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개國 식량 수출 금지...‘보호주의’ 재앙 확산 경고

우크라사태로 촉발된 부족 현상
7개국은 수출허가 받도록 조치
세계의 ‘파편화’ 우려 목소리

전 세계 중앙은행이 20년 만에 최대규모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는 주요한 이유 중 하나로 식량 가격 상승이 거론된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식량 공급 부족 현상은 전 세계 주요 식량 공급국들이 ‘안보’를 이유로 수출을 제한하며 더욱 심화하는 양상이다. 지난주에 끝난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다보스포럼)에서도 세계의 ‘파편화’에 따른 부작용이 주요 논제로 다뤄진 가운데 식량 보호주의의 재앙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9일 미 국제식량정책연구소(IFPRI)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 일부 식품의 수출을 금지한 국가는 19개국, 수출 허가를 받도록 한 나라는 7개국으로 집계됐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난 2월 이후 대부분 수출 제한 조치가 단행됐다. 특히 전 세계 밀 수출의 25%를 차지하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밀 수출이 제한되면서 촉발된 밀값 불안이 ‘식량 보호주의’로 퍼져나가고 있다는 평가다. 연초 t당 280달러 수준이었던 밀은 현재 400달러까지 올랐다.

실제 인도는 지난 13일부터 밀 수출을 금지했고 설탕 수출 제한에도 나섰다. 인도는 세계 2위 밀 생산국이자 세계 최대 설탕 생산국이다. 말레이시아는 내달부터 월 360만 마리로 닭고기 수출을 제한할 예정이다. 세계 최대 팜유 수출국인 인도네시아는 지난달 28일부터 한 달 가까이 팜유 수출을 중단하기도 했다. 터키는 3월 초·중순부터 쇠고기, 양고기, 식용유 등의 수출을 제한했다. 알제리와 모로코, 가나, 헝가리, 아제르바이잔 등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식품 수출을 제한한 바 있다.

특히 식량 수출 제한으로 인한 타격은 저소득국, 빈곤층일수록 더 클 전망이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영향으로 81개국에서 4700만 명의 기아인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WFP 측은 “식량 가격은 현재 역대 최고 수준”이라며 “36개국에서 식품 물가가 15% 또는 그 이상 올랐고 이는 수입의 절반 이상을 식품비로 쓰는 빈곤가구에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식량 보호주의를 비롯한 세계의 파편화가 재앙이 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도 파편화가 화두로 떠오른 바 있다. 애틀랜틱카운슬 지오이코노믹센터의 조시 립스키 소장은 CNN에 “파편화는 국가가 자국 경제 보호에 더 치중하는 모습으로 결국 가격 급등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임정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