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전 대통령, 사저 앞 집회 보수단체 고소 검토…이낙연도 비판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경남 양산시 사저에서 모종을 심고 있다. 문 전 대통령 페이스북

문 전 대통령, 모욕 혐의로 고소장 제출 검토 중

이낙연 페이스북 글 “끔찍한 욕설과 협박, 민주주의 아냐”

양산=박영수 기자, 노기섭 기자

문재인 전 대통령이 사저 앞에서 스피커를 동원해 욕설을 하고 있는 보수단체를 고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30일 경남 양산경찰서 등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 측은 지난 23·24일쯤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사저 앞에서 욕설 집회를 하고 있는 단체들에 대한 고소 절차를 문의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경찰에 고소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위임장은 필요한지 등 고소에 필요한 일반적인 절차를 물어본 것으로 파악됐다.

문 전 대통령 측은 직접적인 욕설 피해와 함께 평산마을 주민들이 고통을 호소하자 사저 앞에서 확성기를 이용해 욕설하는 단체를 모욕혐의로 고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고소장이 접수되면 고소인이나 고소대리인을 조사해 혐의 유무를 수사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문 전 대통령 측은 “고소와 관련해 확인해 줄 것이 없다”고 말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25일 경남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평산마을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앞에 문 전 대통령 반대단체 집회, 1인 시위에 항의하는 마을 주민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연합뉴스

문 전 대통령은 퇴임 다음 날인 지난 10일 평산마을 사저에 입주해 생활하고 있으며 이에 맞춰 보수단체들도 주말·휴일에 집중적으로 방문해 스피커를 이용한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8일에도 보수 유튜버와 구국총연맹,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 등이 사저 앞 도로에서 집회를 열었다.

문 전 대통령의 딸 다혜 씨는 사저 앞 집회와 관련해 지난 28일 SNS에 “이게 과연 집회인가. 총구를 겨누고 쏴대지 않을 뿐 코너에 몰아서 입으로 총질해대는 것이 무슨 차이인가. 증오와 쌍욕만 배설하듯 외친다. 더 이상은 참을 이유가 없다. 부모님은 내가 지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페이스북

한편 문재인 정부 초대 국무총리를 지낸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평산의 소란, 이대로 두지 말라’는 글을 올렸다. 이 전 대표는 “문 전 대통령 사저가 있는 경남 양산 평산. 48가구가 살던 시골 마을이 오랜 평온을 잃고 최악의 소요에 시달리고 있다”며 “차마 옮길 수 없는 욕설 녹음을 확성기로 온종일 틀어댄다. 섬뜩한 내용의 현수막이 시야를 가리고 험악한 인상의 사람들이 길목에 어슬렁거린다”고 썼다.

이 전대표는 “이런 일을 처음 겪으시는 마을 어르신들은 두려움과 불면으로 병원에 다니신다”며 “주민들의 그런 고통에 전직 대통령 내외분은 더욱 고통스럽고 죄송스럽다. 부당하고 비참한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집회와 시위의 자유는 우리 민주화의 결실이나 그것이 주민의 일상을 파괴하고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벗어난다”며 “더구나 끔찍한 욕설과 저주와 협박을 쏟아내는 것은 우리가 지향한 민주주의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 전 대표는 문 전 대통령 사저 앞 시위와 관련, 정부와 국회에도 화살을 돌렸다. 그는 “이 지경이 됐는데도 정부와 지자체, 특히 경찰은 소음측정이나 하고 있다.”며 “업무 태만을 넘어 묵인이 아닌지 의심받아도 할 말이 마땅찮게 됐다. 주민의 평온한 일상이 깨지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옳다”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는 또 “국회는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제약하지 않되, 주민의 피해를 최소화할 입법을 강구하기 바란다”며 “우리 민주주의의 성숙을 위해 증오연설(헤이트 스피치) 규제 입법을 서두를 것도 국회에 주문한다. 일본에서도 일부 지방은 재일한국인에 대한 증오연설을 규제하고 있다”고 밝혔다.