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정부 파티게이트 보고서 공개

코로나 봉쇄기간 새벽까지 모여
취한 보좌진 싸움 벌이며 난장판

존슨 “몰랐다”… 사임요구 거부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2020년 11월 13일 런던 다우닝가 총리실에서 열린 파티에서 술잔을 든 채 직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 사진은 25일 공개된 ‘파티 게이트’ 조사 보고서에 증거로 첨부됐다. 로이터 연합뉴스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위반하고 수차례 파티를 벌인 영국 총리실을 조사한 결과가 25일 발표되자 영국 전역이 발칵 뒤집혔다. 일명 ‘파티 게이트’ 조사 보고서엔 직분을 망각한 총리실 직원들의 천태만상이 적나라하게 담겼다. 집권 보수당에서조차 보리스 존슨 총리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지만, 존슨 총리는 “규칙을 어기지 않았다”며 버티기에 들어갔다.

영국 BBC, 가디언 등에 따르면 이날 공개된 37페이지짜리 보고서엔 2020년 5월부터 2021년 4월까지 11개월간 총리실에서 벌어진 15건의 파티에 대한 상세한 내용이 기재됐다. 사진 9장도 함께 증거로 제출됐다. 보고서는 영국 내각부 공직자 윤리 담당 고위 공무원인 수 그레이가 작성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일부 파티에선 술에 취한 공무원들이 말싸움을 벌이는 등 난장판이 펼쳐졌다. 2020년 6월 18일 파티가 대표적이다. 이날 총리실 내각 회의실에선 직원 송별회 행사가 열렸는데, 참석자들은 내각부 장관실 밖 대기실로 자리를 옮겨 오전 3시까지 파티를 이어갔다. 노래방 기계까지 공수해 음주와 가무를 즐기던 이들은 하나둘씩 쓰러졌다. 한 직원은 구토했고, 일부는 언성을 높이며 싸우기까지 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남편 필립공의 장례식 전날인 지난해 4월 16일에도 파티가 열렸다. 총리실에서 포도주와 맥주를 마시던 직원들은 관리인이 문을 닫을 시간이라며 나가라고 하자 정원에서 2차를 진행했다. 술에 취한 이들은 존슨 총리 아들의 미끄럼틀을 타고 장난을 치다가 망가뜨리는 촌극을 빚었다. 2020년 12월 18일 파티에선 비상 알람이 작동할 정도로 격하게 놀았다는 내용도 보고서에 담겼다. 파티 참석자들은 눈에 띄지 않기 위해 총리실 뒷문으로 빠져나가는 치밀함도 보였다.

존슨 총리는 15차례 파티 가운데 8번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2020년 11월 13일 공보국장 송별파티에서 술잔을 든 사진도 공개됐다. 이에 줄리언 스터디 보수당 하원의원은 “책임을 지고 존슨 총리가 물러나야 한다”며 퇴진을 촉구했다. 존슨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전적으로 내게 책임이 있다”면서도 “총리실을 떠나는 직원들을 송별하는 것은 나의 의무”라고 말했다. 이어 “보고서 내용은 내겐 새로운 소식”이라며 직원들의 파티에 대해 몰랐다는 태도를 고수했다.

손우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