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더지]“첫잔 무조건 원샷 압박” “건배사 못하면 벌주”

  • 문화일보
  • 입력 2022-05-27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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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30직장인 ‘싫은 음주문화’

“잔돌리기 불만, 팀장만 몰라
폭탄주 먹고 박수… 기괴해”


‘강압적 회식 문화’로 인해 고통을 호소하는 2030 직장인들이 가장 싫어하는 음주 문화로 ‘건배사’가 꼽혔다. “조폭처럼 폭탄주를 원 샷 한 뒤 모두 좋다고 박수 치는 것이 기괴하기까지 하다”면서 음주를 강권하는 회식 분위기로 인해 필름이 끊겨 본 적이 있다는 직장인도 많았다.

27일 두더지(두드리고, 더 파고, 지속하고) 취재팀이 2030 직장인 10명을 인터뷰한 결과, 응답자 모두 “아직도 회식 자리에서 술을 권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이모(28·여) 씨는 “첫 잔만큼은 반드시 원 샷 해야 한다는 압박이 있고, 그 이후에도 밑잔을 깔면(잔을 완벽히 비우지 않으면) 눈치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로펌에서 일하는 30대 여성 정모 씨는 “‘마시지 않으려는 네 의지를 꺾어 버리겠다’는 태도로 공격하는 상사들이 있다”고 토로했다.

응답자의 절반이 회식 자리 이후 필름이 끊긴 적이 있다고 답했다. 올해 대기업 취직에 성공한 30대 권모 씨는 “첫 회식 자리를 마친 뒤 길거리에서 졸다가 지갑을 잃어버렸다”며 “어떻게 집에 들어왔는지 도무지 기억이 안 난다”고 했다. 최모(28) 씨는 “회식 자리에서 여자 선배가 속바지를 훌러덩 벗어서 테이블에 올린 적이 있었는데, 다음 날 그 선배는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음주 문화로는 ‘건배사’가 가장 많이 꼽혔다. 장모(34·여) 씨는 “트렌디한 건배사를 외우고 다닌다”면서 “센스 있는 건배사를 하지 못할 땐 자칫 벌주를 먹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실제 포털사이트에 ‘건배사’를 검색하면 ‘재미있는 건배사 모음’ ‘한 번 외워 두면 100만 년 써먹는 건배사’ 등 다양한 검색 결과가 쏟아져 나온다.

‘잔 돌리기’ 문화가 아직도 성행한다고 답한 유통업계 종사자 차모(32) 씨도 있었다. 차모 씨는 “회식 자리에서 잔 돌리는 문화는 참 안 없어진다”며 “팀원 모두 불만이 많은데 팀장만 모른다”고 했다. 오모(32·여) 씨는 “마치 조폭처럼 일제히 소맥(소주와 맥주)을 원 샷 한 뒤 모두 좋다고 박수 치는 모양새는 기괴하기까지 하다”고 했다.

회식자리에서 폭음이 이뤄지는 이유에 대해 “법인 카드로 모두 계산하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많았다. 또 업무 스트레스, 강요, 건배 문화 등도 꼽혔다. 회식이 꼭 필요하냐는 질문에 대해선 응답이 갈렸다.

권승현 기자
권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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