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안진용

칸(프랑스)=안진용 기자

“따로 와서 같이 상을 받게 된 것 같아 더 재미있네요.”

박찬욱 감독은 배우 송강호와 함께 제75회 칸국제영화제에서 각각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받은 것에 대해 이같이 말하며 미소지었다. 그동안 한국 영화계에서 실과 바늘 같은 존재로 인식됐으나, 칸국제영화제 관례상 같은 영화에 본상을 1개 밖에 주지 않는 것을 고려했을 때, 각자 다른 작품으로 경쟁 부문에 초청받아 나란히 수상의 영광을 누린 이번 영화제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박 감독과 송강호는 28일(현지시간) 열린 칸영화제 폐막식에서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의 주인공이 됐다. 두 사람은 수상 직후 칸 팔레 드 페스티벌에 위치한 프레스룸에 함께 방문해 한국 기자들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먼저 도착한 송강호는 박 감독의 외신 인터뷰가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나란히 입장했다.

박 감독은 “(송강호와) 같은 영화로 초청받았다면 함께 상 받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한 영화에 감독상, 주연상을 잘 주지 않으니까”라며 “(다른 영화로) 따로 와서 같이 받게 된 것 같아서 더 재미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날 박 감독은 먼저 진행된 남우주연상 시상에서 송강호의 이름이 호명되자 한달음에 달려가 그를 얼싸 안았다. 송강호는 “제가 수상했을 때 (박찬욱) 감독님이 뛰어오면서 포옹하는데 너무 감동적이었다”면서 “감독님의 눈빛을 보는 순간, 너무 좋아 하시는 모습을 보며 순간적으로 그 감동을 느낄 수가 있었다. 곁에 있던 박해일도 마찬가지였다”고 수상 당시를 떠올렸다.

이에 박 감독은 “다 보셨겠지만 저도 모르게 복도를 건너서 뛰어가게 되더라”면서 “(송강호가)많은 좋은 영화에 출연했지만 주연상을 받는 것을 보게 돼 무척 기쁘다”고 화답했다.

송강호 역시 심사위원대상(올드보이)과 심사위원상(박쥐)에 이어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까지 거머쥐며 한국 영화인 최초로 칸영화제에서 3개의 트로피를 거머쥔 박 감독을 축하하며 “박 감독님과 오랫동안 작업해왔고, 또 (함께 한)‘박쥐’로는 칸에서 심사위원상도 받았기에 참 남다른 감정”이라며 “(남우주연상은)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님의 ‘브로커’라는 영화로 상을 받았지만 다같이 받은 느낌이라 더 행복하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박 감독과 송강호는 그동안 ‘공동경비구역 JSA’를 시작으로 ‘복수는 나의 것’, ‘박쥐’ 등을 함께 했다. 이 외에도 박 감독이 송강호가 출연한 ‘설국열차’의 제작에 참여한 바 있다. 하지만 감독과 배우로 만난 것은 ‘박쥐’가 마지막이었다.

두 사람은 “다시 한번 같이 작업을 의향이 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박 감독은 “거절만 하지 말아 달라. 시간만 있으면 된다”고 말했고, 송강호는 “우리가 ‘박쥐’로 함께 한 지 너무 오래됐다. 13년”이라며 맞장구치며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한편 지난 17일 개막한 제75회 칸국제영화제는 28일을 폐막식을 끝으로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