정을 헤집어 놓는다.

기존 박 감독의 작품과 비교해 폭력성이나 선정성이 크게 줄었다. 하지만 남편을 잃은 중국인 여자 서래(탕웨이)와 그녀를 수사하는 형사 해준(박해일)이 금기를 넘어 서로에게 빨려 들어가는 과정을 좇노라면 관객 역시 거부할 수 없는 감정적 풍파를 겪게 된다. 자신의 관할지에서 서래의 남편이 죽은 것에 대해 해준은 “거 참 공교롭네”라고 말하는 반면, 서래는 “참 불쌍한 여자네”라고 시각차를 보이지만, 서래가 자주하는 “마침내”라는 표현처럼, 마침내 서로에게 빠져드는 둘의 사랑은 치명적이지만 매혹적이다. 탕웨이는 서툰 한국말로도 상대의 혼을 흔드는 ‘젊고 예쁜 외국인’을 효과적으로 표현했고, 박해일은 거부할 수 없는 사랑을 스스로에게 거부하길 강요하며 피폐해가는 해준과 동일시됐다.

박 감독은 녹색의 산이 지배하는 전반부와 파란색 바다의 정서가 지배하는 후반부의 완벽한 대칭을 통해 ‘헤어질 결심’의 미학적 완성도를 꾀했다. 다소 기괴하지만 더 없이 적절한 음향 효과를 비롯해 “나 홀로 걸어가는 안개만이 자욱한 이 거리”라는 가사로 시작되는 가수 정훈희의 ‘안개’는 영화의 정서 전체를 관통한다. ‘헤어질 결심’은 그의 인장 같았던 폭력과 성(性)을 배제하면서도 적절한 자극과 품위를 유지한 박 감독의 또 다른 마스터피스로서 손색이 없다.

이런 박 감독의 변화를 위한 고민과 영화적 헌신에 관객들은 박수와 환호로 찬사를 보냈다. 그가 뤼미에르 극장 상영관으로 들어설 때부터 3분여간 박수가 쏟아졌고, 상영 도중에는 곳곳에서 ‘헤어질 결심’과 동화된 관객들의 웃음과 탄식이 터져 나왔다.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면서 다시 불붙은 박수와 함성은 상영관의 암전이 해소되자 더 거세졌다. 극장을 메운 3000여 명의 관객은 일제히 일어나 8분여의 박수 갈채로 거장의 노고를 치하했다.

어느덧 네 차례 경험하는 풍경이지만 박 감독은 또 감회가 새로운 듯 여유 있게 손을 흔들면서도 벅차오르는 감정을 만끽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헤어질 결심’을 “지루하고 구식의 영화”라 칭한 그는 주연 배우인 박해일과 탕웨이, 각본을 맡은 정서경 작가와 프로덕션 디자이너를 일일이 소개하며 그들에게 공을 돌렸다. 고생한 모든 이들을 한 번씩 안아주는 배려도 잊지 않았다. 제작 총괄 프로듀서 자격으로 영화제를 찾은 CJ그룹 이미경 부회장은 박 감독의 곁에서 함께 영화를 본 후 박 감독이 퇴장할 때까지 그 모습을 지켜보며 박수를 보냈다.

한편 ‘헤어질 결심’은 후반부로 접어든 칸국제영화제를 여는 첫 경쟁작으로 상영됐다. 박 감독과 출연진을 보기 위해 입장 시작 시간인 오후 5시 전부터 수많은 인파가 뤼미에르 극장을 에워쌌고, 곳곳에서 턱시도와 드레스를 입고 애타는 마음으로 ‘표를 구합니다’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흔드는 이들을 볼 수 있었다. 입장이 시작되고 검은색 턱시도를 입은 박 감독과 박해일, 순백 드레스로 맵시를 뽐낸 탕웨이가 레드카펫에 등장하자 질서 있게 대기하던 취재진은 일제히 불을 뿜듯 플래시를 터뜨리며 장관을 이뤘다. ‘칸의 남자’에 걸맞은 풍경이었다.
e-mail 안진용 기자 / 문화부 / 차장 안진용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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