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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한성우 교수의 맛의 말, 말의 맛 게재 일자 : 2022년 05월 27일(金)
아카시아 꽃 하얗게 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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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스러운 하얀색, 달콤한 꿀, 향긋한 내음으로 오월의 한가운데를 화려하게 장식하던 그 꽃이 그만 허무하게 져 튀밥처럼 흩날리고 있다. 그 꽃을 피운 나무의 이름은? 동요 ‘과수원길’을 아는 이들은 곧바로 아카시아가 떠오르겠지만 틀렸다. 많은 이들이 아카시아라고 알고 있는 것이 실은 아까시이고 아카시아는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식물이다. 서정적인 가사와 선율의 동요가 생물 공부를 망친 셈이다.

아카시아든 아까시든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 나무는 이 땅에 오래전부터 있던 나무는 아니다. 1900년 전후에 처음 심기 시작했으니 그 뿌리가 100년 남짓 됐을 뿐이다. 그런데 방방곡곡 어디를 가든 볼 수 있는 나무이다. 깊은 산속에는 없고 사람들이 사는 곳 근처의 언덕이나 얕은 산에서만 발견되니 그 역사가 오래지 않은 것은 금세 알 수 있다. 그러나 생명력과 번식력이 워낙 강해서 어디엔가 한 번 뿌리를 내리면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아까시 나무는 애증의 대상이기도 하다. 양봉을 하는 이들이 처음 얻는 꿀이 바로 이 나무의 꽃이다. 군락을 이뤄 일시에 피고 지니 개화 시기에 맞춰 북상하며 벌통을 옮기면 이 나무 꽃의 꿀만 오롯이 모을 수 있다. 그러나 과수원 옆 혹은 조상의 묘 옆에 뿌리를 내리면 큰일이다. 끝없이 자라나 사방을 덮어버리고 전용 농약을 쓰지 않는 한 송두리째 없애기 어렵다.

올해도 어김없이 아까시 꽃이 탐스럽게 피고 졌는데 그 꽃을 탐해야 할 소중한 생명체가 잘 보이지 않는다. 윙윙 소리를 내며 꿀을 모아야 할 벌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어찌 된 일인지 지난겨울에 벌들이 사라졌다. 빈 벌통으로는 꿀을 모을 수 없으니 양봉업자들도 잘 안 보인다. 달콤한 꿀을 못 먹는 게 문제가 아니다. 벌들이 꽃가루를 열심히 옮기며 여러 농작물의 중매쟁이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하얗게 핀 그 꽃의 주인을 내년에는 꼭 볼 수 있어야 할 텐데.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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