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95% 뚝…1년새 상장사 10곳 중 7곳 주가 추락

코스피선 비케이탑스 90% 하락
엔씨소프트·카카오페이 반토막
금리 인상…성장주 상승 힘들어
4개월간 연기금 4조 순매수

인플레이션 우려로 증시가 불안해지자 최근 1년 새 상장사 종목 가운데 72.4%의 주가가 크게 하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제외하고 코스피(940개)와 코스닥시장(1558개) 상장 종목 2498개 중 지난해 5월 말 대비 1년간 주가가 떨어진 종목은 지난 24일 기준으로 1809개로 집계됐다. 이 기간 코스피 상장사 722개(76.8%), 코스닥 상장사 1087개(69.8%) 종목이 각각 떨어졌다. 올해 각국 통화 당국이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투자심리가 얼어붙었다는 분석이다.

낙폭이 가장 큰 종목은 코스닥 상장사인 지나인제약으로 4만9812원에서 2120원(-95.74%)으로 떨어졌다. 코스피 상장사 중에선 비케이탑스 주가가 9250원에서 904원(-90.22%)으로 밀렸다. 코스피200에선 신풍제약의 낙폭(-57.63%)이 가장 컸다. LG생활건강은 153만 원에서 70만5000원(-53.92%)까지 미끄러졌다.

투자자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성장주들도 끝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85만2000원에서 44만2500원(-48.06%)으로 내렸고, 18만 원이던 카카오페이는 9만4000원대로 절반 가까이 주저앉았다. 크래프톤도 44만8500원에서 24만7500원(-44.81%)으로 떨어졌다. 카카오는 12만2000원에서 8만600원(-33.93%), 네이버는 35만8000원에서 26만6000원(-25.69%)으로 내려갔다.

주식시장의 큰손인 연기금의 경우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한 지난 1월 27일부터 전날까지 약 4개월간 4조582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연기금은 이 기간 코스피 대형주들인 삼성전자(1조9398억 원), 우리금융지주(5413억 원), SK하이닉스(3665억 원) 등을 순매도했다. 이는 연기금이 국내 주식 운용에 벤치마크(기준 수익률)로 삼는 코스피200 지수 내 비중을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3월 코스피200에 들어갔다. 시가총액이 100조 원에 육박하는 LG에너지솔루션을 담으려면 기존 포트폴리오에서 다른 대형주를 팔 수밖에 없다.

신승진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추가 금리 인상 이슈는 앞서 조정을 받은 덕분에 코스피가 급락하지는 않겠으나,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 공급망 문제가 남아 있어 성장주들의 주가가 크게 뛰기는 힘들 것”이라면서 “LG화학의 물적 분할로 탄생한 LG에너지솔루션이 카카오의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뱅크처럼 자금을 빨아들이고 있어 시장에선 수급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전세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